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건전’은 보수의 다른 이름이었다. 〈시사IN〉이 입수한 영포빌딩 이명박 청와대 문건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청와대는 “시민사회나 국가인권위를 건전화”할 계획을 세웠다. 또한 “건전단체 지원과 공동대응 체계 구축”을 모색했다.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나 인사에 대해서는 ‘좌편향’이라는 이념 딱지를 붙여 활동을 위축시켰다. 반면 친이명박 단체나 인사는 탈이념적인 ‘건전’이라는 이름을 붙여 적극 지원했다.
2009년 11월27일 이명박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2010년도 업무계획 보고’를 작성했다(위). 정무수석실의 시민사회비서관실에서는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체계 개선 △건전단체와의 소통 및 활동영역 확대 지원 △과거사위 및 정부위원회 정비와 같은 주요 업무별 추진을 계획했다. 목표는 “시민사회 건전화 및 우군화 통한 국정 운영 기반 확대”라고 명시해뒀다.
이러한 업무계획 보고의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체계 개선’은 블랙·화이트리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불법·폭력 시위 단체에 대한 정부와 공기업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차단해 시민사회를 건전화”하겠다는 계획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또한 “이념 편향 및 과잉 대표성 논란을 일으킨 시민사회단체의 국정 참여 차단”이라고 쓰여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단체를 지방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심지어 촛불집회 불참 확인서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한 한국여성의전화는 2009년 이명박 정부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내 1·2·3심 모두 이겼다.
반대로 ‘건전단체와의 소통 및 활동영역 확대 지원’에는 세 가지 하부 항목이 따라붙었다. 이명박 청와대는 현안이 발생하면 건전단체와 공동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건전단체가 저변을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하며, 언론단체 육성·지원으로 ‘문제 매체’를 견제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런 건전화 방침을 충실히 실행한 한 축이 바로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었다. 지난해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09년 국정원은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의 요청에 따라 ‘좌파의 국정 방해와 종북 책동에 맞서 싸울 대항마로서 보수단체 역할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국정원은 건전단체-공기업 매칭 지원 사업을 벌였다. 2010년에는 사기업으로 그 대상을 확대했고 2011년에는 인터넷 매체를 지원 대상에 추가했다.
그뿐 아니라, 이명박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은 2010년 업무보고 계획을 세우면서 독립된 정부기구까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화위(대한민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민보상위(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친일반민족위(대한민국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등 과거사위원회의 기한 내 종결” “국가인권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과거 문제 위원회의 운영 건전화”를 목표로 했다.
실제 이 기구들은 활동 기간이 연장되지 못하고 종료했다. 특히 해당 문건에서 ‘문제 위원회’로 찍혀 건전화 대상으로 지목된 국가인권위는 지난 10년 동안 퇴행했다는 비판을 샀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09년 6월 돌연 사퇴한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을 이어 그해 7월 취임한 현병철 위원장은 용산 참사 회의를 강제로 폐회하며 “독재했다고 해도 좋다”라는 말을 남기는 등 반인권 행보를 이어갔다. 이후 인권위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에서 세 차례나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다. ‘건전’보다는 허약해졌다는 평가가 더 들어맞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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