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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규제, 독일식이 해법?

지난 1월1일 독일에서 ‘네트워크 집행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은 소셜 네트워크 사업자가 위법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방치하지 못하도록 강제한다. 시행 초기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webmaster@sisain.co.kr 2018년 10월 30일 화요일 제5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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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
사회민주당 소속인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위)은 법무장관 시절 ‘네트워크 집행법’을 추진했다.
‘가짜 뉴스’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독일식 해법이 주목받았다. 독일에서는 가짜 뉴스를 법으로 금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짜 뉴스 처벌법’으로 소개되는 독일의 법 조항은 한국에 알려진 것과 내용이 다르다. 이 법의 정확한 명칭은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법집행 개선을 위한 법’으로, 줄여서 ‘네트워크 집행법(NetzDG)’이라 부른다.

이 법의 골자는 가짜 뉴스 차단이 아니다. ‘네트워크 집행법’이라는 명칭에서 드러나듯 소셜 네트워크 사업자가 위법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방치하지 못하도록 강제한다. 불법 콘텐츠 중에서 특히 혐오 표현, 폭력, 범죄와 관련된 게시물을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신속하게 차단하는 것이 도입 취지이다.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법무장관 시절 입법을 추진하면서 “언어폭력의 인터넷 지배를 끝내고 온라인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네트워크 집행법은 3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1월1일 시행되었다. 이 법은 독일 내 이용자가 200만명 이상인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같은 소셜 네트워크 회사에 적용된다.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불법 게시물이라고 신고하면 소셜 네트워크 회사는 게시물을 24시간 내에 삭제하거나 독일 계정에서 차단해야 한다. 불법 게시물 차단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최대 벌금 5000만 유로(약 650억8500만원)가 부과된다. 소셜 네트워크 회사는 6개월마다 법안에 따른 이행 결과를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네트워크 집행법에 따라 차단해야 하는 게시물 유형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위법 행위 21개가 이에 해당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훼손, 테러 선동, 범죄단체의 모집, 신앙이나 종교집단에 대한 비방, 아동 포르노와 관련된 게시물 등이다. 소셜 네트워크 사용자는 자신이 신고하는 게시물이 어떤 법령을 위반하는지 명시해야 한다. 신고를 받은 사업자는 해당 게시물을 검토한 뒤, 그 게시물을 올린 당사자에게 신고가 들어온 사실과 처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에 페이스북은 1704건을 신고받아 게시물 362개를 삭제했고, 트위터는 신고된 26만4818건 중에서 게시물 2만8645개를 삭제했다.

“언론 감시하는 사설 경찰이 등장했다”


한국에서 가짜 뉴스를 방지하는 모범 사례처럼 소개되지만 독일에서는 네트워크 집행법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민간 기업에 사실상 법적 해석을 위임해 법을 자의적으로 집행할 위험이 따른다. 소셜 네트워크 회사는 벌금을 피하기 위해 신고가 들어오면 충분한 검토 없이 게시물을 삭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도한 검열이 이루어질 소지도 있다. 부당하게 게시물을 신고하더라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이 법을 악용해 자신과 의견이 다른 게시물을 신고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시행 초기부터 정치인과 언론의 풍자적 표현들이 트위터에서 삭제되면서 법안의 허점이 드러났다.

독일 야당들은 입법 단계에서부터 이 법을 반대했다. 녹색당은 “무르익지 않은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자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은 프랑크푸르트 행정법원에 네트워크 집행법에 대한 소송을 냈다. 정부가 벌금을 매겨 온라인 사업자에게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강요하는 조치가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 법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언론계·출판계도 네트워크 집행법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독일 정기간행물협회는 “국가에 의해 언론을 감시하는 사설 경찰이 등장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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