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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8월 24일 금요일 제5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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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비채 펴냄

“사랑하니까 때린다는 건 거짓말이야. 진짜 좋아하면 이렇게 꼬옥 안아주는 거야.”


같은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영상과 글은 맛과 멋이 다르다. 주로 에세이를 통해 글쓰기 실력을 보여줬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을 직접 소설화했다. 영화 원작의 제목과 같은 <좀도둑 가족>이다. 영화에서 목소리가 되지 못한 말들, 언어화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소설에 담았다고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어느 가족이 있다. 아들에게 좀도둑질을 전수해주는 아버지와 손님 옷 주머니를 뒤지는 어머니, 파친코 구슬을 훔치는 할머니, 어머니의 이복동생까지 다섯이다. 어느 날 학대가 의심되는 아이를 발견하면서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가족이라는 소재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온 감독의 문장이 영화만큼이나 섬세하고 영화처럼 눈에 밟힌다.




헌법의 현장에서
김선수 지음, 오월의봄 펴냄

“대통령이나 최고 사법기관은 국내에서 차별과 무권리로 신음하는 수많은 근로자들에게 반응해야 마땅했다.”

8월2일 대법관이 된 김선수 변호사의 헌법재판 변론기가 책으로 나왔다.
김 대법관은 헌법재판소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2009년 언론관계법 날치기 처리 사건을 두고, 그는 “국회 의결 절차상의 명백한 법률 위반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적극적인 시정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은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2010년 현대자동차가 파견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낸 헌법소원 사건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공개변론 후 3년 가까이 선고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하루빨리 합헌 결정을 해야 할) 최고 사법기관이, 근로자들이 무권리 상태에 있을수록 높게 평가되는 고용유연성 지수를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




시스터 아웃사이더
오드리 로드 지음, 주해연·박미선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주인의 도구로는 결코 주인의 집을 무너뜨릴 수 없다.”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인 오드리 로드는 1979년 <제2의 성> 출간 30주년을 기념해 열린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학술대회에 참여한 흑인 여성은 단 두 명이었다. 그는 당시 페미니즘 학계의 인종차별과 계급주의를 비판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저는 여기 모인 한 분 한 분께 요청합니다. 우리 내면 깊숙이 존재하는 앎의 장소로 내려가 거기서 꿈틀대는 차이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마주해야 합니다. 그것이 누구의 얼굴을 하고 있는지 보세요.” 로드는 이론가인 동시에 시인이었다. 삶의 주체로서 느끼는 감정은 ‘시’라는 새로운 언어가 됐다. 억압의 교차점에 서 있던 ‘시스터 아웃사이더’의 주장은 한결같다. 차이에서 오는 역동적 힘은 우리의 자아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풍요롭게 한다는 것.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이진순 지음, 문학동네 펴냄

“세상을 밝히는 건, 잠깐씩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짧고 단속적인 반짝임이다.”


세월호 구조 민간 잠수사였던 고 김관홍씨의 아내 김혜연, 아주대학교 경기남부권역 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효암학원 이사장 채현국….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진순 재단법인 ‘와글’ 대표가 2013년부터 최근까지 6년간 <한겨레> 토요판에 ‘이진순의 열림’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122개 인터뷰 가운데 12편을 책으로 묶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이 ‘훌륭한 인물’을 인터뷰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백마 타고 오는 초인’ 같은 존재는 현실에 없다. 좌절과 상처, 굴욕이 그대로 노출된 12편의 생생한 인터뷰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평범한 이들의 ‘반짝이는 순간’이 얼어붙은 세상을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더 걸 비포
JP 덜레이니 지음, 이경아 옮김, 문학동네 펴냄

“그에게 맞서면 그에게 파괴될 뿐이죠.”


괴짜이지만 저명하고 매력적인 건축가가 지은 완벽하게 아름다운 집이 있다. 조명부터 샤워기까지 모든 시설이 거주자의 취향을 반영해 자동적으로 조절되는 데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로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준다. 집세까지 싸다. 다만 세입자가 되려면 자신의 정치·사회적 기호를 드러내는 길고 긴 문답식 서류를 제출한 뒤 건축가와 일대일 면접을 거쳐야 한다. ‘합격’해서 이 집에 거주하게 되더라도 규칙과 금지 사항을 엄수하며 정기 점검까지 받는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의 여성 세입자 두 명의 목소리로 전개된다. 건축가에 대한 그녀들의 욕망이 들끓는 가운데 세 사람의 죽음이 돌출된다. 갈수록 부풀어 오르는 긴장감이 후반부에서 ‘쾅’ 하고 폭발한다.




눈물과 정치
이호걸 지음, 따비 펴냄

“박정희가 연설하는 중에도 눈물은 이어져, 결국은 박정희 자신도 울음을 터뜨렸다.”


한국인에게 ‘눈물’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인은 왜 그토록 눈물을 많이 흘릴까. ‘<아리랑>에서 <하얀 거탑>까지, 대중문화로 탐구하는 감정의 한국학’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이 내린 결론은 ‘정치’다. 격동의 현대사에서 정치가 대중의 눈물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권력을 행사하려는 자들은 위기감을 선호한다. 위기감이 일단 눈물을 흘리게 만들면, 대중을 동원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영화학자인 저자는 한국영상자료원에 틀어박혀 1960년대 영화를 하루에 몇 편씩 보다가 깨달았다. 처음에는 청승맞아 견디기 힘들었던 그 영화들을 보다, 결국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눈물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확신에서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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