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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어디만큼 왔니?

8월14일 ‘2018 <시사IN> 인공지능 콘퍼런스’가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국내외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강연과 상호 토론이 이어졌다. 객석에 있는 젊은 세대의 관심이 컸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2018년 08월 28일 화요일 제5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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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300석이 꽉 차 의자를 더 펴야 했다. ‘2018 <시사IN> 인공지능 콘퍼런스(SAIC)’가 ‘인공지능(AI), 인간의 선택을 묻다’라는 주제로 8월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표완수 <시사IN> 대표이사 겸 발행인의 환영사와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박원순 서울시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류 문명이 만들어온 모든 신기술은 본디 사람을 위한 길이었습니다. ‘사람이 먼저다’는 우리 정부의 국정 철학이기도 합니다. 이번 콘퍼런스가 인공지능 시대에 과학과 사람이 손잡고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축사를 보내왔다. 박선숙·박영선 의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대변인이 대신 참석)이 참석했고, 정세균 의원(전 국회의장)이 축전을 보냈다.


ⓒ시사IN 신선영
‘세션 2: 인공지능 토크콘서트’에서는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허일규 SK텔레콤 IoT/Data사업부장, 앨런 윈필드 영국 브리스틀 로보틱스랩 교수, 폴 메이슨 영국 방송인 겸 저널리스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로널드 아킨 미국 조지아 공대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의 기조 강연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기’로 오프닝 세션 ‘인공지능, 이미 와 있는 미래’가 시작되었다. 정 교수는 “아톰(atom)의 세계(현실세계)와 비트(bit)의 세계가 일치하는 세상에서는 완전고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불고용 시대’로 나아가게 된다. 완전히 새로운 솔루션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 로봇을 노동의 주체로 간주해 ‘기계세(machine tax)’를 물리는 아이디어, 기술을 잘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계급이 나뉘는 ‘기술 계급사회’,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논의되는 ‘인공지능 윤리’ 등 쟁점을 짚었다. 일자리가 사라지더라도 시민들이 자신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기업에 팔 수 있다면, 이것이 기본소득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소개했다.

‘세션 1: 인공지능, 세 가지 쟁점’은 로봇윤리 부문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널드 아킨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 교수의 강연 ‘킬러 로봇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나’로 막을 올렸다. 아킨 교수는 “우리는 절대로 전쟁을 벌여선 안 된다. 문제는 전쟁이 계속 발발하고 있고, 우리가 전쟁을 계속 할 것이라는 점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전투요원이 아닌 무고한 사람들이 인간의 전쟁범죄 혹은 실수로 죽는다. 기술을 이용한 ‘치명적 자율 무기’를 (금지 대신) 잘 규제해서 무고한 이들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킨 교수는 자신의 제안에 대해 “모든 전투 요원을 로봇으로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로봇에게 역량을 부과해서 인간의 판단 권한을 주자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비전투 요원을 보호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연사로는 로봇 자동화세 주창자인 앨런 윈필드 영국 브리스틀 로보틱스랩 교수가 나섰다. 윈필드 교수는 ‘로봇윤리:원칙에서 정책으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먼저 로봇윤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우려를 지적했다. 그는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간 로봇의 원칙과 표준을 수립하는 데 참여해왔다며, 특히 표준기관인 IEEE의 ‘투명성의 윤리(P7001)’를 만드는 데 가장 깊게 관여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무인자동차라는 기술이 우리 삶에 적용됐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도 자율 시스템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항상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연사로는 <포스트 자본주의:새로운 시작>의 저자인 폴 메이슨 영국 방송인 겸 저널리스트가 나서 ‘인공지능 시대는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수 있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정보기술이 자본주의 고유의 적응 능력을 방해한다면서, ‘포스트 자본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P2P(Peer to Peer·개인 간 직접 연결)와 협동조합, 오픈소스와 같은 비시장 부문의 생산을 촉진하고, 자동화를 촉진하며, (우버 등 플랫폼 기업의) ‘지대 추구’를 규제하고, 지식재산권을 혁신 단계로 제한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이로써 시장-국가-비시장 부문이 균형을 이루게 하고, 전 사회적 수준에서 인공지능 윤리를 고민해 기술로 삶을 더 낫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미래는 우리가 의도해 만들어나가는 것”

‘세션 2: 인공지능 토크콘서트’에서는 정재승 교수의 사회로 세 연사와 허일규 SK텔레콤 IoT/Data사업부장,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 교수가 패널로 나서 토론을 벌였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갖게 되기 전까지는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로봇을 만들면 안 된다’는 윈필드 교수 주장에 대해 이 교수는 “일종의 ‘자아’가 없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에 도달하기 어렵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에 윈필드 교수는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인공지능이 무슨 의미인지 아는 사람은 사실 아무도 없다. 인공지능을 연구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우리 스스로가 자연지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허일규 사업부장은 아킨 교수에게 “보안카메라 사업에서는 이미지 인식 머신러닝이 중요하다. 이 기술을 가장 발전시킨 국가가 중국이다. 개인정보 수집 규제가 없어서다. 규제 문제를 글로벌 차원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되나?”라고 물었다. 아킨 교수는 “로봇윤리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문화적 차이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보편 답안 하나로 해결할 수 없다. 일부 문화권은 개인 사생활 보호에 더 민감할 수도, 다른 문화권은 일반 대중 안전을 중시할 수도 있다. 지역별로 대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정재승 교수는 폴 메이슨에게 질문했다. 자본주의 붕괴까지 얼마나 걸린다고 보는지와, 공유경제와 자본주의, 포스트 자본주의 간 관계에 대해서다. 폴 메이슨은 “공유경제보다 ‘플랫폼 독점’이라는 말이 더 옳다고 본다. 규제 당국이 더 이상 기술기업들의 독점을 참지 못할 때 자본주의가 붕괴할 것이라 생각한다. 10년 안에 일어나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방청객도 질문을 했다. 자신을 사이버 보안 전문가라 소개한 한 방청객은 “아이스크림을 배달하는 드론과 테러에 쓰이는 드론, 피자 배달 로봇과 폭탄 배달 로봇을 어떻게 구분할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아킨 교수는 “무기인지 피자인지 알 수 없는 건 피자 배달원도 마찬가지 아닌가? 인공지능이든 우버든 피자 배달 로봇이든, 영수증에 적힌 세세한 정보로 추적하고 제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인사말로 윈필드 교수는 “미래는 우연히 이뤄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의도해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폴 메이슨은 “오늘 이 자리에 젊은 세대가 많이 왔다. 모든 일에 대해서 의문을 던져야 한다. 질문이 꼭 적절할 필요는 없다. 항상 물음표와 호기심을 갖길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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