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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속에서 피어난 아시아 언론

아시아 언론은 본연의 기능을 잃었다. 실제로 죽어간 언론인도 부지기수다. 아시아 언론이 처한 현실은 한국에 반면교사다. 연꽃을 피우고자 분투하는 언론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2018년 11월 12일 월요일 제5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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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언론의 무덤이다. 권력은 언론인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언론은 본연의 기능을 잃었다. 실제로 죽어간 언론인도 부지기수다. 2018년 한 해에만 아프가니스탄에서 14명, 인도와 예멘에서 5명씩, 파키스탄과 필리핀에서 3명씩 목숨을 잃었다. 전 세계 언론인 사망자 62명 가운데 절반이 아시아 언론인이다. 정문태 분쟁지역 전문 프리랜서가 지적한 것처럼 ‘살인’은 가장 효과적인 언론통제 수단이다. 물론 언론인의 죽음이 권력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증거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대다수 언론인은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BasilioSepe
지난 1월17일 한 마닐라 시민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지금 국경없는 기자회 홈페이지(www.rsf.org)에서는 이례적인 청원이 진행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한 청원이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2017년 6월 빈살만이 왕세자로 임명된 이래 수감된 기자와 블로거가 두 배로 늘었다. 현재 수감된 28명의 언론인과 블로거를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 청원에는 11월1일 현재 7789명이 서명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매년 선정하는 ‘언론자유지수’라는 게 있다(아래 인포그래픽 참조). 180개 국가를 대상으로, 18개 비정부기구와 130개국에서 활동하는 특파원과 연구원, 인권운동가가 설문에 참여해 작성된다.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언론의 독립, 취재 환경과 자기검열, 취재 및 보도의 투명성, 언론인에 대한 공격 등을 평가해 지수를 발표한다. 0점에 가까울수록 언론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고, 100점에 가까우면 언론 자유가 억압된 나라다. 이 지수가 각국 언론의 구체적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 아시아 언론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언론 자유 세계 최하위 국가는 북한(180위)이다. 모든 정보가 국가의 통제 아래 있고, 해외 언론의 보도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176위)에서는 현재 언론인 15명을 비롯해, 50명 이상의 시민 기자들이 구속돼 있다. 중국인들은 SNS를 사용할 수 없으며, 중국 정부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시민을 감시 중이다. 자말 카슈끄지가 사망한 사우디아라비아도 169위로 최하위권이다.

ⓒ시사IN 최예린
그림으로 본180개국언론자유지수



베트남(175위) 정부는 소셜미디어의 확산을 막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지난해 유튜브 측에 반정부 성향의 콘텐츠를 내려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녹음, 녹화 장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마련했다. 캄보디아(142위)에선 2017년 수십 개 방송국과 신문이 계약 위반과 탈세 등을 이유로 폐쇄됐다. 현재 구속된 언론인이 3명이다.

인도(138위)에선 지난해 언론인 3명이 살해된 데 이어, 올해도 5명이 죽었다. 지난해 진보 성향 주간지 <란케시 파트리케> 편집국장이 힌두교 민족주의와 여성 차별 등을 비판하다 무장괴한에 살해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미국에 본부를 둔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1992년 이후 인도에서 살해된 언론인은 40명을 훌쩍 넘는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언론인을 가리켜 ‘창녀의 자식들’이라고 위협한 필리핀(133위) 역시 암담하다. 1986년 이후 살해당한 기자들이 157명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2009년 필리핀 마긴다나오 주에서 주지사 선거를 취재하던 기자 30여 명이 무장괴한의 총기 난사로 사망했다. 주지사 선거를 둘러싼 유력 가문의 갈등 탓이었다. 저널리즘 사상 최악의 비극이었다.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12명이 죽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한 무차별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이 밖에 싱가포르(151위), 말레이시아(145위), 타이(140위), 미얀마(137위) 등 아시아 국가 대다수가 언론 자유 최하위권에 속한다. 국제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 역시 이와 별다르지 않다.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아시아 언론의 모범 사례다. 언론자유지수 43위로 타이완(42위)과 함께 아시아에서 최상위다. 일본(67위)보다 높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한국 언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투지를 보여줬다. 인권운동가이자 정치범이었던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의 언론 자유 상황은 전환의 계기를 맞았다”라고 평가했다.

12월4일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 개최

2년 전인 2016년만 해도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70위였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31위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하향세를 그리다 박근혜 정부 때 최하점을 기록했다. 당시 국경없는 기자회는 “한국 정부는 언론의 비판을 참지 못하고,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한다”라고 지적했다. 이후 촛불집회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한국 언론은 제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우리는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지금 한국 언론의 자유는 만족할 만한가. 이런 자유는 한국 언론 스스로 얻어낸 것인가. 한국 언론에 불신을 품고 있는 대다수 시민은 물론 현직 언론인조차 쉽사리 고개를 끄덕이지는 못할 것이다. 겨우 2년 전 우리는 언론의 독립성이 위협받는 시대를 살았다. 앞으로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의 변화에도 버틸 수 있는 맷집을 가졌다고 누구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아시아 언론이 처한 현실은 그대로 한국에 반면교사다. <시사IN>은 이번 호부터 타이완,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 언론의 사례를 소개한다. 각국의 현실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흙 속에서 연꽃을 피우고자 분투하는 언론의 이야기를 전한다. 타이완 독립언론 <보도자> 리셰리 편집장의 말처럼 저널리즘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이 시대에 적합한 미디어를 구현해내려는 시도는 한국 언론만의 고민이 아니다. <시사IN>은 12월4일 이번 취재를 바탕으로 ‘탐사보도와 아시아 민주주의’라는 저널리즘 콘퍼런스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다(참가 신청은 sjc.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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