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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시사IN] 영화제

9월14∼16일 사흘간 서울 아트나인에서 <시사IN> 영화제가 열렸다. 저널리즘의 지평을 넓힌 작품을 소개한 이번 영화제에서는 영화의 배경이 된 사건의 실제 주인공을 두루 만날 수 있었다.

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kr 2018년 10월 08일 월요일 제5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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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5일 ‘<시사IN> 영화제-The power of truth’가 열린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 극장 로비에서 박채서씨(별칭 흑금성)와 유우성씨가 만났다. 국가가 버린 이중 스파이 박씨와 국가가 만든 가짜 간첩 유씨의 만남은 ‘이것이 <시사IN> 영화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일반 영화제는 관객과의 대화(GV)를 할 때 영화감독을 초청한다.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와 영화 속 표현의 숨은 의미를 묻는다. 반면 기자들이 ‘저널리즘의 지평을 넓힌 영화’를 소개하는 <시사IN> 영화제에서는 영화의 배경이 된 사건의 실제 주인공을 초청했다.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을 취재한 김은지 기자는 상영작으로 최승호 감독의 <자백>을 선택했고, 유씨를 초청했다. 최승호 MBC 사장도 깜짝 게스트로 영화제를 찾았다. <공작>을 추천한 이숙이 선임기자는 1997년부터 흑금성을 취재하며 책 <공작>을 저술한 김당 <UPI뉴스> 선임기자와 박채서씨를 불렀다.

9월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아트나인에서 열린 <시사IN> 영화제에서는 개막작 <유령의 도시>를 비롯해 총 21편이 상영되었다. 이 중 폐막작인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와 야외 상영작인 <러덜리스> 그리고 <더 헌트> <러스트 앤 본>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은 85% 이상의 판매율을 기록했다.
ⓒ시사IN 윤무영
‘<공작>의 주인공 흑금성을 만나다’의 북토크 모습. 영화 <공작>의 실제 주인공 박채서씨(가운데)와 책 <공작>을 저술한 김당 선임기자가 초대되었다.

박채서씨와 유우성씨 외에도 <시사IN> 지면에 등장했던 취재원을 두루 만날 수 있었다. 9월14일 개막식에는 전혜원·신선영 기자가 꾸준히 보도했던 KTX 비정규직 문제의 당사자인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과 정미정 총무가 참석했다. 신선영 사진기자가 선택한 <피의 연대기> 상영 후에는 장일호 기자와 함께 생리컵 디자이너 홍에스더씨를 불러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그동안 아동학대 문제를 탐사보도한 변진경·임지영 기자는 <4등>을 관람한 뒤 관객과 대화를 했다. 두 기자는 체벌이 아동폭력으로 변하는 양상을 설명하고 스웨덴 등 해외 취재 사례를 들면서 가정 내 체벌을 금지하는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사IN> 영화제는 저널리즘의 지평을 넓힌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였지만 또한 저널리즘의 본령을 고민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남문희 선임기자가 소개한 <나는 부정한다>에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증명해야 하는 주인공이 사라진 증거와 부족한 자료 때문에,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조작이다’라고 말하는 측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조롱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남 기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증명해야 하는 우리도 똑같은 딜레마에 처해 있다며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본격 시사만화’를 연재하는 만화가 김선웅씨(굽시니스트) 역시 진실 찾기의 어려움을 다룬 <키사라기 미키짱>을 관객과 함께 보았다. ‘현대의 <라쇼몽>’으로 불리는 이 영화는 <라쇼몽>에서 사건 당사자와 목격자의 말이 달라 진실에 접근하기 어려웠듯, 아이돌 스타 키사라기 미키의 팬 5명이 그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겪는 혼란을 보여준다. 김씨는 “감독은 마치 얼버무리듯 진실을 밝히는데 그것이 ‘얼버무린 진실’일 뿐이라는 것을 관객이 눈치챌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도 이렇게 잠정적인 진실일 뿐이라는 걸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신선영
양한모 선임기자가 만든 캐리돌을 배경으로 양 기자와 정건일군(오른쪽)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音란서생’의 필자 배순탁 음악평론가가 관객에게 소개한 <러덜리스>는 ‘진실의 불편함’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가가, 끔찍한 살인 사건의 피해자인 줄 알았던 그 음악가가 가해자였을 때, 관객은 그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기자는 다큐멘터리계의 젊은 거장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침묵의 시선>을 추천했다.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조건’에 대한 영화다. 1965년 인도네시아 군부 정권 시기에 대규모 학살이 이뤄졌지만 제대로 진상이 규명되지 못했다. 가해자들이 여전히 인도네시아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가족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동안 가해자들은 오히려 학살을 자랑하고 이를 발판으로 출세 가도를 달렸다. 뒤늦게 가해 사실을 알게 된 가해자와 그의 가족들은 왜 지난 상처를 꺼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평화를 깨느냐고 화를 낸다. 그들의 모습에서 적폐 청산의 피로감을 말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도보다리 대화’ 재현한 포토존도 인기

이번 영화제에서 남문희 선임기자는 야외 테라스에서 ‘남북 정상회담 독해법’을 독자들에게 들려주었다. ‘배순탁과 함께하는 맥주&영화음악 토크’ ‘은유&김현의 책다방’ ‘환타의 소소한 여행수다’ ‘김영미 PD의 난민 취재기’ 등 독자와 만나는 <시사IN> 다이내믹도 진행되었다.

<시사IN> 지면을 장식한 양한모 선임기자의 캐리돌과 사진팀이 찍은 사진, 그리고 ‘기자가 추천하는 책’ ‘그림의 영토’ 등에 소개된 책은 전시 형태로 독자들과 만났다. 특히 ‘도보다리 대화’를 재현한 캐리돌은 인기 포토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형 캐리돌을 만들어 판문점 정상회담의 도보다리 회담을 재현했는데, 많은 영화제 방문자들이 기념샷을 찍었다. 양 기자의 어린 팬이 직접 전시회를 찾기도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정건일군은 손수 만든 전두환·이순자 캐리돌을 가져와서 함께 전시하고 양 기자한테 즉석 캐리돌 강의를 들었다.

사진팀에서 준비한 ‘작은 사진전’에는 그동안 <시사IN> 지면에 실린 사진이 전시되었다. 2016년 국정 농단 사건 때 화제가 되었던 최순실 특종 사진 등을 선보였는데, 소장을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 엽서로도 제작해 판매했다(사진전은 9월 말까지 아트나인에서 계속 진행된다). <시사IN> 출판면에 소개된 책들을 모아 전시한 ‘베란다 작은 도서전’도 호평을 받았다. 이 도서전은 독자 김수나씨가 기획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서울혁신파크 안에 있는 ‘한뼘책방’으로 옮겨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배우 김규리씨의 사회로 진행된 영화제 개막식에는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배우 류승룡씨 등 많은 영화인들이 참석했다. 한승헌 전 감사원장, 송태호 전 문체부 장관,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영달 우석대학교 총장, 강상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등과 <시사IN> 주주·창간 독자·후원 독자들이 참석했다.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의 안나 브로이노스키 감독도 참석해 “내 영화가 <시사IN> 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어 더 기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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