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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에서 사색하는 ‘아이돌 래퍼’ 바비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webmaster@sisain.co.kr 2018년 11월 10일 토요일 제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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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양한모

아이콘(iKon)의 래퍼, 바비의 목소리는 허스키하다. 금속적인 울림이 은근하고 섹시한 목소리를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바비의 허스키는 한참 소리를 질러 목이 쉬어버린 것만 같다. 그럴 때 우리는 성대가 제대로 울리지 않아 말을 하다 소리가 안 나는 경험을 한다. 바비의 랩이나 노래가 꼭 그런 느낌이다. 중간중간 한 글자씩 빼먹거나 얼버무리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 틈새로, 주체하기 힘든 그루브가 스며든다.

그는 악을 쓰며 사방으로 몸을 내던지는 짐승처럼 랩을 한다. 거기에 가사까지 과격할 때면 그 공격적인 에너지에 등골이 서늘하다. 그러곤 인상을 잔뜩 찡그린 듯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어쩌면 아이돌과 힙합의 틈에 그가 있다고 해도 좋겠다. 그래서 그가 작정하고 ‘오늘 밤 놀자’고 덤빌 때 그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마치 함께 있으면 끝내주게 놀아재끼든, 대형 사고를 치든 아무튼 지루할 틈이 없는 친구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색이 그를 어떤 어른으로 키워낼까


우리는 종종 그런 친구들에게서 우악스럽지만 속 깊은 면을 기대하기도 한다. 아이콘의 음반이나 그의 솔로 앨범 <Love And Fall>에서 바비의 캐릭터도 그렇다. 그는 책임감을 배웠기에 도망치고 싶어 하고(‘Runaway’), 상처를 느끼면서도 ‘괜찮은 이별’의 요건을 생각하며(‘사랑을 했다’), 연애 관계에는 회의를 느끼지만 사랑의 감정만은 확신한다(‘사랑해’). 그가 주로 노래하는 건 갈등 상황에서 생겨나는 감정의 틈이다.

바비의 사색적인 어조가 두드러지는 건 여기다. 그는 이별 앞에서 자기감정의 정체를 탐구한다(‘죽겠다’). ‘텐데’에서는 애매한 관계의 상대에게 사랑을 원하면서도, 분석한다. 취기, 자신의 성향, 그리고 이 관계의 가능성을 말이다. 바깥에선 매섭게 날뛰지만 바비의 말은 자꾸 내면을 향한다. 그는 스스로의 마음속 모순을 곰곰이 관찰하는 인물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로맨스와 관능, 다정함을 노래한다.

대중문화에서 ‘거칠지만 진실한 남자’는 흔해빠졌다. 정의감이나 지식, 또는 헌신 등을 위해 시나리오 속에서 소비되는 인물들 말이다. 바비는 이 클리셰를 뛰어넘는 힘을 지녔다. 그건 그에게 실린 캐릭터의 내향성이 사랑과 방황, 욕망 속에서 자기 성찰의 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입체감의 깊이가 바비의 목소리를 ‘진짜배기’로 들리게 한다. 때로 그에게 동의할 수 없더라도 그의 사색이 그를 어떤 어른으로 키워낼지 지켜보고 싶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잠깐, 굉장한 아이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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