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이난(해남도)이 뜨거워지고 있다. 동양의 하와이로 불렸던 단순 휴양지로서의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 올해 중국의 12번째 자유무역시험구이자, 최초 자유무역항의 전초기지로 지정되었다. 중국 정부는 하이난을 단순한 대외 개방 창구나 ‘테스트 베드’를 넘어 새로운 독립 관세구역으로 만들고자 한다. 노동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여 기존 자유무역시험구보다 더욱 높은 수준의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2013년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의 책임자였던 의사 출신 선샤오밍이 2017년 5월 하이난성의 성장으로 부임한 것만 봐도 중국 정부의 의지를 알 수 있다.

하이난의 발전 전략은 전면적인 대외 개방과 관광·의료·생태환경 중심의 서비스업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이어 발표된 정책 문건에도 이런 방향이 드러나 있다. 최근 국무원은 ‘중국 하이난 자유무역시험구 총체방안(中國海南自由貿易試驗區總体方案)’을 발표했다. 하이난을 전면적인 개혁·개방시험구, 생태문명시험구로 지정하고, 국제관광소비센터 건설을 통해 2020년까지 중요한 성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교통운수부는 하이난의 교통과 여행의 융합 발전으로 빈곤 지역 탈피에 이바지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Xinhua중국 하이난성의 성도인 하이커우시 전경. 두바이를 본떠 만든 인공섬 봉황도가 보인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공유경제와 신에너지·친환경 자동차 확대이다. 하이난성 성장 선샤오밍도 하이난 전문 회의에서 청정에너지, 자동차 보급을 확대해 국가 생태문명시험구 건설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난성 해양어업청은 개인과 기업의 무인도 개발을 허용할 계획이다.

하이난의 연평균 기온은 24℃ 정도로 따뜻하며 인구수는 930만명에 달한다. 섬의 크기는 타이완과 비슷하다.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무엇보다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펼치기에 지리적·경제적 이점이 있다. 하이난은 중국의 최남단에 위치한다. 내륙과는 분리된 비교적 독립된 섬이며 아세안 국가들과 가장 인접해 있다.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맞닿아 있는 시사군도, 난사군도, 중사군도와 남쪽 해역을 관할한다. 하이난이 관할하는 해역은 중국 전체 해역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아세안이 하이난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떠올랐다. 지난 1~5월 하이난의 대외무역 수출입 총액 중 아세안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4.1%를 기록해 미국을 넘어섰다.

하이난의 변화 흐름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올해 5월1일부터 하이난에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는 국가와 체류 기간, 인원 등의 제한이 완화되었다. 기존에는 26개국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최대 21일 동안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었지만, 대상 국가가 59개로, 체류 기간은 최대 30일로 늘어났다. 특히 단체 관광객으로 한정했던 무비자 대상의 범위가 개인까지 넓어졌다. 한국도 무비자 허용 국가에 포함되면서 한국인이 비자 없이 하이난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이난의 신규 일자리와 도시 주민 소득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하이난 조사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하이난성 도시 주민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372위안이 증가한 1만6780위안(약 275만원)으로 집계되었다. 중국 언론 〈하이커우완바오〉는 하이난성이 ‘전 지역 관광(全域旅游)’을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전 지역 관광’이란 한 지역 내에서 관광업을 경쟁 산업으로 삼고 지역 내 관광자원, 생태자원, 공공서비스, 제도 등을 관광산업에 최적화하는 지역 발전 모델을 의미한다. 관광산업에 주력하면서 주민 소득이 늘어났다는 게 〈하이커우완바오〉의 분석이다. 경제 전문 미디어인 〈중국 재경망〉에서는 올 상반기 하이난의 신설 시장 주체(개인 혹은 조직)가 6만6478개로 전년 동기 대비 6.11% 증가했으며, 그중 신규 기업은 2만7139개로 전년 동기 대비 31.22%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관광업과 금융서비스업에서 신규 기업 수가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부동산 규제 카드 꺼낸 하이난

하지만 극복해야 할 문제들도 있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투기다. 그동안 하이난 경제가 상당 부분 부동산에 의존해오는 바람에 투기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었다. 자유무역시험구와 자유무역항으로 지정된 것도 투기에 불을 지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는 전면적인 구매 제한 등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예를 들면 하이난성 호적을 보유하지 않은 주민은 하이난에서 주택 구매가 쉽지 않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도 이어졌다.

이런 조치로 올 1~7월 하이난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하며 투기 열기가 식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여전히 기형적인 투기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이난성 싼야의 2018년 7월 신규 주택 및 중고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3% 이상 뛰었다. 상승률만 따지면 중국 전체 1위다. 가격은 올랐지만 공실도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지역경제학회 천야오 비서장은 현재 하이난 주택의 공실률과 재고율이 높은 이유가 주택 소유자 대부분이 장기 거주가 아닌 투기 목적으로 구입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섬의 특성상 원자재 및 소비시장이 취약하고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하이난성 해양어업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하이난의 해양경제 생산총액은 1250억 위안에 그쳤다. 중국 전체 해양경제 생산총액이 7조7611억 위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하이난의 해양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가 크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중국 국가해양국 해양발전전략연구소 리밍제 연구원은 “하이난은 해양경제와 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이 미흡하다”라고 지적했다.

 

기자명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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