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 구성부터 예사롭지 않다. 모로코인 1명, 이집트인 1명, 한국인 2명으로 이뤄져 있다. 밴드 이름도 독특하다. 오마르와 동방전력. 영어로 하면 ‘Omar and the Eastern Power’.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마르와 동방전력의 음악이 한국에서 널리 알려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그들의 음악에 홀딱 반할 팬들이 (한국이든 해외든)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일단 나부터 그들의 음악에 완전히 취해버렸다.
오마르와 동방전력의 음악은 사람을 취하게 한다. 이국적인 목소리에 취하게 하고, 출렁거리는 사이키델릭 리듬에 취하게 한다. 무엇보다 장르라는 경계를 훌쩍 넘어서는 자유분방함에 취하게 한다. 소개 글을 보면 그들의 데뷔작 〈Walking Miles〉는 북아프리카 사헬 지방의 음악, 레게의 하위 장르인 덥(dub)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당신은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이국적인 음악에 취한 채 몸을 흔들면 그뿐이다.
대중음악에서 로컬과 글로벌의 경계는 역사의 흐름에 비례해 흐릿해져왔다. 레게(자메이카), 탱고(아르헨티나), 파두(포르투갈), 보사노바(브라질) 등은 한 국가의 로컬 음악이지만, 전 세계인이 즐기는 글로벌 음악이기도 하다. 더 세밀하게 들어가보면, 각각의 로컬 음악이 품고 있는 개별성 역시 미시(微視) 로컬들이 뒤섞인 결과물이다. 즉, 모든 음악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과거에는 국가 단위로 벌어지던 것이 해가 갈수록 글로벌에 가까운 스케일로 진행된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여기에 가속도를 더해준 것은 인터넷이다. 이제 음악에서 로컬·글로벌 구분은 무용해진 거나 마찬가지다.
이 지면에서 소개한 밴드 씽씽 (SsingSsing)이나 잠비나이를 보라. 그들의 음악은 국악이라는 로컬에 기반을 두었지만 활동 무대는 해외인 경우가 더 많다. 추구하는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이라는 지역성에 여러 장르를 더한 그들의 음악은 이러한 이유로 글로벌 단위에서 호응을 얻는다.
변화무쌍한 사운드의 풍경
오마르와 동방전력의 음악은 제주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여기에 모로코, 이집트, 아프리카, 자메이카 등의 정체성이 혼재하며 그 누구와도 다른 자기만의 사운드트랙을 완성한다. 이 점이 핵심이다. 여러 지역의 자율성을 잃지 않는 와중에 이를 혼합해 그것과는 또 다른 사운드의 풍경을 제시한 것이다. 타이틀곡 ‘Walking Miles’를 들어보라. 이건, 제주도인 동시에 아프리카이고 아프리카이면서도 자메이카다. 또한 펑크(funk)의 기운이 충만하다는 측면에서 미국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변화무쌍.
그리하여 〈Walking Miles〉에 수록된 음악은 오마르와 동방전력만이 성취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된다. 그들은 로컬을 섞고 충돌하게 하면서 그 에너지를 바탕 삼아 전에 없던 그림을 전달한다.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건, 대개 중심이 아닌 변경이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평론가들처럼 이런 음악을 ‘글로컬(글로벌+로컬)하다’며 거창하게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이 글을 읽고 오마르와 동방전력을 찾아 듣는 독자들 중 “2018년 내내 이런 음악을 기다려왔다”라고 말할 분이 있으리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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