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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비경 가득한 불모의 땅에 가다

캄차카의 대자연은 인간을 압도한다. 쿠릴 호수에서 불곰이 연어 잡는 현장을 보고, 크수다치 화산의 칼데라를 감상하고, 호두트카 온천에서 온천욕을 한다. 우주 여행자의 느낌이 든다.

캄차츠키/글·사진 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kr 2018년 11월 03일 토요일 제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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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대자연을 찾는 이유는? 대자연에 압도당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광활한 대지, 웅장한 산,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며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을 받고 싶어서, 답답한 도시에서 해방되고 싶어서 우리는 그곳에 간다.

그런 당신을 위해 캄차카 반도는 최고의 도피처요 유배지다. 캄차카는 우리를 압도한다. 대자연 앞에서 우리를 한없이 작고 한없이 무기력하게 만들어준다. 러시아 공군 비행장을 개조한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이하 캄차츠키, 캄차카의 주도)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이 느낌은 시작된다. 멀리, 하지만 뚜렷이 보이는 설산 군봉을 바라보며 탐험가의 흥분을 느끼게 된다.

캄차카에 가면 여행 첫날 헬기 투어를 할 가능성이 크다. 기상 상황에 따라 취소되기 일쑤여서 보통 헬기 투어는 투어 앞부분에 배치한다. 헬기 운행 여부는 전날 결정되는데, 캄차카 여행 일정은 이 헬기 투어에 따라 변동되기 마련이다.

사실 헬기 투어는 가격 때문에 망설였다. 약 70만원에 달했다. 비싸긴 했지만 이걸 안 하면 캄차카에 온 의미가 없다는 말에 과감하게 동참했다. 하고 나서는 단 1원도 아깝지 않았다.

ⓒ고재열 기자
한 여행자가 낙타 혹 모양의 봉우리(맨 왼쪽)를 오르는 트레킹을 하고 있다.

헬기 투어는 조종석이 세 칸인 러시아제 Mi-8 헬기를 이용하는데 정원은 24명이다. 헬기는 캄차카 반도의 산맥 위를 천천히 비행해서 내려간다. 맨 아래쪽에 있는 쿠릴 호수에 내려 불곰이 연어 잡는 것을 보고, 크수다치 화산의 칼데라를 감상하고, 호두트카 온천에서 간단한 온천욕을 한 다음 복귀한다. 대략 6~7시간이 걸린다.

캄차카에서 헬기를 타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길이 끊기는 느낌’을 경험해보기 위해서다. 캄차카 반도는 러시아에서 유일하게 도로나 철도 등 육로로 외부와 연결되지 않은 곳이다. 캄차카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헬기나 경비행기, 배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곳이 많다. 헬기를 타고 쿠릴 호수로 가는 동안 대자연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 행성을 여행하는 우주 여행자의 느낌으로 다녀오게 된다.

외부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고립감은 캄차카를 여행할 때 느끼는 중요한 감정이다. 캄차카 반도의 면적은 한반도의 4배 반 정도인 46만㎢에 달하는데 인구는 약 32만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사람이 드문 곳이다. 흥미로운 것은 인구 32만명 중 한국인의 비중이 열 번째라는 점이다(약 1585명).

헬기가 맨 먼저 들르는 곳은 캄차카 반도 최남단 쿠릴 호수 한쪽에 마련된 곰 관찰 캠프다. 쿠릴 호수는 면적이 27.1㎢에 최대 수심이 300m인 큰 호수다. 여름에 북태평양 연어의 20%가 오팔라 강을 거쳐 이곳으로 회귀하는데 주로 홍연어(sockeye salmon)를 볼 수 있다.

러시아 불곰이 연어를 잡는 발길질은 마치 고양이가 나비를 보고 장난치는 것처럼 경쾌하다. 장난치듯 툭툭 발길질을 하는데 걸려드는 연어도 있고 빠져나가는 연어도 있다. 걸려들면 여지없다. 거센 이빨로 숨통을 물어뜯는다. 홍연어는 몸통이 핏빛이어서 더욱 처연하다. 불곰들은 그날의 작황을 과시하려는 듯 잡아먹은 연어의 대가리들을 강을 가로지르는 관찰로 위에 던져놓는다. 관찰로 가까이 가니 연어 비린내가 진하게 났다. 

