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논이었어요.” 한 주민이 진흙탕으로 변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논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황폐한 땅에 휩쓸려온 나뭇가지가 가득했다. “여기 계단이 있어요.” 갑자기 그가 울음을 터뜨리며 걸음을 멈췄다. 거대한 진흙 제방이 되어버린 곳에서 자신이 살던 집의 흔적을 발견했다. 진흙더미에서 셔츠 한 벌을 꺼내 들었다. 그가 찾은 유일한 자산이었다.
마을의 비극은 7월23일(현지 시각) 발생했다. 이날 저녁 8시, 주민들은 집안의 물건을 높은 곳에 올리고 대비하라는 비상 통지를 받았다. 홍수가 나기 2시간 전이었다. 하지만 물이 불어나는 속도가 빨라 대피는 어림도 없었다. 순식간에 엄청난 흙탕물이 허리께까지 차오르자 아남 씨(가명)는 공포에 휩싸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와 가족들은 모두 물탱크 위에 몸을 동여맸다. 여기저기서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범람한 흙탕물이 마을을 삼키는 굉음이 뒤섞였다. 수위는 점점 높아져 저마다 지붕 위로, 보트로 올라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어떤 이들은 눈앞에서 가족이 물에 쓸려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아남 씨 가족들은 물탱크에 의지해 한참을 떠내려가다 큰 반얀 나무에 매달렸다. 울부짖는 소리는 밤새 이어졌다.
라오스 정부는 7월24일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로 홍수 피해가 난 남부 아타푸 주 사남사이 지역을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후 실종자 수색과 재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월6일 흙더미 속에 잠긴 집으로 들어가려고 트랙터를 동원해 필사적으로 흙을 파내던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누가 이 댐을 만들었는지 아십니까? 도대체 어떻게 지어졌습니까?”
릉릿 꽁무앙(Roengrit Kongmuang)
타이 출신 다큐멘터리 사진가. 다큐멘터리 사진가 그룹 ‘1OFOTOS’를 설립했다.
사회·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의 사진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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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난민들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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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자멜라는 말했다. “남편이 예멘을 떠나자고 했을 때, 두려움보다는 기쁨이 더 컸다.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안전한 삶과 미래이니까. 전쟁이 없는 제주도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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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건강했던 한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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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웅재(사진가)
1982년 가족과 물놀이를 갔다가 찍은 사진 속 다섯 살 혜경이는 밝고 건강하다. 혜경이는 1995년 고등학교 3학년 열여덟 살에 삼성전자 LCD 기흥공장에 입사했다. 6년간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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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금강의 물고기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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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구 (사진가)
“4대강 살리기는 생명 살리기 사업입니다. 물과 환경을 살리는 사업입니다. 해마다 땜질식 수질 개선 사업과 재해 복구에 들어가는 수조원의 돈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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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영 기자
중학교는 고향인 함경남도 장진군 인근에서 다녔어. 부모님이 가게를 했어. 가난하지는 않았어. 아버지가 나를 선생 시킨다고 고향에서 100리나 떨어진 북청사범학교에 보낸 거예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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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시위자 처음 왔을 시 핸드폰으로 촬영 후 과장님· 계장님께 사진 보낼 것!’ ‘금속노조 유성기업/현대 구분해서 보고!’ ‘CCTV 모니터 전원 절대 끄지 말 것!’ 어느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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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난민촌의 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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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장준희 (사진가·Loop Media Team)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는 세계 최대의 난민촌이 있다. 미얀마 군의 무차별 학살, 강간, 방화를 피해 국경을 넘어온 로힝야 난민 100만여 명이 이곳에 산다. 난민촌에 정착한 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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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라오스 댐 붕괴 사고, 마을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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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편집국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보조댐 ‘새들 D’. 중심부가 완저히 파괴됐다. 댐 사고의 최대 피해 지역인 타생짠 마을. 100여 가구가 살았던 마을은 완전히 사라졌다. 사남사이 대피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