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에겐 이 작품이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다

-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이 카드뉴스는 〈시사IN〉 제573호 ‘김세윤의 비장의 무비’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2.

〈살아남은 아이〉의 은찬이.

다른 아이를 구하고 물에 빠져 죽었다.

6개월 전의 일이다.

어떻게든 남은 생을 살아내려고, 아빠 성철(최무성)은 몸부림친다.

3.

어떻게든, 지난 시간을 붙들어보려고, 엄마 미숙(김여진)은 발버둥친다.

그러다 기현(성유빈)과 마주친다.

은찬이가 구해준 아이.

내 아이 대신 ‘살아남은 아이’

4.

그때부터 이 세 사람의 관계를 매만지는 영화의 손길은 한없이 섬세하고 사려 깊다.

각본, 연기, 연출 그 어디에서도 흠결을 찾기 힘들다.

5.

〈살아남은 아이〉를 보면서 떠올린 또 다른 작품 〈래빗 홀〉의 주인공도 얼마 전 아들을 잃었다. 너무 힘들어서 물어본다. 역시 오래전 아들을 떠나보낸 자신의 어머니에게. 그 긴 시간을 어떻게 견뎠느냐고. 그때 어머니가 해준 이야기.

6.

“언제부턴가 견딜 만해지더라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조약돌처럼 작아지지. 그래서 때로는 잊고 살기도 해. 그러다 문득 생각나 손을 넣어보면 그 조약돌이 만져지는 거야. 그건 뭐랄까, 아이 대신 너에게 주어진 무엇? 그냥 평생 가슴에 품고 가야 할 것? 그래, 절대 사라지진 않아. 그렇지만... 또 괜찮아.”

7.

〈살아남은 아이〉 속 부모는 어떻게 될까? 지금 그들을 짓누르는 바위도 조약돌처럼 작아질 날이 올까? 그들의 아이 대신 살아남은 아이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8.

내 아들 대신 살아남은 아이를 마주하는 엄마의 심정. 누그러지지 않는 미움과 회한. 막연하게 짐작은 갔다. 하지만 아무리 더 짐작해봐도 계속 막연한 채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자식 잃은 부모의 무참한 마음을 막연하지 않게 헤아릴 재간이, 내게는 도무지 없었던 것이다.

9.

〈살아남은 아이〉가 끝난 뒤 나는 다시 막연해졌다. 그들 모두 각자의 매서운 운명 속에서 끝내 살아남기를, 막연하게 바랄 뿐이었다. 이 좋은 영화가 부디 많은 사람에게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만이 막연하지 않았다. 8월 개봉작까지 챙겨 본 지금 시점에서, 나에겐 이 작품이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다.

-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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