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10일 이명박 횡령·뇌물 등 18차 공판

지난 공판에서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의 비망록을 제시했다. 불법자금을 주고받으며 그 대가로 금융기관장 자리를 저울질하는 낯 뜨거운 기록이 폭로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팔성 전 회장은 당선자 시절과 대통령 재임 기간 이명박 피고인에게 22억6230만원을 건넸다. 이날 재판에서 이 피고인의 변호인은 비망록이 조작됐을 수 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을 요구했다. 김명식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도 공개됐다.

ⓒ그림 우연식8월14일 재판에서 검사와 변호인이 증인석에 나란히 앉아 ‘이팔성 비망록’ 원본을 한 장씩 넘기며 검토했다.


판사:뇌물수수 부분 서증조사 시작하겠다.

검찰:김명식 전 인사비서관의 진술조서이다. 2008년 2월25일 이명박 피고인의 임기 첫날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2012년 8월 수석급인 인사기획관으로 승진했다. “법령이나 규정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인사는 인사비서관실에서 전부 추천 실무를 맡았다. 대통령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하는 직위는 법령상 8000개인데 실제는 1900개 정도다. 이 중 비상근 명예직이 약 1150개라서 실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는 800개다. 조직 자체가 비밀인 군과 국정원은 제외한 숫자다. 국정원 1급 이상이 수십명 되는데 대통령이 임명한다.” 검찰이 “대통령이나 실세 등이 챙기는 사람은 어떻게 반영하느냐”라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인수위에서 넘어온 하드 카피가 있었다. 대선 공로가 있는 사람들이 1000명은 된 듯하다. 하드 카피에 들어 있는 문서 형태는 엑셀, 한글, 수기 등 다양했다. 내용도 천차만별이었다. 고려대 출신으로 선거에 기여한 리스트, 기여도를 A·B·C로 표시한 것도 있었고, 선거 조직의 명칭이 적혀 있는 리스트도 있었다. (실세라고 알려진 사람도 인사를 추천했나?) 기억나는 게 대선 캠프 파일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추천한 사람 10명이 적힌 파일이 있었다. 희망 직위가 함께 적혀 있어서 일부 (그 자리에) 추천했다. 영 아닌 사람은 탈락시켰다. 이상득 의원 추천도 있었다. 누가 추천했는지가 매우 중요한 포인트였다. 추천자가 있으면 비고란에 꼭 적었다. (추천자로 중요하게 고려된 사람은 누구인가?) 이상득 의원, 최시중 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제일 먼저 말했고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이재오 의원, 여당 대표 등이었다.”

이팔성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임명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금융권 인사를 담당하는 이○○ 행정관이 ‘이팔성이라는 사람이 있다. 서울시 출신이고 대선에 기여를 많이 했다’고 해서 알게 됐다. 김희중 부속실장도 이팔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대선 공신이고 대통령과 가까우니 챙겨야 할 사람 중 하나’라고 했다. 이팔성이 한국거래소(KRX) 이사장 공모에서 떨어졌다. 인수위나 대선 캠프를 거쳐서 청와대에 온 행정관들이 ‘큰일났다. 빨리 적당한 자리를 줘야 할 사람인데 첫 판부터 안 좋게 되었다’라는 분위기였다. 한국거래소가 안 됐으니 어떤 자리가 좋을까 그런 내용을 논의했다. 이팔성 본인이 원하는 건 산업은행 총재였지만 임기가 좀 남아 있었다. 최대한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자리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이었다. 직접 은행을 경영하지는 않지만 이사회의 의사를 결정하는 자리이다. 금융권은 워낙 평판이 빤해서 함량이 떨어지는 사람이 가면 시끄럽다. 이팔성은 최상급은 아닌데 정무적으로 해결하려면 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지 않으냐, 그런 내용으로 행정관들이 저에게 보고를 했다. (서울시 출신이라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을 우려한 건가?) 관치 금융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고 깜이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변호인:재판장님, 이팔성 비망록 관련해서 말씀드리겠다. 변호인은 비망록을 매일 쓴 건지, 하루에 몰아 쓴 건지 의심을 가지고 있다. 1년 정도 계속해서 쓴 것은 국과수에서 감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판사:국과수에 해달라고? 매일 쓴 것인지 감정이 가능하겠나? 저는 이런 것은 처음 보는데.

변호인:변색의 정도라든지···.

판사:일단 원본을 한번 봐야 하지 않나 싶다. 사본만 봐서는 변호인도 판단이 어려울 것 같고 감정이 가능할지도 모르겠고.

검찰:재판부에서 원본을 보자고 하시면 언제든 준비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다만 저희도 과학적 수사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감정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것 때문에 재판 절차가 크게 지연된다면 반대한다. 일단 원본은 준비해보겠다.

판사:증인 신청하려면 오늘까지 내달라고 했는데?

변호인: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들이 제일 하고 싶은 건 경호에 관한 것이다. 대통령을 어디서,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검찰에서는 조사가 안 된 것 같다. 증인으로 누가 적합한 사람인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판사:알겠다. 경호 파트에서 증인 신청 한 사람 정도.

검찰:저희도 한 명 정도 신청할 여지가 있다.

