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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9월 21일 금요일 제5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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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모험
미히르 데사이 지음, 김홍식 옮김, 부키 펴냄

“금융은 가장 우아하면서도 가장 상스러운 것.”


우리는 일상적으로 은연중에 ‘리스크와 수익’을 따진다. ‘오전 8시에 출근하면 지하철의 인파 때문에 좀 시달리겠지만 잠은 더 잘 수 있지’라는 식이다. 이는 ‘금융 행위’의 핵심을 이루는 사고방식이며 개념이기도 하다. 저자는 까다롭게 느껴지는 금융 개념들을 문학, 역사, 철학, 미술, 대중문화 등을 넘나들며 쉽고 흥미진진하게 풀어준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남편
고르기로 ‘리스크 관리’를 설명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달란트 우화’로 가치 창출의 냉혹한 원리를 가르쳐준다. 저자가 기발하게도 뮤지컬 코믹 영화 <프로듀서>로 갈파한 ‘주인-대리인 문제(기업 거버넌스)’를 읽고 나면, 한국의 재벌 이슈를 좀 더 심도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혐오와 매혹 사이
이문정 지음, 동녘 펴냄

“역겨움은 몇몇 측면에서 동시대의 ‘미적 취향’으로 분명히 들어왔다.”


흔히 현대미술은 ‘어렵다’고 말을 하는데 저자는 그 어려운 것들 중에서도 특히 ‘역겹다’고 할 만한 것에 주목한다. 불편하고 괴롭고 혐오스러운 것들이 일으키는 미적 반응에서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채 세상을 미화하고 회피하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저항’과 ‘예술을 위한 예술을 지향했던 모더니즘 미술에 대한 비판’, 그리고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실현하기 위한 시도’를 읽는다.
처음 호기심을 끈 것은 죽음이었다. 죽음을 다룬 미술은 어떤 식으로든 불편함을 유발한다. 그런데 불편한 것을 피하고자 하는 우리 의지와 달리 그것들은 관심을 끈다. 폭력, 질병, 피, 배설물, 섹스, 괴물도 죽음과 마찬가지로 혐오를 통해 미적 반응을 일으키는 소재다. 이를 소재로 다룬 ‘불편한 미술’의 향연을 독자에게 펼쳐 보인다.




황해문화 100호
새얼문화재단 펴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회담이 한국 사회에 준 충격은 어쩌면 촛불 시민혁명보다 더 강력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지면에서 잡지를 소개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황해문화>는 인천 지역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계간지다. 1993년 창간한 이래 25년 동안 쉼 없이 책을 펴내면서 어느덧 제100호(2018년 가을호)를 내놓았다. 편집부 2명에 불과한 작은 조직이 100번째 잡지를 만들었다는 것이 여간 놀랍지 않다.
100호에 걸맞게 내용도 묵직하다. 100호 맞이 국제 심포지엄 행사 내용을 지면으로 옮겼다. ‘통일과 평화 사이, 황해에서 말한다’를 주제로, 개성공단, 중국 단둥, 일본 오키나와 등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를 짚는다.
마크 셀던 코넬 대학 교수, 왕후이 칭화 대학 인문학부 교수, 이시하라 슌 메이지가쿠인 대학 사회학부 교수 등 동아시아 평화 문제에 정통한 학자들이 지면에 등장한다.




되돌아보고 쓰다
안진걸 지음, 북콤마 펴냄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늘 바쁘다. 가까스로 약속을 잡고 나가보면 그를 만나기 위해 온,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여럿 발견하게 된다. 2016년 촛불 국면에서도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었다. 참여연대에 들어간 후 ‘집회·시위 기획자이자 참여자’로 20여 년을 지냈다. 지난 4월 참여연대를 나오며,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그간의 기록을 묶어 첫 책을 냈다. 탄광에서 광부 생활을 한 아버지와 아직도 언제 사법시험을 보느냐고 묻는 어머니, 민주화 투쟁으로 수감 생활을 한 형 등 가족사를 비롯해 첫 집회의 기억 등을 담았다. 시위로 인해 각종 민·형사 사건의 피의자와 피고로 이름을 올린 그가 2008년과 2016년 촛불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 책의 부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거리의 인생

기시 마사히코 지음, 김경원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사람의 생활사란 왜 이렇게 재미있는 것일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인터뷰는 ‘편집’이다. 인터뷰어의 질문과 인터뷰이의 답변 중 선택적으로 발췌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많은 대화가 그렇듯 대개의 이야기는 두서없기 마련이며, 때로는 그 두서없음에 인터뷰어가 어떻게 개입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과 결이 좌우된다. 인터뷰는 인터뷰이 그 자체라기보다 대상에 대한 인터뷰어의 ‘주석’으로 읽는 게 마땅하다.
<거리의 인생>은 정확히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인터뷰집이다. 일본계 남미 출신 게이, 트랜스젠더, 섭식 장애인, 성 노동자인 싱글맘, 노숙자와 나눈 인터뷰를 엮었다. 매우 최소한의 편집만 거쳤다. 때로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야말로 삶 그 자체이며, 한 번도 이 세계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사람에 대한 ‘정당한’ 관심을 요청한다.




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루페 펴냄

“읽기를 그만두면, 이야기는 끝난다.”

‘유명 정치인과 젊은 여성 인턴의 스캔들이 터졌다.’
이 책을 요약하는 한 줄짜리 줄거리만으로도 나는 이야기를 읽지 않고 짐작할 수 있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사건’이 주는 첫인상과 결말의 익숙함을, 우리의 관점과 태도를 읽기 전과 후로 바꾸어놓는다. 한 권의 책에 하나의 사건을 보여주는 다섯 개의 렌즈가 있다. 10대부터 60대까지 세대와 처지가 모두 다른 여성이 나온다. 소설은 때로는 1인칭 시점으로, 또는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며 아예 이메일로만 이루어지기도 한다. 인간을 입체적으로 존재하게 만들고 ‘이후’를 적극적으로 상상하게 돕는다. 무거운 주제를 특유의 재치와 에너지로 다루는 저자의 역량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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