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6월 2주차 정례조사에서 79%였던 대통령 업무수행 지지도가
8월 5주차 조사에서 53%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6월 2주차 주간 정례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업무수행 지지도는 79%였다. 11주 후인 8월 5주차 조사에서 이 수치는 53%로 떨어졌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다. 낙폭 26%포인트. 석 달 만에 유권자 넷 중 한 명이 지지층에서 빠져나갔다(아래 〈표 1〉 참조). 낙폭이 크고, 추세에 일관성이 있으며, 악재의 속성이 단발성이 아니라 구조적이다. 여러 질문이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왜 떨어졌나? 더 떨어질까? 얼마나 심각한 위기일까? 통치연합이 해체되는 징후일까, 일시적인 실망일까? 청와대와 여당은 무엇을 해야, 혹은 하지 말아야 할까?

“26이 놀라워? 나는 79가 더 놀라워.” 민주당에서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집권 2년차에 79% 지지율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라는 의미다. 낙폭이 26%포인트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떨어진 결과도 53%다. 여전히 지지 블록이 과반수로 안정적 규모다. 추락이 별일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 이례적인 고공 행진의 성격을 먼저 이해해야 하락의 의미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집회와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대격변이 탄생시킨 적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지지율은 80%를 넘나들었다. 탄핵이 옳다고 믿었던 유권자들은 이 판단을 철회할 징후가 없다. 이후로도 정치 구도가 ‘촛불 대 반(反)촛불’로 잡힐 때마다 탄핵 찬성파 여론은 강하게 결집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6월 2주차 지지율 79%는 6월 지방선거 직후에 나왔다. 지방선거의 민주당 대 자유한국당 구도는 ‘촛불 대 반(反)촛불 구도’와 겹쳤다. 이 구도에서 나온 79%는 탄핵 찬성 여론의 크기와 거의 같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41%였다. 거칠게 구분하면, 80%에 이르는 촛불연합 중에서 절반 정도만 문 대통령을 1순위로 선호했다. 나머지 절반은 문 대통령이 촛불연합을 대표할 때는 지지 블록으로 결집한다. 하지만 경제 이슈로 논란이 벌어지는 등 문 대통령이 특정 진영의 대표처럼 보일 때는 비교적 쉽게 이탈한다. 촛불연합은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다. 그래서 최소한의 합의만을 공유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치자의 자격이 없었고, 헌정체제가 망가졌으며, 자유한국당은 근본적 반성 없이는 집권 자격이 없다는 합의다. 이 ‘최소강령’을 넘어서는 의제로는 촛불연합 유지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결집력은 느슨해졌다.

경제 이슈, 지지율 폭락의 핵심 원인 

지지를 철회할 원심력은 촛불연합에 구조적으로 내장돼 있다. 하지만 지지를 거둬들이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여기서 경제 이슈가 등장한다.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은 지지율 폭락의 핵심 원인이라고 여러 조사에서 지목된다. 그런데 정확히 무엇이 불만일까? 한국리서치는 월간 정기조사 결과를 ‘여론 속의 여론’이라는 월간 리포트로 발간한다. 7월의 월간 리포트 ‘집권 2기 국정 지지율 분석보고서’에서 정한울 여론분석전문위원은 이렇게 쓴다. “7월 조사에서 체감경제 상황이 나쁘다는 의견은 69%다. 역대 정부 임기 말 조사 결과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체감경제 악화 상황이 심상치 않다.”

 

한국리서치는 안보에 대한 체감(‘안보 상황 좋다’와 ‘안보 상황 나쁘다’로 응답)과 경제에 대한 체감(‘경제 상황 좋다’와 ‘경제 상황 나쁘다’로 응답)을 매월 조사한다. ‘좋다’ 응답에서 ‘나쁘다’ 응답을 빼면, 안보·경제 체감지수를 얻을 수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안보·경제 체감지수를 구한 결과가 아래 〈표 2〉다. 안보 체감지수는 3월에 플러스로 올라선 후 높은 수준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3월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핵 위기가 대화 국면으로 급전환된 시기다. 반면 경제 체감지수는 1월부터 나빴고(-52), 갈수록 나빠져서 7월에는 최저치를 기록했다(-65).

 

여론은 특정 정책과 결과를 세세하게 따져 판단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피부에 와 닿는 체감이 좋은지 나쁜지를 보는 경향이 있다. 체감이 나쁜데 정부가 무언가 논란이 되는 정책을 내놓았다면 지지율이 떨어질 충분한 조건이 된다. 실제로 경제가 좋은지 나쁜지, 소득주도 성장이 장기적으로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핵심이 아니다. 지지 기반 관리의 관점에서는, 경제 체감이 나쁜 상황에서 정부 경제정책이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비공개로 활동하지만 중요한 선거가 있을 때면 여권 후보들이 앞다투어 찾는 한 컨설턴트는 이렇게 말했다. “정책 하나하나의 찬반으로 여론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위험한 건 혼선이다. ‘김앤장(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논란을 벌이면 당장 저게 뭐 하는 짓이냐, 소리가 나오게 돼 있다. 왜 혼선이 위험한가? 청와대가 경제에 큰 그림이 없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 핵 문제가 출렁여도 여론이 안정적인 이유를 비교해보라고 덧붙였다. “북한 핵 문제에는 비전과 계획이 있다는 인상을 확실히 준다. 그러니까 남북·북미 관계에서 돌발 악재가 터질 때도 여론이 출렁이지 않는다. 문제는 악재 자체가 아니다. 악재를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느냐다.”

