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월 제공뮤지션 김사월(위)은 11월께 서울 문래동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허클베리핀 이기용이 만난 뮤지션 - 김사월

김사월은 현재 한국 포크 음악에서 가장 색다르고 매력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여성 뮤지션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음악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포크 음악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것은 놀랍도록 잘 통제된 사운드와 더불어 그의 목소리에 담긴 여러 이질적 요소 때문이다. 김사월의 목소리는 자기 고백적이면서 동시에 도발적이다. 내향적이면서도 통통 튀는 솔직함이 있다. 음악을 조용히 듣고 있으면 어둠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번지듯 다가오는 듯하다. 2014년 데뷔한 김사월은 포크 뮤지션 김해원과 공동 작업한 앨범 〈비밀〉로 데뷔했다. 〈비밀〉과 이듬해 발표한 자신의 솔로 앨범 〈수잔〉으로 그는 2015년, 2016년 연속으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포크 음반상을 수상했다. 김사월이 올해 9월 발표한 새 앨범 〈로맨스〉는 사랑에 관한 그의 이야기들로 채워진 콘셉트 앨범이다. 새 앨범의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사월을 만났다.

이기용:포크 음악의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유달리 음반에서 악기 소리가 절제되어 있는 게 인상적이다.

김사월:보컬 외에 다른 악기 소리를 되도록 적게 쓰고 비울 때 음악이 멋있어지는 것 같다. 다른 악기들이 내 목소리에 자리를 많이 내어줄수록 음악이 편하게 들린다. 아마 포크 음악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음악의 장르를 잘 모르겠다. 사실 하나의 사람이 하나의 장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냥 개성 있는 뮤지션 중 하나면 좋겠다.

이기용:2집 〈로맨스〉는 곡 배치가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사랑이라는 주제로 만남의 설렘부터 파국까지 차례로 다루고 있는데 이런 트랙 배치는 의도한 건가?

김사월:그렇다. 앨범 안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고 그 결말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많이 고민하고 공부하는 중이다. 평소 가지고 있는 상상을 하나의 흐름으로 배치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앨범에서 집중했던 부분은 한 개인이 사랑으로 몰락하는 구조를 그리는 것이었다.

이기용:그래서 그런지 초반부 곡과 달리 후반부에 배치된 ‘우리’라는 노래에선 남자의 목소리가 어딘지 부자연스럽고 왜곡되어 있다. 일부러 그렇게 한 건가?

김사월:그 이상한 목소리는 사실 내 목소리다. 가사를 보면 헤어질 사람과 사랑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뭔가 쓸쓸하고 뒤틀린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내 목소리를 컴퓨터로 변조해서 남자 목소리처럼 들리게 했다. 그렇게 남녀가 함께 부르는 것처럼 만들었더니 ‘사랑의 파국’을 느낄 수 있는 묘한 분위기가 나더라.

이기용:이번 앨범의 첫 번째 곡 ‘로맨스’에서는 ‘사랑보다 먼저 넌/ 나를 사랑하라 했잖아/ (중략)/ 우리를 돕고 싶어’라는 가사가 나온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사랑이 유지된다는 뜻인가?

김사월: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당연히 사랑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자기가 해결해야 할 감정적인 찌꺼기는 자기 안에서 풀고 상대를 대하기 때문에 서로 지치지 않는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서 에너지를 받아 자기 내면의 외로움과 갈등을 해결하려 한다.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의 연료가 엄청 빨리 닳아서 사랑이 오래가지 못한다. 내가 해결해야 할 감정적 문제까지 항상 상대방에게서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를 돕고 싶’으면 자신을 사랑하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기용:곡의 사운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김사월의 목소리 톤이다. 본인의 목소리에 대한 평가 중 마음에 드는 표현이 있나?

김사월:오늘 인터뷰 오면서 하나 봤는데 누군가 내 목소리를 ‘가녀리고 파격적인 느낌’이라고 했는데 그게 듣기 좋았다.

이기용:전업 뮤지션이자 1인 기획사 대표로 음반 제작부터 홍보까지 전부 직접 하고 있다. 음반 작업과 음악 비즈니스까지 직접 해보니 어떤가?

김사월:녹음을 끝내고 음원을 CD 공장에 넘기고 바로 보도자료 작성, 사진 편집 등 여러 일을 했다. 좀 힘들 때도 있지만 내 음악의 터전부터 일구는 게 재미있기도 하다. 차이라면 음반 마케팅을 할 때는 어떻게 하면 이 음반이 더 완벽해 보일까를 많이 생각하지만 오히려 음반 작업을 할 때는 완벽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중시한다. 예술이든 사람이든 자연스러울 때 제일 멋있는 것 같다. 내 음악의 매력은 내가 나 자신이고자 할 때 나오는 것 같다.

이기용:‘늦은 밤 나는 컴퓨터로/ 춤추는 여자 아이돌을 봐/ 모든 사람들은 꽃피는 여자를/ 다 갖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어/ (중략)/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야 하는/ 젊은 여자의 시절이 지나면/ 이런 것이 슬프지 않겠지.’ 1집 〈수잔〉에 수록된 ‘젊은 여자’라는 노래 가사다. 이 노래를 발표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

김사월:이 노래는 내가 겪은 것을 쓴 것이고 한국에서 사는 여성이라면 모두가 겪는 그런 일이기에 많은 여성들이 공감해주셨다. 나는 보통 남의 주장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편이라 내 목소리를 자제했는데, 이때 내 목소리를 내서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음악을 발표하고 나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이기용:여러 앨범의 공동 프로듀서로 함께한 김해원씨와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음악적으로 굉장히 밀접한 관계다.

김사월:내가 음악의 감정 선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면 김해원씨는 음악의 편곡이나 사운드 쪽을 주로 담당해준다. 나는 ‘김사월X김해원’ 프로젝트로 데뷔했는데, 데뷔 이후 관객이 아무도 없는 쓸쓸한 공연을 참 많이 했다. 그런 경험을 하다 만든 데뷔 앨범이 좋은 평가를 받고 지금에 이르다 보니 아무래도 김사월X김해원 프로젝트는 특별하다. 그 사람도 내게 소중한 사람이고 해원씨도 나에게 그런 기분을 느껴야만 한다(웃음).

이기용:단독 공연도 곧 있을 것 같은데 라이브할 때 멤버 구성은 어떻게 하나?

김사월:11월께 서울 문래동에서 할 계획이다. 언젠가 여성 멤버들로 공연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좋아하는 여성 뮤지션으로만 팀을 꾸려서 함께 공연하게 될 것 같아 기쁘다.
 

 


어떤 음악들에서 영향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김사월은 샤를로트 갱스부르, 에이미 와인하우스, 언니네이발관 같은 아티스트들을 열거했다. 물론 이 뮤지션들의 매력이 김사월의 음악에도 곳곳에 포진되어 있을 것이다. 김사월의 진정 놀라운 점은 자칫 지나치게 우울하거나 혹은 가볍게 흐를 수도 있는 선을 결코 넘지 않는 균형 감각이다. 그 덕분에 그는 예술적인 품위와 성취를 이뤄내고 있다. 그가 올가을에 발표한 새 앨범을 들었을 때 나는 그의 음악이 오래 지속되고 오래 사랑받는 음악이 될 것 같다고 예감했다(추천곡:‘존’ ‘머리맡’ ‘젊은 여자’ ‘로맨스’ ‘옆’ ‘세상에게’ ‘악취’).

 

 

기자명 이기용 (밴드 허클베리핀 리더)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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