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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9월 01일 토요일 제5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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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그가 사단장일 뿐 남자가 아닐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


노골적으로 평가한다면, 중국 공산당의 지고지엄(地高至嚴)한 혁명 전통을 성애(性愛)로 희롱하는 발칙한 작품이다.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어느 군부대 사단장이 성적 불능을 감추고 젊은 여성과 결혼한다. 그녀는 관사의 취사와 청소를 담당하는 군인에게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마오쩌둥의 혁명 구호)”며 성적 서비스를 요구한다.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갈수록 그들 사이에선 새로운 권력관계가 형성되는데….
세계 문예사에서 성애가 반체제적 표현의 소재로 사용되어왔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아주 보편적 작품으로 볼 수도 있다. 2005년 발간되자마자 초판이 전량 회수되었으나 온라인 해적판으로 중화권을 발칵 뒤집어놓은 21세기 중국 문단 최고의 화제작이자 비공식 베스트셀러.




여백을 번역하라
조영학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번역은 기술이다.”


‘글맛 나는 번역’으로 유명한 조영학씨는 “Nice try, but this is going to be on my terms”를 이렇게 옮긴다. “오, 어디 한번 해보시겠다고? 그래봤자 칼자루는 내가 잡고 있지.” ‘직역’에 가까운 “제법인데? 하지만 이건 내 조건대로 이루어질 거야”보다 맛깔스럽지 않은가? 저자에 따르면 번역은 ‘단어(기호)만 바꾸는 작업(직역)’이 아니라 ‘다시 쓰기’다. 번역자가 외국어 텍스트의 내용(의미·형식·상황· 비유)을 파악한 뒤 그 결과를 우리말로 다시 쓰는 과정이다. ‘너무 술술 잘 읽혀서 아무래도 번역이 의심스럽다’라는 비난 같은 칭찬마저 받는 저자의 ‘번역 기술’이 공개된다. 영어와 한국어 간 문법체계, 사고방식 등의 차이로 빚어지는 문제를 정리한, 번역 표준과 오역 사례들은 기억해둘 만하다.




동물학대의 사회학
클리프턴 P. 플린 지음, 조중헌 옮김, 책공장더불어 펴냄

“동물학대는 가정폭력의 지표일 수 있으며 가해자의 상당수가 가정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동물학대를 정의하는 사회와 법의 시각은 다르다. 수천~수만 마리씩 죽는 동물실험과 동물농장은 사전적 의미로는 동물학대에 해당하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된 행동이다. 동물학대와 인간 폭력이 맺는 관계에 대해 연구해온 미국의 사회학자가
이 연구가 왜 중요한지 밝힌다. 최근 많은 국가가 동물학대에 주목하고 있다. 동물학대가 곧 인간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미국은 이를 토대로 2016년부터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처벌하는 게 가능해졌다. 책에서도 어린 시절의 동물학대 경험이 어떻게 인간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는지 밝히고 있다. 그 연관성과 상관없이 생명에 대한 폭력은 자체로 나쁘다고 말한다. 용인되는 폭력이 많은 사회일수록 안전과 거리가 멀다.




읽거나 말거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봄날의책 펴냄

“나는 내가 리뷰를 쓸 줄 모른다는 걸, 게다가 그다지 쓰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폴란드 문단을 대표하는 지식인. 1996년에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사실은 쓰기 싫다’라면서도 무려 35년간 매체에 서평을 써왔던 이 성실한 필자는 책 앞에서 겸손하다. 권위자가 아닌 애호가의 자리에서 자신의 무지를 고백하는 모습은 ‘대가’의 경지를 곱씹어보게 한다. 때때로 고스란히 드러내는 특정 책에 대한 호오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삼국지> 읽기를 시도했다가 포기하며 ‘완독 불가’를 선언하는 장면 등은 특히 킥킥대며 읽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을 끝까지 꼼꼼하게 읽은 사람은 편집자들밖에 없을 듯하다. 1만 부나 되는 초판을 찍어놓고 고작 두세 명이라니.” 자기계발서나 실용서, 식물도감이나 요리책처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서평 대상으로 삼은 점도 눈에 띈다.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
김세진 지음, 호밀밭 펴냄

“이토 히로부미의 스승, 아베 신조의 정신적 지주.”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은 대부분 서른 전에 스러졌다. ‘회천의 기수’인 다카스키 신사쿠가 그랬고, 메이지유신 지사들의 정신적 스승 요시다 쇼인이 그랬다. 죽지 않고 남은 자들은 이후 일본 내각과 군부의 주역이 되었다. 정한론을 주장한 요시다 쇼인의 유지를 받들어 조선 통감과 총독은 대부분 그가 가르친 ‘쇼카 손주쿠’ 출신들이 맡았다. 시골 서당 훈장인 요시다 쇼인에게서 메이지유신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러 스승을 만나 식견을 넓힌 그는 조슈번의 촉망받는 병법 학자에서 존왕양이 운동의 구심으로 나아간다. 쇼카 손주쿠를 통해 메이지유신 지사를 양성한 그에 대한 책이 일본에는 1200여 권이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메이지유신이 일어난 지 150년이 되어서야 한국에 그에 대한 책이 나왔다.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
윤종신 지음, 문학동네 펴냄

“한마디로 말해버리면 그만인 감정을 최선을 다해 복원하고 기록하고 묘사하는 거죠.”


방송인 윤종신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라면, 가수 윤종신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29년째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노래로 말해온 싱어송라이터 윤종신이 첫 에세이집을 냈다. 그동안 썼던 가사와 함께 그걸 만들 때 어떤 생각과 마음이었는지 덤덤하게 털어놓았다.
그의 가사는 일상어로 가득하다. 실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통해 감정 드러내는 걸 선호한다. 공원에 앉은 이별 직전의 커플을 보며, 우는 자신을 애써 모른 척해주는 아내의 등을 보며 가사를 썼다. 최근에 쓴 가사가 더 마음에 든다고 밝히기도 한다. 과거엔 주로 사랑과 이별에 대해 다뤘다면 요즘은 삶과 가치관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더 내밀하고 진실한 이야기가 담겼다. 윤종신이 만든 음악과 생각에 관한 중간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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