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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택시 분쟁에 담긴 ‘택시 정치’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업계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두고 충돌한다. 법이 얽힌 사안이라 국회도 핵심 현안으로 다루고 있다. 여당은 ‘카풀·택시 TF’를 출범시켰고, 의원들은 관련 법을 제출했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2018년 11월 21일 수요일 제5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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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파업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카풀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반발하는 택시 업계의 갈등이다. 정부·여당이 핵심 현안으로 다루고 있지만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카풀 서비스와 직접 부딪히는 법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이다. 이 법 제81조 1항에는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해서는 안 된다”라고 적혀 있다. 문제는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이다. ‘출퇴근 때’가 구체적으로 몇 시부터 몇 시까지인지 법에 적혀 있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이 규정을 근거로 “현행법상 카풀 서비스는 정부 허가가 필요 없다”라고 주장한다. 반면 택시 업계는 “카풀 업체들이 모호한 규정을 악용해 종일 사업을 하려 한다”라고 우려한다.

국토부에 물었다. 가령 카풀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사업자가 영업할 수 있는 시간을 문의하면, 국토부는 어떤 답변을 내놓을까?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라고만 답했다. 이 관계자는 그 배경이 “유연 근무, 프리랜서, 직업과 근로 형태의 다양화”에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더 구체화할 필요가 없던 규정이 사회 변화에 따라 ‘입법 공백’을 초래하는 문제 조항으로 바뀌었다는 뜻으로 들린다.

ⓒ연합뉴스
10월18일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 산업 종사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렇다고 현행법상 카풀 서비스가 무제한 허용된다는 게 국토부 판단은 아니다. 전례를 살피면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카풀 업체 풀러스는 지난해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시범 도입했다. 오전·오후 정해진 시간만 운전자와 이용자를 매칭하던 방식에서, 운전자가 자신의 출퇴근 시간을 자율 지정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24시간 카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택시 업계가 우려하는 바로 그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국토부는 풀러스에 “여객자동차법 제81조 1항 위반 소지가 상당하다”라는 견해를 전달했다. 서울시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최근 풀러스는 구조조정을 감행해 직원 70%를 내보냈다.

현행 여객자동차법 제81조의 ‘출퇴근 때’를 ‘몇 시부터 몇 시까지’로 한정해 해석하지도 않지만, 24시간 무제한 카풀도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인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제한 카풀 서비스가 허용되지 않는 이유로 제81조 1항 단서 조항의 입법 취지를 들었다. “동료와 함께 출근하거나 목적지가 같은 지인과 동승하는 것, 말 그대로 출퇴근을 위해 만든 조항이다. 일반인이 면허도 없이 택시 기사처럼 전업 운영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본다.”

‘면허 없는 기사’는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주요 논거 중 하나다. ‘면허’에는 ‘신원 증명’과 ‘개인택시운송사업 면허’라는 두 가지 법적 개념이 뒤섞여 있다. 전자는 범죄 경력이 있는지, 운전 경력은 적절한지 등을 신원 조회로 심사받는 과정이다. 후자는 흔히 말하는 ‘개인택시 면허’를 가리킨다. 법인택시 기사가 3년 이상 무사고로 운행하면 개인택시 면허 자격 기준을 얻는다. 신원 증명이라는 의미로 ‘면허’가 쓰일 때, 예컨대 ‘운전자가 면허가 없어서 위험하다’는 비판에 대해 카풀 업체들은 ‘우리도 신원 조회를 한다’고 맞받는다. 더 미묘한 문제는 면허가 ‘개인택시 면허’라는 의미로 쓰일 때 나온다. 택시 업계는 면허 없는 카풀 서비스가 개인택시 기사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2005년부터 정부는 ‘택시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국을 156개 사업구역으로 나누고 인구와 택시 대수를 고려해 적정 대수를 지키도록 한 제도다. 당시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는 제도 도입 취지로 ‘과당경쟁’을 꼽았다. 승객에 비해 택시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다. 2015년 국토부의 제3차 택시 총량 산출조사 결과 전국 택시는 총 25만5000여 대인데, 택시 적정 대수는 20만 대에 못 미친다.

서울을 비롯해 많은 지자체에서는 십수 년째 신규 개인택시 면허를 내주지 않고 있다. 대신 2009년 11월28일 이전에 발급된 기존 개인택시 면허를 매수하는 게 가능하다(이후 발급된 면허는 법 개정으로 양도·양수가 불가능하다). 사실상 현재로서 택시 기사가 개인택시 면허를 얻는 방법은 자격 기준을 갖춘 뒤 타인에게 면허를 사는 것밖에 없다. 매입 가격은 800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카풀 업체의 등장이 면허값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고 개인택시 기사들은 주장한다.

2012년 말부터 2013년 초까지의 ‘택시 정치’

정부와 입법부가 택시총량제를 실시하고 무제한 카풀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택시 면허의 가치를 보장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경영난’을 이유로 들기에는 같은 이유에서 자연도태된 업종이 수두룩하다. 100만명에 이르는 택시 기사와 가족들의 표를 의식한 정책일 수 있다. 2012년 말에서 2013년 초에 걸친 ‘택시법 사태’는 ‘택시 정치’가 절정에 이른 사건이었다.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택시법)’을 통과시켰다.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해 각종 혜택을 주는 법안이었다. 여론은 반대 입장이었으나 국회는 택시 업계의 지지를 선택했다. 대선이 끝나고 선거 부담에서 자유로워진 이명박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택시 면허 보호는 이익집단 앞 정치권의 계산으로 흔히 설명된다. 반면 공익적 명분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2년 <개인택시운송사업면허제도의 헌법적 문제점> 논문에서 크게 세 가지 효과를 들었다. 첫째, 경기에 흔들리지 않고 생산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택시 사업자들이 수익 악화를 이유로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보다는 정부가 경쟁을 통제해 안정적으로 운송 서비스를 공급하는 게 공공에 이롭다. 둘째, 택시 서비스는 일회성으로 이루어져 소비자가 가격과 품질을 비교할 수 없다. 정보 격차를 감안해서 정부가 상시 개입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구조상 택시업에는 승차 거부 등 서비스 질을 낮춰 수익을 높이려는 유인이 발생한다. 면허의 가치를 국가가 보장한다는 것은 면허를 박탈하는 방식으로 통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재 이 명분은 전제부터 흔들린다. 첫째, 카풀 사업자들은 택시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서 호출 시간과 장소, 날씨에 따라 택시 공급이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둘째, 카풀 서비스는 ‘별점’ 등으로 피드백을 공유할 수 있다. 이미 모바일 콜택시 업체들도 별점제를 운영하며 시장에 의해 자격 이하 서비스를 퇴출할 수 있다. 셋째, 신규 사업자의 등장이야말로 서비스 질을 높일 유인이다. 당장 10월18일 광화문 택시 파업 현장에서 “승차 거부를 하지 맙시다”라는 구호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11월1일 ‘카풀·택시 TF’를 공식 출범시켰다. 위원장을 맡은 전현희 의원 측은 “갈등 당사자들과 물밑 접촉은 해왔다. 당론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국회에는 카풀 시간을 제한하는 법안(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안,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안)과 카풀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안)이 올라와 있다. 카풀을 전면 허용하는 법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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