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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8년 08월 17일 금요일 제5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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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라 와다쓰미의 소리를
일본전몰학생기념회 엮음, 한승동 옮김, 서커스 펴냄

“병영 안에는 한 사람도 인간다운 자가 없습니다. 나도 인간에서 멀어진 듯한 느낌입니다.”


이름이 제일 윗줄, 출생일이 한 줄, 전쟁 탓에 조기 졸업한 학력이 한 줄, 입대 날짜가 한 줄. 맨 마지막 줄은 이렇게 맺는다. “○○년 ○월○일, △△△에서 전사. ○○세.” 태평양전쟁으로 죽은 일본 학도병들의 유고집 <들어라 와다쓰미의 소리를>은 묘비처럼 유고의 주인을 설명한다. 이어지는 글에는 캄캄한 피 맛이 진득하게 배었다. 동료가 돌로 중국인의 머리를 깨어버리는 것을 막지 못한 자책, 제국주의의 야만성에 대한 분노, 자신의 죽음을 일본인으로서의 업보로 받아들이는 독백이 갈무리됐다. 더러는 자살 임무를 맡고도 ‘대동아전쟁의 필승’을 기원하는 유언을 남긴 자도 있다. 1949년 첫 출간된 이 책은 일본 반전운동의 출발점이 됐다. 전후 50년을 기념해 개정한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팔과 다리의 가격
장강명 지음, 아시아 펴냄

“사람들은 시야가 극도로 좁아지며, 먹을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게 된다.”


1990년대 중반 북한에 대기근이 일어났다.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이 기근으로 굶어죽은 북한 주민 수에 대한 추측은 33만명에서 300만명까지 다양하다. 2006년 탈북한 지성호 NAUH 대표도 그 시기를 지나왔다. 장강명 소설가가 그의 수기 원고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굶어죽는 비극에 대해 썼다.
굶을 때 어떤 일이 생길까. 사람이 굶으면 어느 순간 윤리 감각이 무너지고 여자들은 성매매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 자식을 버리는 부모도 흔하다. 몸은 비쩍 마르다 고도비만 환자처럼 배가 나오고 마지막엔 항문이 열린다. 지성호씨가 살던 함경북도 회령시 학포탄광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작가는 참사가 누구의 책임이었는지 비난의 대상을 찾지 말고 그저 비극에 슬퍼해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살아, 눈부시게!
김보통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왜 그래? 내 말은 들을 것처럼?”


‘대나무숲’이라는 이름의 익명 제보 게시판은 어느덧 대학가의 일상이 되었다. 수필가이자 만화가인 김보통의 웹툰 <살아, 눈부시게!>는 일종의 ‘대나무숲 웹툰’이다. 익명으로 투고된 짧은 고민들에 대해 강아지와 고양이, 너구리가 나름의 대답을 내놓는다.
캐릭터들 속 작가 김보통은 자신의 대답이 ‘말뿐인 위로’임을 명시한다. 해답을 제시하지도, 당신의 상황을 다 안다며 젠체하지도 않는다. 그 미묘한 줄다리기로 김보통의 고민 상담은 일상물로는 드물게 레진코믹스 연재 당시 인기 순위 5위에 올랐고, 휴재 3년이 지난 오늘까지 사랑을 받고 있다. 대나무숲이 대학가의 풍경에 스며들듯, 김보통의 진심 담긴 위로가 독자에게는 ‘말뿐인 위로’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기원 전후 천년사,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설계하다
마이클 스콧 지음, 홍지영 옮김, 사계절 펴냄

“이제 하나의 ‘고대 세계’가 아니라 연결된 고대 세계‘들’을 이야기하자.”


실시간 통신과 현기증 나는 항공교통망의 시대에 살다 보면 착각에 빠지기 쉽다. 우리 시대 이전의 세계는 다들 고립되고 연결망이라고는 없이,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고 따로따로
살았을 것이라는 착각이다. 하물며 고대 세계라면 말할 것도 없어 보인다.
영국 역사학자 마이클 스콧은 이 책에서 그 통념에 도전한다. 그는 고대 세계의 여러 문명을 따로따로 살피지 않는다.
오히려 고대 세계가 얼마나 긴밀하게 이어져 있었는지 되살려낸다. 이를 통해 따로따로 알던 고대 세계를 통합적으로 보여준다. 문명은 성장해가면서 비슷한 도전 과제를 만나곤 한다. 이를 해결할 좋은 아이디어는 이 연결을 타고 복제되어 나간다. 인터넷 시대 이전에도 지구촌은 있었다. 단지 속도가 느릴 뿐이다.




스토리텔링 연습
매트 매든 지음, 장치혁 옮김, 클라우드나인 펴냄

“형식과 내용, 스타일과 실체 사이의 끝없는 전쟁을 되풀이하지 말자.”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남들과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창의적인 기획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해본 독자라면 한 번쯤 눈길이 갈 법하다. 책의 저자는 하나의 사건을 99가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인물·사물·시간·공간별로 관점을 달리하면서 완전히 달라 보이는 이야기들을 탄생시킨다.
‘정답은 없어’라는 말을 진부한 충고가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조언으로 느끼게 해주는 책. 마지막 장을 넘긴 독자는 그의 일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누군가는 냉장고의 관점에서 사고하기 시작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자신의 하루를 광고로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교과서다.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이수현 옮김, 책갈피 펴냄

“자본주의의 본성은 바뀌지 않았다.”


겨우 20여 년 전 ‘이적표현물’로 낙인찍혀 조리돌림 당했던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이 세련된 표지와 깔끔한 새 번역으로 재출간됐다. 저자는 북한 같은 ‘기존 사회주의국가’ 들을 “마르크스가 생각한 사회주의의 부정”이며 “이 체제들의 몰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썼는데, 왜 그의 책이 이적표현물로 찍혔는지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다.
마르크스의 생애를 짧게 훑는 것으로 시작해서 ‘마르크스 이전 사상’들에 대한 비판적 개괄, 자본주의론, 노동자 권력으로 이어지는 책의 내용은 넓고 풍부하지만 일관된 논지를 중심으로 명확히 정리되어 술술 읽힌다. 마르크스주의의 여러 조류 가운데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의 주장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최고의 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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