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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역시 독서지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8년 10월 13일 토요일 제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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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만리장성
디니 맥마흔 지음, 유강은 옮김, 미지북스 펴냄

“지금 중국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이유는?”


중국이 ‘머지않아’ 경제 부문에서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신화를 믿고 있다면, 이 책을 손에 잡는 게 좋다.
중국에서 10여 년 동안 경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해온 저자가 고위 관료는 물론 일반 서민들까지 면밀히 취재해 중국 경제에 대한 근거 없는 신뢰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샅샅이 보여준다.
세계 최고의 속도로 증가해온 거대 부채 덕분에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이 가능했지만, 이는 결국 ‘미래의 고통’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시진핑 체제의 경제 비전은 그동안의 부채 경제 시스템에 ‘중국 제조업 2025’라는 ‘새로운 성장의 마디’를 접목하는 것뿐인데, 이런 방법으로는 언젠가 닥칠 고통을 미룰 뿐 제거할 수는 없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내 사랑 모드
랜스 울러버 글, 밥 브룩스 사진, 모드 루이스 그림, 박상현 옮김, 남해의봄날 펴냄

“나는 여기가 좋아요. 어차피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으니까요.”

모드 루이스는 캐나다의 시골 노바스코샤에서 평생을 살아온 화가다. 타고난 신체 기형을 가진 그는 생선을 파는 에버릿과 결혼한 뒤 작은 오두막집 창가에 앉아 30년간 그림을 그렸다. 처음엔 오두막집 곳곳을 캔버스 삼았다. 곧 집 앞에 ‘그림 팝니다’라는 팻말을 걸고 그림을 팔았다. 사람들은 차를 타고 가다 그의 집 앞에 멈춰 그림을 구경했다. 모드를 좋아하며 많은 작품을 수집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오두막집을 드나들었던 저자가 모드 루이스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림을 배운 적이 없는 그가 왜 캐나다의 대표적인 민속 화가가 되었는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그림과 사진·활자를 번갈아 읽는 동안 저절로 알게 된다.




선비, 사무라이 사회를 관찰하다
박상휘 지음, 창비 펴냄

“일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문제는 자아를 어떻게 볼 것인가와 연결된다.”

조선은 붓으로 지배하는 사회였고, 일본은 칼로 지배하는 사회였다. 붓이 지배하는 사회의 선비들에게 칼이 지배하는 사회의 작동 원리는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었다. 특히 당파 싸움에 이골이 난 조선 선비들에게 사회 구성원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고 동원하는 데 능한 일본 막부의 통치술은 중요한 분석 대상이었다.
조선 선비들은 일본의 무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며, 유지되는 시스템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기록했다. 정유재란 때 포로가 되어 3년 동안 억류되었던 강항이 쓴 <간양록>이 대표적이다. 화합과 충돌이 교차하는 가운데서도 인간적 교류를 쌓은 선비와 사무라이의 모습에서 공존을 위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마흔에게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다산초당 펴냄

“일터나 교육 현장에서 후배와 제자가 자신을 뛰어넘지 못했다면 여태 일을 잘못해온 것이다.”

열여덟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느냐는 질문에 뭐라고 답할까? 저자는 자신이 만나본 50~60대는 고개를 저었다고 말한다. 지금껏 쌓은 경험과 지식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어떤 악마와도 거래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전작 <미움받을 용기>로 이름값을 얻은 저자가 이번 책에서는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찬찬히 살핀다. 50대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죽음의 문턱까지 간 저자의 통찰이 담겨 있다. 예컨대 이런 문장. 젊은 시절에는 뭔가 잘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했지만 나이 든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이야말로 인생을 뒤로 미룰 수 없으니 지금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그것도 노년의 특권이다.




도넛 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 지음, 홍기빈 옮김, 학고재 펴냄

“진정한 혁신은 대안 경제학들이 각자 내놓은 지혜를 합쳐 냄비에 담고 볶아보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신고전파’로 불리는 주류 경제학의 문제점은 비교적 상세히 파헤쳐진 상태다. 하지만 신고전파는 여전히 주류다. 왜? 주류 경제학은 수요-공급곡선이나 성장곡선과 같은 ‘그림’을 갖고 있다. 이 그림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을 강력하게 규정한다.
이 책의 관심사는 대안 경제학의 아이디어들을 하나로 통합할 강력한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다. 책은 행동경제학, 복잡계 경제학, 제도주의 등 비주류 경제학의 아이디어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이들을 직관적인 그림으로 압축한다. 그게 도넛이다. 대안 경제학에 익숙한 독자라도, 이미 알고 있던 아이디어들이 도넛 그림 한 장으로 통합되는 솜씨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파이낸셜타임스> <포브스> 등이 2017년의 책으로 꼽았다.




뒤에 올 여성들에게
마이라 스트로버 지음, 제현주 옮김, 동녘 펴냄

“일을 사랑하고 일을 해야 내가 온전하게 느껴질 것을 아는데도 그 계획이 갑자기 유별난 것으로 여겨졌다.”


경제학은 ‘여전히’ 남성의 세계다. 서울대 경제학부는 학과 개설 72년 만인 2018년에야 처음으로 한국인 여성 교수를 채용했다. 서울대 전체 여성 교수 비율을 따져봐도 15%에 불과하다.
스탠퍼드 대학 경영대학원 최초의 여성 교수였던 저자 역시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일생 ‘최초’의 자리에 서야 했다. 하버드 대학 면접관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건데 박사 학위는 왜 필요하냐고 물었고, 버클리 대학은 종신교수 고용을 거부했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경제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애써온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가사 노동의 가치 정량화, 차별 비용 등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며 페미니스트 경제학의 장을 열어젖힌다. 그 과정 자체가 ‘뒤에 올 여성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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