불곰들이 연어 잡는 것을 넋 놓고 보고 있는데 마치 우리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러시아인 가이드가 일러주었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 연어가 지방을 소진했기 때문에 육질이 푸석푸석해서 맛이 없다고, 그리고 이곳의 연어는 고래회충과 같은 기생충이 많아서 위험하다고, 사람이 먹는 연어는 바다에서 잡는 연어라고,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곰과 사람 사이에는 전류가 흐르는 철사가 있을 뿐이다. 총을 든 가드들이 서 있기는 했지만 살짝 긴장이 되었다. 캠프에서 휴식을 취할 때 덩치 큰 흑곰 한 마리가 우리가 탈 보트 앞을 유유히 지나가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원시 그대로’라는 표현에서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모습이었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보트를 타고 호수의 반대쪽 끝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도 불곰과 흑곰이 연어 잡는 모습을 보았다. 멀리 보이는 설산을 배경으로 원시림 앞에서 곰이 연어를 잡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불곰과 흑곰의 거센 발길질에 새 떼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모습은 영화 <쥬라기 공원>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쿠릴 호수 다음으로 헬기가 향한 곳은 크수다치 화산의 칼데라인 클류치 호수다. 이곳 칼데라는 이중 칼데라다. 칼데라에서 화산이 폭발해 그 위에 다시 칼데라가 생겼다. 화산 안에 화산이 있고 칼데라 안에 칼데라가 있는 셈이다. 클류치 호수는 그중 낮은 곳에 있는 칼데라인데, 곳곳에 뜨거운 물이 나와서 온천 같았다. 실제로 일행 중 러시아인 중년 남성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벗고 호수에 뛰어들었다. 

호수 한쪽에서는 우리처럼 헬기를 타고 온 러시아 가족 여행객들이 불을 피워놓고 샤실리크(러시아식 꼬치구이) 구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드넓은 클류치 호수를 이 가족과 독점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묘한 동질감이 생겼다. 그들도 우리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빵과 훈제 연어를 주면서 불 가까이로 안내했다. 불과 음식이 그들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헬기가 마지막에 들른 곳은 호두트카 노천 온천이었다. 자연 개천인데 뜨거운 물이 나와서 온천으로 이용되었다. 이곳 역시 육로로는 연결되지 않고 조그만 캠프가 조성되어 있었다. 통나무 오두막이 있어서 가져온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온천욕을 즐겼다.

캄차카의 노천 온천은 일본의 노천 온천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꾸며진 게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온천이었다. 뜨거운 물이 나오는 곳에서는 기포가 올라왔는데 이런 곳에 발을 디디면 진흙에서 뜨거운 기운이 발로 확 전해졌다. 온천에 이끼식물이 가득했지만 지저분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단지 사람의 손과 발을 타지 않은 증거로 느껴졌다. 태고의 신비가 가득한 이끼를 함부로 흐트러뜨린 건 아닌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캄차카는 사람이 귀한 곳

ⓒ고재열 기자
헬기 투어 코스 중 하나인 크수다치 화산의 칼데라 ‘클류치 호수’.
크수다치 화산은 칼데라에서 화산이 폭발해 그 위에 다시 칼데라가 만들어졌다.

캄차카 여행 중에는 다양한 노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온천은 러시아인과 친근해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인들은 겉은 딱딱하고 속은 부드러운 러시아 흑빵 같은데, 탕 안에서는 그들의 부드러운 일면을 볼 수 있다. 러시아의 다른 도시 사람들과 달리 캄차카의 러시아인들은 여유가 있고 정이 많았다.

여행 중 여러 번 캄차카 사람들의 친절을 경험했다. 마트에서 동전이 모자란 것을 보고 옆에 와서 내주는 청년도 있었고, 미센나야 전망대에 올랐다가 내려올 때는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차에 태워주는 아저씨가 있었다. 캄차카는 사람이 귀한 곳이라 사람을 친절하게 대한다고 했다. 캄차츠키에서는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신호가 없어도 사람이 지나가면 기다려주었다.

헬기 투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캄차카의 화산을 두 발로 경험하는 것이다. 캄차카 사람들은 시내에서 보이는 화산을 ‘AAA’ 등급의 산이라고 한다. A자 모양의 화산이 연달아 있다는 의미다. 산의 생김새가 준수한데 후지산과 비슷한 산 5개가 연달아 있다. 그중 으뜸이 아버지의 산 코략스키(3456m)와 어머니의 산 아바친스키(2751m)다.

낙타봉 트레킹은 코략스키와 아바친스키 사이에 있는 낙타 혹 모양의 봉우리를 오르는 것으로 가성비가 매우 좋은 트레킹이다. 그리 높지 않지만 오르고 나면 준수한 두 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분이 든다. 정상에서는 광활한 캄차카의 평원이 보인다. 그 뒤에는 아바차 만이 있고 그 뒤에는 또 다른 설산(빌루친스키)이 있다.

