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물, 전기, 의료보험은 애초부터 민영화 계획이 전혀 없다. 염려 안 하셔도 된다.”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6월19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상수도를 관리하는 지자체 법인 지분을 민간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물산업 지원법’을 추진하면서, 물 민영화에 대한 여론의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었다.
그런데 두 달여 뒤인 8월24일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당정 협의를 거쳐 상수도 운영을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민간 지분 소유가 빠졌기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당장 민영화 논란이 다시 일었고, 8월25일 당 지도부는 입장을 바꿨다.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전기, 가스, 수도, 의료보험은 민영화뿐 아니라 민간 위탁도 안 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청와대는 물 민영화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 〈시사IN〉이 입수한 영포빌딩 이명박 청와대 문건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날로부터 이틀 뒤인 2008년 8월27일 “물산업 선진화는 현행법 체계 내에서 환경부와 행정안전부가 협조하여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추진토록” 지시했다. 법 제정이나 개정은 당과 여론의 반대로 어려우니 ‘우회 전략’을 지시한 것이다. 이튿날인 2008년 8월28일 “수도사업을 민간에 위탁하는 것은 법 제정 없이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대통령에게 보고되었다.
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문건 ‘물산업 지원법 관련 쟁점 검토’는, 8월25일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가 상수도 민간 위탁 재추진 중단을 발표한 상황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적는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다시 재추진함’을 발표할 경우 ‘党·政 간 정책 혼선’으로 부각될 우려가 매우 높은 상태. 금년에는 법 개정 없이 ‘시범 사업’부터 추진(성공 사례 창출), 여기서 형성된 추동력을 활용하여 법 제정은 내년 이후 추진” “지자체 자율로 민간 위탁 추진, 중앙정부는 가이드라인 등 간접적 역할 수행.”
이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면서 4대강 사업을 진행한 것과 유사한 패턴이다. 민영화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단순 위탁에서 출발해, 결국 민간 기업이 수도사업 운영을 맡는 데까지 나아가는 게 이명박 정부의 물 민영화 전략이었다. 2008년 9월1일 정무수석실이 작성한 ‘8월 정국분석 및 9월 전망’을 보면 “공기업 선진화와 민영화에 대한 대국민 설득 논리를 개발하여, 전방위적 홍보가 필요”하다며 “왜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하는지, 선진화 특히 민영화의 혜택이 민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발표만 해서는 곤란”하다고 적는다. “특히 전기, 수도, 가스 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함.”
2008년 10월14일자 ‘1~3차 발표 이후 공기업 선진화 추진 전략’ 문건을 보면, “저소득층·비수도권 등 취약계층을 위한 교차 보조를 빌미로, 공기업들이 과도한 수익을 추구하는 사례가 그간 누적”되어 “민영화 시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민영화의 핵심 걸림돌”이라고 지목한다. 실태를 조사해 개선 방안을 검토해나감으로써 “향후 민영화 여건을 조성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주요 대상) 전력·가스·수도 등 망 산업, 주·토공 등.” 이명박 청와대에 물은 민영화 대상으로 빠짐없이 고려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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