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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B정부, 2008년 촛불시위 뒤 공직자 점검 나서

2008년 촛불시위를 겪은 이명박 정부는 고위공직자의 ‘충성 여부’를 집중 점검했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 부진 원인을 ‘1급 이상 고위공무원의 충성심과 열정 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2018년 11월 12일 월요일 제5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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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100일도 안 돼 위기를 맞았다. 5월에 시작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100일 넘게 지속됐다. 이 시기를 겪은 이명박 정부는 공직 기강 확립과 고강도 사정을 계획했다.

특히 고위공직자의 ‘충성 여부’가 점검 대상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초반 부진 원인을 ‘1급 이상 고위공무원의 충성심과 열정 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이명박 청와대는 총리실·감사원·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을 동원할 계획이었다. <시사IN>이 입수한 영포빌딩 이명박 청와대 문건에 쓰인 내용이다.

2008년 11월10일 이명박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작성한 ‘주간 정국분석 및 전망’이라는 9쪽짜리 문건에는 공무원 복지부동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아래 참조). 먼저 “공직사회가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긴장도가 떨어져 제대로 令(령)이 서지 않는 측면이 많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대내외적 악재로 국정 운영의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직사회가 복지부동, 수동적·비협조적 태도로 일관, 문제가 더욱 심각함”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공무원들이 이명박 정부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정책이 갈등의 최전선에 있었다. 일제고사로 대표되는 경쟁에 방점을 둔 교육정책과 제재를 중시하는 대북정책 등이 대표적이었다. 미국 부시 정부의 ‘ABC(Anything but Clinton: 클린턴 지우기)’ 정책에 빗대 이명박 정부가 ‘ABR(Anything but Roh: 노무현 지우기)’ 정책을 펼친다는 비판을 샀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 ‘충성심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정을 계획했다. “단순한 비위 사례 적발을 떠나, 비협조적·소극적 공직 수행 태도 등 근무 수행 태도를 집중 점검”해야 한다고 이명박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판단했다. 사석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아닌지, 이명박 정부 기조를 적극 따르는지 등을 점검해 물갈이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실제로 문건이 작성되고 한 달가량 지난 2008년 12월16일, 이명박 정부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세청 1급 간부를 대상으로 일괄 사표를 받았다. 다음 날인 12월17일자 <동아일보>는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1급 간부들의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문제 있는 1급은 교체해야 하는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현 1급 간부들의 상당수는 이전 정부의 판단과 코드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했다.’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외압설’을 부인했다. 해당 부처에서 인사 수요가 발생했을 뿐이라며 다른 부처로까지 일반화하기는 무리라는 반박이었다. 12월19일자 <연합뉴스>는 ‘장관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청와대와 사전 조율하거나 협의하는 일은 없다’라고 선을 긋는 청와대 입장을 전했다.



2009년 1월19일 이명박 정부는 장관급 4명, 차관급 15명 인사를 단행했다. 친정체제 강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주목받은 인사는 차관급인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었다.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6월 친이계 일부는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의 인사 전횡을 비판했다. 이 비판 직후 청와대를 떠난 그는 7개월 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박영준 차장은 ‘왕비서관’에서 ‘왕차관’으로 불렸다. 그가 지휘했던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까지 불법 사찰했다는 사실은 이명박 정부 말기 뒤늦게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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