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3년 연속 가장 신뢰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꼽혔다.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은 3년째 하락세다(〈표 1〉 참조). 지난해 급격하게 벌어진 ‘노무현 신뢰’ 응답과 ‘박정희 신뢰’ 응답의 격차는 올해도 유지됐다.

〈시사IN〉은 2007년부터 매년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을 조사했다(2008년과 2011년은 조사하지 않음).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42%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했다. 2017년 45.3%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 역시 지난해 23.1%에 비해 2%포인트 하락한 21.1%에 머물렀다. 지난해와 같이 ‘노무현 신뢰’ 응답이 ‘박정희 신뢰’ 응답의 약 2배에 달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도 15.9%를 기록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 출신인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신뢰 응답을 합하면 57.9%에 달한다. 구속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1.3%와 0.5%로 의미 있는 수치를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7.5%였던 무응답층(없다/모름/무응답)은 이번 조사에서 4.3%포인트 늘어난 11.8%를 기록했다.

ⓒ시사IN 조남진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는 시민들.
노무현·박정희 전직 대통령 신뢰 응답의 세부적인 특징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30대(61%), 40대(60.5%), 서울(42%), 인천·경기(45.7%), 화이트칼라(55.1%) 응답자 등에서 고르게 높은 신뢰를 얻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0대(27.8%), 60대 이상(45.7%), 대구·경북(39.1%), 농·임·어업(37%) 응답자에서 평균보다 높은 신뢰를 받았다.

정치적 성향에 따른 응답 경향도 지난해와 비슷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은 보수 22.4%, 중도 44.2%, 진보 29.9%로 나뉘었다. 중도층이 조금 늘긴 했으나, 2017년 응답(보수 22.6%, 중도 41.8%, 진보 30.5%)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2016년 조사 때와 비교하면 차이가 눈에 띈다. 2016년 신뢰도 조사 당시 응답자의 정치 이념 스펙트럼은 보수 28.7%, 중도 46%, 진보 21.5%였다. 2016년에 비해 스스로를 보수층이라 여기는 이들은 6.3%포인트 줄었고, 진보 성향을 지녔다고 여기는 이들은 8.4%포인트 늘었다. 2016년 ‘촛불’을 기점으로 생겨난 변화다.

이번 조사에서 보수층에서 36.1%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진보층에서 60.5%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했다. 중도층에서는 39.9%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22.7%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으로 꼽았다. 지난해 중도층 응답(노무현 42.6%, 박정희 23.7%)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구성비만 놓고 보면, 노무현 신뢰 응답과 박정희 신뢰 응답은 1년 사이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시사IN〉은 2016년부터 대기업·복지·대북 문제에 대해 응답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었다. 매년 이를 노무현·박정희 신뢰층과 교차 분석했다. 2016년 조사 때와 비교해 진보적이라고 여기는 응답자가 늘었으니 한국 사회의 주요 어젠다에 대해서도 진보적 목소리가 전반적으로 확대될 것이라 예상하기 쉽다. 특히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응답한 이가 많은 노무현 신뢰 응답층에서는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하리라 예상할 수 있다.
진보층, 대기업에 대한 우호적 평가 높아져

이런 예상이 빗나갔다. ‘한국의 대기업은 수출과 고용 창출로 경제에 힘이 되는가, 특권과 반칙으로 경제에 짐이 되는가’를 묻는 질문에서 2017년까지 노무현 신뢰 응답층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우호적 평가에 비해 더 많았다. 그러나 올해 설문에서 이 응답 비율이 역전했다. 노무현 신뢰 응답층 가운데 50.2%가 대기업에 우호적인 답변을 했다. 지난해 교차 분석 대비 8.3%포인트가 늘어난 결과다(전체 응답자 가운데 대기업이 우리 경제에 힘이 된다고 응답한 이들은 2017년 58.5%에서 2018년 62.3%로 3.8%포인트 증가했다. 〈표 2〉 참조). 노무현 신뢰 응답층에서 대기업에 우호적인 답변은 2016년 34%, 2017년 41.9%였다.

복지정책에 대한 질문에서도 이런 경향성이 나타난다. ‘정부가 복지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개인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에서 노무현 신뢰 응답층에서 ‘정부 책임’ 의견은 2016년 79.1%, 2017년 69.9%, 2018년 64.4%로 차츰 줄었다. 반면 ‘개인 책임’ 의견은 2016년 18%, 2017년 27.3%, 2018년 33.3%로 노무현 신뢰 응답층에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대북정책에 대한 응답은 노무현·박정희 신뢰층 모두 ‘대화와 교류’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올봄부터 이어져온 남북 정상 간 대화 국면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북 교류로 북한 문제를 풀 것인가, 대북 압박으로 풀 것인가’라는 질문에 박정희 신뢰 응답층에서도 대북 교류 응답이 2016년 25%, 2017년 15.8%에서 2018년 36.8%로 높아졌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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