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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기 이전에 ‘아동’입니다

국제조약(유엔 아동권리협약)과 국내법(아동복지법)에 따라 난민 아동은 한국에서도 차별받지 않고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법과 제도의 미비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차별에 노출된다.

김진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민변 아동인권위원회 변호사) webmaster@sisain.co.kr 2018년 11월 08일 목요일 제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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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아동권리협약은 가장 많은 국가가 가입한 국제 협약이다. 1989년 11월20일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되었고 한국(1991년 가입)을 포함해 세계 196개국이 비준했다. 아동 또는 그의 부모의 신분과 관계없이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비준 당사국은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서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시사IN 조남진
한국 땅에서 난민 아동은 태어난 이후 출생신고도 쉽지 않다.
위는 한 난민 신청 가족이 손잡고 있는 장면.

한국도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한국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법령을 두었다. 이 가운데 특히 아동의 복지 보장을 목표로 하는 ‘아동복지법’은 제2조의 기본 이념을 통해 “아동은 자신 또는 부모의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 유무, 출생 지역,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자라나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제조약(유엔 아동권리협약)과 국내법(아동복지법)에 따라 난민 아동은 ‘난민’이라서뿐 아니라 ‘아동’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차별받지 않고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 땅에서 난민 아동들은 법과 제도의 미비로 인해 태어나는 순간부터 차별에 노출된다. 출생신고를 규정한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에는 대한민국 ‘국민’의 출생에 대해서만 증명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국민이 아닌 외국인 아동은 한국에서 출생 등록 및 증명이 불가능하다.

출생신고는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법과 제도가 아동의 권리를 아무리 보장하더라도 출생신고를 못하면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는다. 당연히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아동은 권리를 누릴 수 없다. 이에 국제사회는 협약 및 지침을 통해 아동의 ‘출생신고 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회원국으로 하여금 외국인 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를 보장하는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의 도입을 촉구한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난민이 실질적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하며 부모의 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의 출생이 신고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사회권규약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인권이사회 등도 수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에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올해 12월로 예정된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대한민국 심의에서도 외국인 아동의 출생신고가 심의 주제(list of themes) 중 하나로 예고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국내 출생 외국인 자녀는 부모의 국적국 재외공관에서 출생을 신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모든 아동이 재외공관에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해에 대한 공포로 인해 국적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난민 아동이 대표적 예이다. 본국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아 한국으로 피신한 난민은 국적국의 정부기관에 해당하는 재외공관 방문을 꺼린다. 결국 본국에도, 태어난 나라인 한국에도 출생을 신고하지 못한다. 난민 아동들은 어디에서도 존재를 확인받을 수 없는 것이다.

난민 아동에겐 발부되지 않는 취학통지서

ⓒ연합뉴스
7월19일 서울 아주중학교 재학생 A군이 난민 신청서를 들고 서울출입국·외국인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제도 미비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난민법’에 권리가 보장된 경우에도 난민 아동은 구체적인 정책 부재로 권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현행 난민법은 난민 신청자 및 그 가족 중 미성년자인 외국인은 국민과 같은 수준의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교육기본법’상 의무교육의 주체가 ‘국민’으로 한정되어 난민 아동에게는 취학통지서가 발부되지 않고 취학 독려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다. 또 초등학교·중학교에 입학하려는 난민 아동은 학교장에게 입학 또는 전학을 신청할 수 있다(‘초중등교육법’의 시행령 제19조와 제75조). 그런데 학교장이 재량으로 입학을 거절하는 경우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다. 실제로 2015년 영종도 난민지원센터에 입소한 난민 신청 아동 10여 명이 한국인 학생과 정서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했다. 결국 이들은 난민지원센터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공립 다문화학교에 다녀야 했다.

출생신고에 대한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는 아동이라면 반드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이러한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된다 해도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나오는 ‘아동 최상의 이익’이 충족된다고는 볼 수 없다. 애초 대한민국에는 개별 아동의 상황을 살펴 최상의 이익을 판단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 아동의 생애주기별, 상황별로 담당하는 정부 부처도 모두 달라서 원활히 소통하지 못한다. 난민 아동 정책을 살펴보면 출입국 관련 사항이나 체류 자격 및 난민 지위에 대한 문제는 법무부에서 다루고, 아동의 보호와 복지는 보건복지부가, 학령기 아동의 취학은 교육부가, 다문화가족 지원 및 한국어 교육 등은 여성가족부가 담당한다. 게다가 각 부처의 난민에 대한 이해도가 모두 다르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디서 누가, 언제, 어떻게 개입하느냐에 따라 난민 아동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상상해봤으면 합니다. 당신이 태아이고 어머니의 국적을 모른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머니는 한국인일 수도, 미국인일 수도 있지만 시리아인이거나 예멘인, 이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난민에 대해 반대하며 추방하자고 말할까요?” 학교 친구 A군의 난민 인정을 위해 목소리를 냈던 서울 아주중학교 학생들이 난민 인정 결정을 환영하며 발표한 성명은 이렇게 시작한다. 친구와 함께 수업을 듣고 어울린 아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아가는 데 아이들 본인의 선택은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묻는다. “다행히 운 좋게도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습니다. 내전도 없고, 정치적·종교적 자유도 억압되지 않는 나라인 대한민국에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난민은 내 문제가 아니라 너희 문제이니 우리 집을 더럽히지 말라’면서 문을 닫아야 하는 걸까요?”

한국 사회에서 난민 아동은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출생이 기록되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도망쳐온 곳이 한국이라는 이유로 아동이라면 반드시 누려야 할 권리에서 배제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과 아동복지법의 기본 이념에 따라, 난민 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동의 ‘최상의 이익’을 고려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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