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카페 ‘보틀팩토리’ 정다운 공동대표(38)는 3년 전 퇴사 후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었다. 2016년 보틀팩토리의 전신 격인 ‘보틀카페’도 이 스튜디오에서 시작됐다. 오전에는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오후에는 본업인 디자인 작업을 했다. 독특한 운영 원칙이 있었다. 일회용품 사용 금지. 지난 8월1일 시행된 카페 내 일회용 컵 금지법안이 시행되기 한참 전 일이다. 테이크아웃을 원하는 손님에게도 일정 정도 보증금을 받고 유리잔을 건넸다. 유리잔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회수율은 30%에 그쳤지만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손님들이 오히려 일회용품에 대한 문제의식에 적극 공감해줬다.
가능성을 확인한 정씨는 다음 목표를 생각했다. ‘카페끼리 테이크아웃 잔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면 어떨까.’ 집 앞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해서 회사 앞 다른 카페에 잔을 반납하는 시스템을 구상했다. 카페 사장들은 컵을 세척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부담스러워했다. ‘잔 공유 시스템’에는 ‘잔 세척 인프라’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틀팩토리’라는 이름은 그래서 나왔다. 포근한 의자와 맛있는 커피, 따뜻한 스콘까지 준비되어 있지만 사실 이곳은 카페가 아니다. “테이크아웃 잔을 세척하고 공유하는 ‘동네 유리병 세척소’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세척소만으로는 수지가 안 맞아 현재로서는 카페가 주력인 것뿐이다.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재활용하기 위한 선별 과정이 굉장히 복잡해요. 실제 재활용되는 컵은 5%도 안 되니까요. 무인 컵 반납기나 컵 운송 시스템 등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보틀팩토리는 상수(무대륙), 연남(라운지·커피감각), 합정(대루커피), 연희(롯지)와 연합해 ‘유어 보틀 위크(Your Bottle Week)’라는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축제 기간에 이들 카페는 일회용 컵을 일절 쓰지 않을 계획이다. 테이크아웃을 원하는 손님에게는 보증금을 받고 텀블러를 제공한다. 음료를 다 마신 손님은 연합 카페 중 편한 곳에 컵을 반납할 수 있다. 이 축제를 위해 보틀팩토리는 안 쓰는 텀블러를 기부받고 있다. “텀블러는 30회 이상 사용해야 환경에 도움이 됩니다. 잠들어 있는 텀블러를 깨워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텀블러 기부는 우편으로도 받고 있다(주소: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708, 착불 택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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