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소득주도 성장 때리기’가 한창이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가 폭’의 감소로 대표되는 ‘고용 쇼크’도, 하위 20% 1분위 가구의 전년 같은 분기 대비 소득 감소로 대표되는 ‘분배 쇼크’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탓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들은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해 ‘경제성장이 소득을 가져오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소득이 성장을 주도한다고 주장하는 궤변’이라고 말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단기적 분배정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이후 예전과 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고용 쇼크와 분배 쇼크가 정말 발생했을까?

ⓒ연합뉴스8월31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 폐기 촉구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용 쇼크 주장의 근거는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가 폭’의 대폭 감소이다. 통계청의 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취업자 수는 2017년 7월에 비해 5000명 더 많다. 2017년 7월의 전년 동월(2016년 7월) 대비 취업자 수는 31만4000명 증가, 그래서 무려 60분의 1로 토막 났다고 주장한다. 2010년 1월의 1만명 감소 이후 가장 나쁜 수치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2년차였던 2014년 2월의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무려 90만2000명에 달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뭐 하는 것이냐는 지적도 한다.

이렇게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가’로 고용 상황을 진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에둘러 갈 필요도 없다. 이 수치가 무려 90만2000명에 달했던 2014년 2월과 5000명에 불과한 2018년 7월을 비교해보면 답이 나온다. 2014년 2월 실업률이 4.5%인 반면 2018년 7월 실업률은 3.7%이다. 고용률(15~64세 기준)에서도, 2018년 7월은 67.0%로 2014년 2월의 64.4%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 청년실업률, 15세 이상 모든 인구를 기준으로 산출한 고용률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017년 7월에 비해 30만9000명(31만4000명- 5000명)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30만90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일용직 노동자 수의 감소로 설명할 수 있다. 지난해 7월은 건설 경기가 과열되었던 시기다. 당시 건설 현장에 채용되었던 일용직들이 이번 조사에서는 빠졌다. 더욱이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지난해에는 3000명 증가했으나 올해는 7만4000명이나 줄었다. 취업할 사람 자체가 7만7000여 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최근 언론에 등장한 ‘신규 취업자 63분의 1토막 고용 쇼크’ 같은 제목은 지금의 고용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한 것이 아니다.

ⓒ연합뉴스8월26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이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한 간담회에서 취재진에 답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청(BLS)은 매월 첫 번째 금요일에 ‘전월 고용통계’를 발표한다. 가장 중요한 지표 2개는 실업률과 ‘전월 대비 비농가 취업자 수의 증가 폭’이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의 증가 폭은 지표로 내놓지도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매년 고용 전망(employment outlook)을 발표해 각국 노동시장의 흐름을 평가하고 단기 전망을 제시한다. OECD 보고서의 표준 지표는 고용률(15~74세)과 실업률이다. 두 지표를 중심으로 ‘일자리의 질(고용의 안정성)’과 노동시장의 ‘포용성(소득의 평등, 남녀 및 취약계층의 소득 및 고용률 격차)’ 등을 살핀다. 이 보고서 역시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거론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고용 동향을 파악하는 조사로는, 이번에 파문을 일으킨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이를 바탕으로 매월 고용 동향을 발표) 외에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농림어업과 자영업자 등 제외)와 고용행정통계(고용보험 가입자 대상)가 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는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개선되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도 감안해야

분배 쇼크 또한 무리한 주장이다. 분배 쇼크의 근거는 통계청의 ‘분기별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에서 1~2분위(하위 40%) 가구의 소득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1분기), 7.6%(2분기) 줄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와 올해의 조사 대상 중 동일한 표본이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표본이 다른데도 지난해와 올해 조사를 그대로 비교해서 어떤 사회적 함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모집단을 제대로 반영한 표본이라면 표본이 겹치는 정도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통계청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결론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표본이 2010년 인구구조를 모집단으로 한 반면, 올해 표본은 2015년의 그것을 모집단으로 했기 때문이다. 두 기간 사이 5년 동안 나타난 인구구조의 변화를 보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시행 여부와 무관하게, 이번 조사(2015년 모집단에 바탕한)에서는 하위 40%의 소득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청년과 노인 중심의 1~2인 가구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4인 이상 가구가 해체되고 1~2인 가구가 많아지는 추세이다. 청년과 노인 중심의 이들 가구 중 상당수는 저소득 분위에 속한다. 반면 가구원 수가 많은(대체로 취업자 수도 많다) 가구는 고소득 분위에 속하게 된다. 모든 국민이 지난해와 올해 동일한 소득을 얻는다 해도 가구 구성의 변화(4인 이상 가구의 해체)만으로 가계동향조사(통계청)에서의 소득분배는 악화된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없다’라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 거시경제학 교과서는 케인스주의에 입각한 경제 이론을 주요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과소 소비에 따른 경제 불황에 대응하는 탈출 전략의 성격을 지닌다.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을 늘려 국내에서의 소비 감소와 침체의 지속을 막음으로써 분배-성장 간 선순환 관계를 추구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소비와 투자 수요의 위축,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의 증가 등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에 복지 및 사회안전망의 확충, ‘생활 SOC(체육관·도서관 등 생활과 밀착된 사회간접자본)’ 등 공공투자 확대를 통한 유효수요의 창출로 대응하려 한다. 이런 측면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중기적 성장 방어 전략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앞으로 훨씬 치밀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상용직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수준은 확실히 개선되었다. 그러나 임시·일용직은 건설 경기 둔화 등으로 소득 개선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가맹 본사와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임차료 인상으로 극한상황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이런 부작용에 적절히 대처하고 정책 순위를 잘 배합하는 방법으로 소득주도 성장 노선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기자명 김용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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