낙타봉 트레킹을 할 때는 요령이 필요하다. 굵은 모래 크기의 화산재가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마치 바닷가 모래사장을 밟는 것처럼 발이 푹푹 빠져서 능선으로 오르려면 힘이 든다. 옆으로 사선으로 오르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 온 등산 동호회 회원들 중에는 아바친스키 산을 정상까지 오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역시 화산재에 발이 빠져 오르기가 쉽지 않은데, 대신 하산할 때는 미끄러지듯 내려오거나 눈 위로 썰매를 타듯 쉽게 내려올 수 있다. 화산재 아래에서는 만년설을 관찰할 수 있다. 자세히 들어보면 물 흐르는 소리도 난다. 만년설 아래 조그만 물줄기가 있다.

화산 트레킹을 경험했다면 이제 화산 가까이로 더 다가갈 차례다. 헬기를 타고 활화산을 관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무트놉스키 간헐천 트레킹을 택한다. 무트놉스키 화산 및 계곡에서는 마그마에 데워진 지하수의 증기가 끝없이 치솟아 오른다. 그 증기를 식히려는 듯 만년설 녹은 물이 폭포를 만들며 떨어지는데 장관이다.

무트놉스키 간헐천 계곡에 가기 위해서는 빌루친스키 화산 바로 아래에 있는 전망대를 지나게 된다. 이 전망대는 빌루친스키 화산을 비롯해 이곳을 둘러싼 화산을 360° 조망할 수 있어서 대자연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전망대까지는 나무도 많고 다양한 들꽃도 피어 있다. 이곳을 지나면 본격적인 툰드라 기후의 식생대로 들어선다.

이곳으로 가기 위해 낙타봉 트레킹 때와 마찬가지로 덤프트럭을 버스로 개조한 듯한 6륜 구동 버스 ‘카마즈’를 탔다. 흔들림이 엄청 심하다. 계곡에 도착하기 직전에는 화성 탐사선이 지날 것 같은 바위 언덕을 지난다. 이때 버스가 풍랑에 흔들리는 돛단배처럼 흔들린다. 멀미가 날 무렵 창을 열면 진한 유황 냄새를 맡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무트놉스키 간헐천 계곡이다.

운이 좋지 않았다. 비가 몰아치고 바람이 거셌다. 방수 바지까지 입고 완전무장한 건장한 체격의 러시아인들이 내려오고 있기에 물어보았더니 바람이 세차서 트레킹을 포기하고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다. 차에 오르는 그들 뒤로 바람에 넘어진 안내판이 보였다.

가장 특별한 체험으로 꼽히는 간헐천 계곡 트레킹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 다행히 운전사가 만년설 녹은 물이 만든 폭포를 볼 수 있게끔 차를 이동해주어서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다. 바람이 너무 세차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지만, 만년설 사이로 흐르는 폭포의 모습은 경이로웠다.

ⓒ고재열 기자
북태평양 연어의 20%가 회귀하는 쿠릴 호수(위)에서는 러시아 불곰과 흑곰이 연어를 잡는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화산 트레킹 외에도 캄차카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가 많다. 100㎞가 넘는 강이 100개 이상이라 래프팅의 성지로 꼽히고 래프팅 후에는 연어 낚시도 할 수 있다. 스키(헬기 스키도 가능하다) 크로스컨트리를 비롯해 온갖 설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데, 특히 개썰매 경주가 유명하다. 패러글라이딩, 서핑, 다이빙 등도 가능하다. 우리 일행은 바다 크루즈와 바다낚시를 했다.

바다 크루즈는 아바차 만을 가로질러 나가서 스타리치코프 섬을 돌고 오는 코스다. 북반구에서 가장 큰 만(Bay)인 아바차 만은 대체로 잔잔하다. 이 아바차 만에 자리 잡은 캄차츠키 항은 크림전쟁 당시 영국 프랑스 연합군과 격돌했던 곳으로 러시아의 군사 요충지 중 하나다. 지금도 극동함대의 군사항으로 쓰인다(캄차카 반도는 1991년에 외부에 공개되었다).

바다와 도시, 설산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뒤로한 배는 아바차 만을 가로질러 도도한 북태평양으로 들어간다. 아바차 만을 빠져나올 무렵 쓰나미를 막았다는 전설을 간직한 삼형제 바위를 만났다. 캄차츠키의 절경으로 꼽히는 삼형제 바위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 바위를 지날 때쯤 일행 대부분이 잠들어 있었다. 러시아 멀미약 때문이다. 멀미를 막아주는 효과만큼이나 부작용도 확실했다. 먹으면 너무 졸렸다. 조선족 가이드가 ‘엄중한 사람이 아니면 절대 두 알을 먹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평소 뱃멀미가 심하다며 두 알을 먹은 사람들은 크루즈 여행 내내 비몽사몽이었다.