ⓒ연합뉴스3월7일 이상득 전 의원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검찰청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8월14일 이명박 횡령·뇌물 등 19차 공판

이명박 피고인의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가 검찰에서 한 진술이 공개됐다. 이팔성 전 회장이 이명박 피고인에게 상납한 불법자금 중 상당 부분이 이 변호사를 통해 전달됐다. 조사 초기 혐의를 부인하던 이 변호사는, 지난 3월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될 무렵 범죄 사실을 시인했다. 재판부의 요구대로 검찰은 이날 ‘이팔성 비망록’ 원본을 법정에 가져왔다.

검찰:이상주 변호사가 피의자 신문을 앞두고 2018년 3월18일 스스로 제출한 진술서이다. 이팔성이 작성한 메모지(뇌물 공여 날짜와 금액 적시)의 전반적인 취지를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집사람과 얘기해봤는데 뜻밖에 제가 기억하지 못한 부분을 집사람이 많이 도와줬다”라고 되어 있다.

다음으로 이상주 2회 피의자 신문조서이다. “이팔성 회장이 대선을 언급하면서 장모님께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이팔성이 가회동 집(대통령 취임 전 MB 자택)에서 장모님을 만날 수 있도록 어레인지(주선)해드린 기억이 있다. 2007년 7월29일에 이팔성이 1억원을 주었다. 가회동 집에 있다가 이팔성이 전화해 나가보니 쇼핑백을 주면서 ‘장모님께 잘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근데 집에 장모님이 안 계셔서 장○○ 팀장에게 전달했다. 장○○은 장모님이 시집올 때 같이 오신 분이라 분명히 전달했을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이팔성이 ‘경선을 치르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경선 자금 지원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 바로 이상득 부의장에게 전달했다. 2007년 8월6일 이팔성에게 돈을 받아 그다음 날 이 부의장이 있는 롯데호텔 비즈니스센터 비즈니스룸으로 가서 전달해드렸다. 이 부의장은 비서관을 시켜 챙겨 갔다.”

다음으로 이상주의 3회 피의자 신문조서이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통해 이명박 후보에게 접근하려 했다. 2007년 상반기에 장인어른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어서 진지하게 그런 문제를 상의했다. 장인어른은 ‘나는 선거 일로 바쁘니 그런 사람은 나 대신 부의장께 이야기하거나 네가 부의장과 상의해서 처리하라’고 하셨다. 자금을 지원하려는 사람들까지 포함해 이 후보에게 말한 것이었고, 이 후보도 자금 지원 문제를 포함해 이상득 부의장과 상의하라고 한 걸로 이해했다. 이후 사람들에게 ‘MB(이명박)는 바쁘시니 SD(이상득)와 얘기해보시라’고 종종 말했다. 저도 이상득이 선거 캠프 최고 실권자로 선거 자금을 총괄했다고 알고 있었다. 이상득 부의장이 인사에 개입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이명박 후보는 형님(이상득)에게 많이 의존하고 도움을 받았다. 가족 모임에서 두 분이 낮은 목소리로 긴밀히 협의하거나 아예 두 분만 따로 방에 들어가 얘기했다. 이팔성 건을 직접 이상득 부의장에게 말씀드렸고 실제로 이팔성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되고 연임됐다. 이게 제가 경험한 것이다.” 이상 이팔성 부분 증거 설명을 마치겠다.

판사:이팔성 비망록 원본은 준비됐나?

검찰:그렇다.

판사:이 건 오늘 검증 형식으로. 한번 주시죠(검찰이 검은색 종이가방을 재판부에 전달한다. 재판장과 배석 판사가 종이가방에서 대학노트 크기의 비망록을 꺼내서 펼쳐본다). 비망록의 신빙성을 다투는 거니까 변호인과 검사가 증인석에 앉으셔서 같이 보는 게 어떨지(검사 2명과 변호인 2명이 증인석에 나란히 앉는다. 검사가 건네주는 비망록을 변호인이 한 쪽씩 넘기며 검토한다).

변호인:2008년 1월부터 4월까지 보고 있는데 같은 필기도구로 연결해서 쓴 걸로 보인다. 돈 전달 부분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기억을 더듬어 쓴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사본으로 본 것과 별로 차이가 없다.

검찰:눈으로 봐도 날짜별로 글씨 굵기가 다르다. 필압이 다르다. 바짝 붙여서 쓴 것도 있고, 넓게 쓴 것도 있고 다양하다. 5월13일에는 필기구가 다른 것도 명확히 확인된다. 증거조사 때도 충분히 말씀드렸지만 날짜별로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다. 당시 대통령 일정, 카드 사용 내역, 항공권 탑승 내역 등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변호인:기초 메모를 가지고 나중에 거꾸로 쓴 게 아닌지 의심이 된다. 누군가에게 제시하고 협박하거나 보여주기 위한 거라면 신빙성이 명백히 떨어지므로 따져봐야 한다.

판사:공식적으로 답변을 받기 위해서라도 한번 채택해서 보내보겠다. 증거신청 의견 오늘까지 확정 가능한가?

변호인:말씀드리기 좀 그렇습니다만,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결정을 굉장히 어려워하는···. 가능하다면 다음 기일에 말씀드리겠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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