경제정책에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비전을 납득시키는 데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 ‘김앤장 논란’ 말고도 혼선이 곳곳에서 노출되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진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통계 왜곡 논란에 휩싸인 후 6월 교체됐다. 5월20일에는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이 “6월부터 고용 여건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6월 고용지표는 개선되지 않았다. 반 전 수석도 6월에 교체됐다.

소득주도 성장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올 정책이었으나, 대폭 인상 이후 대책이 뒤늦게 따라붙었다. 5월에 국회는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에 월 단위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시키면서 인상 효과를 묽게 만들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 구조조정의 성격도 갖고 있는데, 퇴출되는 한계 자영업자를 노동시장으로 재진입시키는 정책 대안은 뚜렷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7월 조직 개편에서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해 ‘구조조정’보다 ‘자영업 보호’ 시그널을 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이후 반년 만이었다.

‘사전에 준비된 그림이 없다’는 인상을 여론에 준 효과는 뚜렷했다. 한국갤럽 8월 5주차 조사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0%였지만, ‘경제정책을 잘하고 있다’라는 응답은 26%였다. 큰 틀에서 신뢰를 철회하지는 않았으되, 현재까지의 경제 운영에 대한 평가는 꽤 나쁘다. 이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큰 틀의 신뢰’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시사IN 조남진이해찬 민주당 신임 당대표(위)는 실권형 총리로 국정을 운영해본 경험과 ‘민주당 정통성’을 갖고 있다.

그래도 많은 전문가들은 위기가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빠진 지지층이 대안 야당으로 가지 않는다. 정부 지지율 26%포인트가 빠지는 동안,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14%(6월 2주차)에서 12%(8월 5주차)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지지율 이탈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보다는 중도 보수와 선명 진보 유권자층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다. 선명 진보 유권자는 일부가 정의당 지지로 옮아간다. 중도 보수 유권자는 공중에 떠 있다. 무당층 비중은 16%(6월 2주차)에서 28%(8월 5주차)로 올라갔다. 촛불연합이 받아들일 수 있으면서 현 정부와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수권 가능한 야당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이럴 때는 위기라 해도 극복이 가능하다. 통치연합 해체 단계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치 컨설턴트인 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현재 여론 지형을 읽는 독특한 관점을 들려줬다. 그가 생각하는 위기란 좀 다른 종류였다. “원래 보수 정당을 찍던 30%쯤 되는 중도 보수가 촛불 이후 문재인 지지층에 결합했다가 떨어져나가는 중이다. 이 그룹은 지금 상태의 자유한국당은 못 찍는다. 민주당이 넓은 중원을 장악할 보기 드문 기회다. 그런데 민주당은 ‘왼쪽’ 고정 지지층에서 당기는 힘 때문에 중원 확장이 어렵다. 그러니 오히려 선명 진보 지지층을 정의당에 내어준다는 구상이 필요하다. 어떻게? 선거제도를 비례적으로 바꾸면 가능하다. 이런 담대한 구상은 세력의 지도자가 내놓을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그게 안 보인다. 민주당 정부가 담대한 구상을 내놓지 못해서 중원을 장악할 호기를 놓치는 것. 이것이 진짜 위기다.”

집권 1년이 청와대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중요한 변수는 당이다. 신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실권형 국무총리로 국정을 운영해본 경험과 민주당의 뿌리를 상징하는 정통성을 갖고 있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강한 집권 2년차의 여당 대표이지만 독자적인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해찬 대표에게 핵심 당직을 임명받은 한 민주당 의원의 설명은 이렇다. “부동산만 봐도 그렇다. 문제가 청와대 참모 수준에서 다룰 크기를 넘어섰다고 이 대표가 본 것 같다. 거침없이 보유세와 공급 확대를 꺼내고, 공기업 지방 이전을 던지고, 균형발전론까지 쭉쭉 메시지가 뻗어간다. 이게 다 하나의 그림으로 종합돼 있다. ‘국정 운영’이라는 게 저런 건가 싶더라.” 그렇다면 여당이 청와대를 후방 지원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독자 행보를 하게 될까? “그건 아니다. 이 대표는 그런 이분법은 뛰어넘는다. 대통령이 다 챙기기 어렵고 참모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큰 틀의 국정 구상이 있다. 이런 걸 당이 추진하면 청와대도 짐을 더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말한 ‘민주당 정부’가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다. 앞으로도 2년은 청와대가 원하는 입법을 따내기가 간단치 않다. 그래서 지지율은 더 중요한 국정 운영 동력이다. 지지율 하락을 계기로 청와대와 여당 주변에서는 다양한 진단과 새로운 구상이 분출하는 흐름이 있다. 이 과정이 충분히 생산적일 경우 ‘26%포인트’라는 인상적인 낙폭은 집권 2년차 청와대가 전열을 정비할 예방접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우리 지지율이 아니다. 빠질 지지율이 빠진 것이다”라며 위기론 자체를 부인하는 목소리도 있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로 향하는 책임론을 사전 차단하려는 흐름이다. 앞으로 ‘26%포인트 하락’에 대한 해석 투쟁도 물밑에서 전개될 전망이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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