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9월 07일 금요일 제573호
댓글 0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권보드래 외 지음, 민음사 펴냄

“남성의 관점에 동일시해야만 ‘문학’이라는 세계에 겨우 접속할 수 있었던 ‘해석 노동’을 과감히 멈추겠다.”

지난해 2월 열흘간 열린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 강좌는 매회 100여 명이 넘는 청중으로 북적였다. 강연이 끝나면 질문도 빗발쳤다. “가부장제의 재생산 장치로 기능해온 한국 문학을 왜 여전히 읽고 공부해야 하는가.” “남성 중심주의와 무관한 페미니즘 문학작품을 알려달라.”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강연자 10명을 비롯해 새 필진으로 참여한 연구자 3명은 1910~2010년대 한국 문학사의 주요 마디들을 점검한다. 불순하고 비문학적으로 분류되어 폄하됐으나 페미니즘적 시각을 포기하지 않았던 문학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여성의 읽기와 쓰기를 터부시해온 문화에 승복하지 않았던 그 역사야말로 ‘페미니즘 리부트’ 시대를 가능하게 했다.




미스터리 클락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창해 펴냄

“이번 밀실도 깨뜨려주실 수 없을까요?”


기시 유스케는 몇 년 전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영화화되어 꽤 많은 관객을 불러들였던 호러 소설 <검은 집>의 작가다. 치밀한 구성과 개성적인 캐릭터, 박진감 넘치는 전개 등으로 유명한 페이지 터너. 스토리텔링보다 수수께끼 풀이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본격 미스터리마저, 기시 유스케의 작품이라면 재미있으니 신기할 정도다.
그가 본격 미스터리 장르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밀실 트릭에 도전한 소설이 바로 ‘방범 컨설턴트’ 에노모토와 변호사 아오토 콤비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시리즈. <미스터리 클락>은 두 탐정이 등장하는 네 편의 소설을 엮은 단편집이다. 읽고 나면 스마트폰 같은 최첨단 기기가 발달한 이 시대에서 밀실 트릭을 멋지게 소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작가의 역량에 놀랄 것이다.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
노승영·박산호 지음, 세종서적 펴냄

“번역은 복원이다.”


‘글쓰기는 인간의 일이고 편집은 신의 일이라고 한다. 번역은 인간이 하는 신의 일이다.’ 신의 일을 하는 번역가 두 사람이 풀어놓는 텍스트 분투기. 주로 굵직한 인문서·과학서를 번역해온 노승영과 장르소설 전문 번역가 박산호가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은 단어 하나를 두고 씨름하기도 한다. 가령 ‘sail’이란 단어를 눈앞에 두고 하는 고민은 이런 거다. 사전적으로는 ‘항해하다’는 뜻이지만 작품의 배경이 호수라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아 유의어 사전을 뒤져 ‘운항하다’ ‘항주하다’ 따위의 낱말을 찾아낸다. 결국 채택된 건 ‘호수를 항해한다’는 모순적인 표현.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번역이라는 일의 성격과 번역가가 겪는 고충, 생계형 번역가의 하루가 생생하게 담겼다.




도덕의 기원
마이클 토마셀로 지음, 유강은 옮김, 이데아 펴냄

“우리가 도덕적인 것은 기적이며, 우리가 꼭 이런 모습이어야 했던 것은 아니다.”


인간은 왜 다른 어떤 종도 갖지 못한 미묘하고 복잡한 도덕 감각을 갖게 되었나? 30년 동안 영장류와 인간의 인지 과정을 연구해온 저자가 이 책에서 던지는 핵심 질문이다.
토마셀로는 도덕의 기원을 하나의 핵심 원리로 관통하는 대신, 인류 진화사의 미묘한 변곡점들을 섬세하게 짚어간다. 그를 통해 도덕의 세 작동 원리를 드러내는데 공감의 도덕, 공정성의 도덕, 정의의 도덕이 그것이다. 각각은 진화사의 특정 단계마다 인류가 받은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출현한다. 세 단계 도덕기원론은, 서로 다른 도덕 원칙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교차하고 충돌하며 딜레마에 빠지는지 이해하게 해준다. 까마득한 과거를 다룬 인류학 연구서가 오늘의 현실에 주는 통찰이 여기서 나온다.




동아시아의 ‘근세’
기시모토 미오 지음, 노영구 옮김, 와이즈플랜 펴냄

“일본의 은, 중국의 생사(生絲), 조선의 인삼을 둘러싼 동아시아 무역전쟁.”


‘근세’의 동아시아 무역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조공 무역’ 정도다. 중화의 체계 안에서 중국과 주변국들이 조공 무역을 했으며 일반 사무역은 엄격히 통제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그랬을까? 저자는 동아시아의 무역량이 만만치 않았음을 논증한다. 규모도 국제적이었다. 일본의 은은 필리핀을 거쳐서 온 아메리카의 은과 다투었고, 한 해 평균 50t에서 100t 정도 중국에 유입되었다. 은과 교환된 대표적 제품은 중국의 생사(生絲)와 조선의 인삼이었고, 이들 무역을 놓고 패권 다툼도 치열했다. 생사 무역의 주도권을 잡은 정성공 같은 사람은 중국 남방의 강자가 되었고, 인삼과 모피 무역을 독점하며 성장한 누르하치는 청나라를 세웠다. 결국 그 시절도 문제는 경제였다.




마을이 함께 만드는 모험 놀이터
김성원 지음, 빨간소금 펴냄

“놀이터는 산업 자본주의가 도시를 야만적으로 지배하던 시기에 일어난 사회개혁 운동의 결과였다.”


놀이터와 관련된 뉴스는 온통 ‘안전 문제’ 뿐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뛰어놀 수 있는 곳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안전하기만 한 놀이터는 재미가 없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사라졌다. ‘재미’와 ‘안전’을 모두 갖춘 놀이터는 존재할 수 없는 걸까.
‘놀이터 전문가’로 알려진 저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대안으로 ‘모험 놀이터’를 제안한다. 도시 속 농장 같은 형태의 놀이터에서 놀이 선택을 마음대로 하고, 작업·건축·기술 놀이도 모두 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서서히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아직 그 실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저자는 미국·독일·일본 등 세계의 다양한 놀이터를 살펴보며 어떤 놀이터가 아이들에게 필요한지 설명한다.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성찰을 이끄는 책이다.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