삼형제 바위를 지나 다시 한참을 달리면 유네스코가 지정한 해양조류 보호구역 스타리치코프 섬에 이른다. 바닷새가 두루 서식하는 곳으로 섬을 둘러싼 기암절벽에서 바다사자를 비롯해 대형 바다 동물을 볼 수 있었다. 섬 바로 옆에서 바다낚시를 했다.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더라도 ‘나는 지금 북태평양에서 낚시를 한다’는 사실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낚시를 하는 중간에 코스 요리처럼 계속 해산물 요리를 내주었다. 캄차카에서 가장 자주 먹는 생선은 단연 연어다. 연어 스테이크, 연어 지리, 연어 수프, 연어알(레드 캐비어) 요리 등 연어로 만드는 거의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다. 연어 수프가 특히 좋았다.

캄차카에서 연어 말고 챙겨 먹을 만한 것은 바로 킹크랩이다. 캄차카에 오기 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스몰’ 크랩을 먹고 실망했는데 여기서는 정말 ‘킹’ 크랩이 나온다. 한 마리가 큰 쟁반 하나를 가득 채운다. 살이 꽉 차 있어서 ‘밥 대신 킹크랩을 먹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연어와 킹크랩 외에 캄차카에서 새로 정을 붙인 음식은 말린 생선, 절인 생선 그리고 훈제 생선이다. 생선 가공에서 하나의 경지에 이른 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났다. 우리는 보통 생선을 통째 말리지만 이곳은 부위별로 나눠서 말리고 염도도 구분한다. 염도가 낮은 말린 생선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탐험가들의 족적 볼 수 있는 캄차카 박물관

ⓒ고재열 기자
무트놉스키 화산의 간헐천 계곡으로 가는 길은 바람이 세차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다.
이곳에서 만년설 사이로 흐르는 폭포를 볼 수 있다.

캄차츠키 시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이런 생선을 파는 가게와 펍이다. 갖가지 말린 생선, 절인 생선, 훈제 생선과 더불어 오직 맥주만 파는 가게와 펍이 있다. 호텔 근처에도 이런 곳이 있어서 말린 킹크랩, 말린 가자미, 훈제 광어 등을 사 먹어보았다. 그중 압권은 훈제 광어였다. 상당히 큰 광어를 크게 토막 내서 훈제했는데 식감이 좋고 염도가 낮아 거의 매일 밤 먹었다.

이 밖에 캄차카의 전통 음식으로는 이곳의 풍부한 베리(딸기류 열매)를 이용한 ‘키릴카(일종의 베리덮밥)’와 ‘톨쿠샤(베리와 연어 살을 버무린 샐러드), 다진 생선을 넣은 감자전 ‘텔노’, 그리고 연어알을 구운 ‘처르처칸’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러시아 극동지역과 마찬가지로 고사리가 지천이라 반찬으로 나오는데 맛있었다.

캄차카 기행은 시내 산책을 하며 마무리하는 게 좋다. 미센나야 전망대(381m)에 오르면 코략스키와 아바친스키 화산, 아바차 만 건너 빌루친스키 화산 그리고 북태평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묵었던 호텔보다 오히려 화산에서 멀어졌는데 산이 더 크게 보였다. 여기서 지나온 여정을 되짚어보면서 캄차카의 여운을 마음 깊이 간직할 수 있다.

캄차카 박물관도 추천할 만한 곳이다. 18세기에 이곳을 지났던 세기의 탐험가들이 남긴 족적을 확인할 수 있다.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구실을 제공한 프랑스의 라페루즈, 쿡 선장이라 불린 제임스 쿡, 그리고 베링 해라는 이름을 남긴 덴마크의 비투스 베링 등이 항해 도중 캄차카 반도를 방문했다. 이들의 항로를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번 캄차카 기행에서는 방문하지 못했지만 캄차카에는 코략스, 이텔만, 에반스, 캄차달스, 축치 등의 토착민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 집과 복식이 대략 에스키모와 비슷하다. 이들이 사는 마을도 여행자들에게 개방하는데 스위스 산촌과 닮은 에소 마을이 유명하다. 토착민 마을에서는 시베리아 지역의 토템과 샤머니즘을 볼 수 있다.

캄차카는 대자연에 압도당하고 싶은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은 곳이다. 캄차카는 생각보다 가깝다. 직항은 없지만 블라디보스토크나 하바롭스크를 경유하면 비행기로 6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항공료도 저렴한 편이다. 다만 호텔 등 여행 인프라가 잘 발달되어 있지 않고 독과점 시장이라 현지 투어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다른 곳과 비교가 불가능한 압도적인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곳이다. 모험가와 탐험가를 선망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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