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3년 안에 반드시 공급이 증가한다는 신호를 주면
지금 가수요를 억누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택 공급 확대론자’인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을 만나,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과 대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집값 상승을 두고 투기 수요 때문으로 보는 견해도 있고, 주택 부족 및 소득 증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개발한 HAI(주택구입부담지수:대출금 상환 규모와 가구 소득을 비교해서 ‘주택 구입 부담’을 산출)라는 지수로 따져보면, 지난 1분기 기준으로 ‘가구 소득 대비 집값’은 역사적 평균 수준이다. 서울의 주택을 기준으로 2008년과 비교해보면, 현재 소득 대비 아파트 값이 10년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 변동 상황을 정리한다면.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대충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낮춰 돈을 빌려 주택을 매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다수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함부로 매매할 수 없도록 양도세를 강화했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주택을 사고, 팔고, 보유하는 각각의 행위에 대해)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대신 (최대 8년간 세입자를 쫓아낼 수 없고) 임대료 인상률을 연간 5% 내로 유지해야 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다주택자가 집을 파는 경우, 올해 4월부터 많은 세금을 내야 했다. 이에 따라 올해 4월부터는 집값이 안정되리라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4월 이후에도 집값은 탄력성이 둔화되었을 뿐 계속 올랐다. 이렇게 인화물질이 가득한 창고에서 누군가 성냥을 그었다. 6월 지방선거 이후 서울시 등에서 나온 개발계획이 그것이다. 서울에서는 용산과 여의도, 영등포 등을 중심으로 집값이 걷잡을 수 없는 폭발적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지난해까지 주로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서울 동남부 지역이 들썩거렸다면 지금은 서울 내 각 지역에서 돌아가며 집값이 오른다. 최근 가장 상승률 높은 지역은 영등포구, 양천구, 강북구, 용산구 등이다. 동작구와 은평구까지 집값 오름세에 올라탔다. ‘저기가 얼마면 여기도 얼마다’라는 식으로 계속 어깨를 맞춰가며 오른다.

지방은 어떤가?

온도차가 굉장히 크다. (수도권 인근인) 평택이나 인천 등에서는 오히려 집값이 빠지거나 보합세를 나타내지만, 광명시처럼 서울보다 더 오르는 곳도 있다. 올해 초 대비 집값 상승률이 가장 큰 곳은 분당이다. 서울 집값을 잡으려고 여러 구(區)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까지 시행했더니 주변의 다른 지역 집값이 폭발하는 상황이다. 풍선의 어떤 부분을 눌렀더니 다른 부분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은 현상이다. 대구의 일부 지역, 예를 들어 중구와 수성구는 각각 3.4%와 2.9% 상승할 정도로 강세였다. 광주도 가파르게 올랐다. 다만 2010년대 들어 6년 정도 서울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던 부산과 제주가 최근에는 조정 국면인 듯하다. 모든 지역과 주택들이 동반 상승하는 버블이 아니라 차별화된 상승세다.

그렇다면 집값 폭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지난 5년간 주택 공급이 너무 적었다. 특히 서울은 재건축 및 재개발이 매우 어렵다. 관련 규제가 강한 데다 이해관계자들이 너무 많아서 다양한 갈등이 불거지기 때문이다. 공급 부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심할 것으로 본다. 그런데도 서울 집값은 2016년까지 잠잠했다. 하필 최근 1~2년 동안 상승한 이유는 (일부 노동자의) 소득 상승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300인 이상 사업장’들의 올해 상반기(1~ 6월) 임금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정도다. 지난해도 (2016년 같은 기간 대비) 5%쯤이었다. 임금상승세가 가팔라진 이유는, 상장 기업들의 이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스피 200’에 속하는 기업들을 보면, 2016년에 영업이익이 134조원이었는데, 지난해는 178조원, 올해는 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치솟은 영업이익이 상여금 등의 형태로 직원들에게 지급되면서 구매 여력이 커진 것이다. 이들의 소득 증가 속도가 집값 상승 속도보다 빨라지면서 수요가 많아졌다.

수요가 커진 이유가 또 있다. 은퇴하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주택임대사업자로 전환하면서 교통 요지의 중소 평형 아파트를 매입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저금리 상황에서는 은퇴자가 5억원 정도를 은행에 예치하면 월 40만~50만원 이자를 받는다. 그보다는 전세 끼고 월세 전용 집을 늘려나가는 쪽이 노후자금 마련에 적합하다. 더욱이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니까, 그들이 다른 집들을 처분하고 서울에 있는 ‘똘똘한 한 채’를 매입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난다. 이런 흐름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시사IN 이명익최근서울각구의집값이돌아가며오르고있다.
위는서울의한아파트단지공사현장.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집값 급등은 백해무익하다. 자금이 (생산적 부문이 아니라) 투기판으로 휩쓸려 들어가면서 경제 전체가 외부 충격에 극도로 약해진다. 더욱이 부동산 충격은 금융기관의 위기로 연결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수요 억제 정책으로 맞섰다. 대출을 억제하는 한편 투기가 집중되는 재건축·재개발의 승인 조건과 안전진단을 강화해서 투기 수요를 억누르려 했다. 이 전략이 먹혀들었다면 좋았을 거다. 8·2 대책의 추진 의도와 타이밍은 매우 적절했지만 세부적 방향엔 문제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대안은 무엇인가?

지금 이대로 가면 연간 집값 상승률이 20%에 달할 수 있다. 같은 기간 명목 경제성장률은 5% 이하일 것이다. 이런 집값 인상은 경제 전반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정책 목표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집값 인상률을 명목 GDP 상승률 내로 잡는 것’ 정도가 바람직하다. 그 정책 수단으로는, 일단 GTX 같은 광역철도망의 확충을 추천하고 싶다. 최근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강남 주택에 대한 수요가 누그러졌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 등 인근 주민들의 강남 통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광화문, 여의도, 마포, 강남 등 서울의 사업체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광역 급행철도를 깐다면, 서울의 토지 공급을 확대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 부문에 대한 지원과 조기 착공 및 완공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예산안이 자꾸 깎여나가는 것이 우려된다.

또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라는 좋은 제도를 활용하되 재건축 자체는 쉽게 해줄 필요가 있다.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 연면적의 비율. 용적률이 높을수록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다)을 높여주는 대신 디자인 규제 등을 강화하고, 초과이익까지 환수하면 되는 것 아닌가. 초과이익환수금 등 부동산 관련 세원으로, 지금 과다 부채로 신음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경기도시개발공사 등을 증자해서 서울 인근에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건설하는 방법도 있다. 서울에서 먼 지역에 임대주택을 지어봤자 입주자가 들지 않는다. 그렇게 하려면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그린벨트도 중요하지만, 먼 곳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들이 배출하는 미세먼지와 매연 공해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동 거리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친환경 교통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방안들을 그대로 시행해도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년 걸릴 듯한데?

이미 부동산 시장에 붙은 불을 단번에 끄긴 힘들다. 정부가 교통망 확충,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택 공급이 확실히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을 확고히 해야 한다. 예컨대 재건축을 (막기보다) 단기에 집약적으로 집행해서 2년 내로 분양되도록 만들겠다고 해야 한다. 당장 어려울 수는 있지만 2~3년 안에 반드시 공급이 증가한다는 신호를 주면 지금의 가수요를 억누를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너무 초조해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