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란 책 표지를 팔에 가져다 대었다. “내 팔은 이 색이 아닌데.” 되뇌다 의문이 든다. 나는 언제부터 나를 ‘노란 인종’이라고 여겼나. 누가 나를 노랗다고 규정했나. 타이완 국립대학 마이클 키벅 교수는 동아시아인의 인종적 정체성에 대한 ‘부정확하고 왜곡된’ 믿음의 뿌리는 의외로 견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18세기 중반까지 서구에서 아시아인의 피부색에 대한 표현은 다양했다. 올리브색, 적갈색, 짙은 색 등. 심지어 아시아를 일찌감치 여행한 유럽인 몇몇은 기행문에서 중국인과 일본인을 ‘백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노란색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색 관념이 아니었다.
책의 원제는 〈Becoming Yellow〉. 직역하자면 ‘노란색이 되다’ 정도랄까. 황인종이라는 분류 자체가 상상 속에서 발현되어 점차 고착화했다는 뜻이다. 노란 인종이 ‘당연한’ 개념이 되기까지 근대 유럽인의 노력이 이어졌다. 18세기 생물학자인 린네가 처음 ‘lurĭdus(라틴어로 노란색, 연황색 혹은 창백한, 섬뜩한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됨)’라는 단어로 아시아인을 구분했고, 이를 증명하려 각종 유사 과학이 동원됐다. 골상학과 우생학이 황인종이라는 분류를 거창한 과학적 결과물인 양 포장했다. 서구 의학은 ‘몽고인종’의 특징이라며 몽고반점, 몽고증(다운증후군) 따위의 개념을 만들어 전파했다. 이렇게 짜깁기한 관념을 안타깝게도 20세기 동아시아는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스스로 우리를 ‘황색’이라 지칭한 것이 우리의 근대였다. 해서 이 정체불명의 노란 관념은 여전히 살아서 증식한다.
황인종 개념의 유래를 쫓아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700명이 넘는 이들의 여행기, 연구서, 비망록, 저서 등을 참고했다. 나와 우리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규정되었는지 천천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
회사 스트레스를 통찰로 바꾸려면
회사 스트레스를 통찰로 바꾸려면
백지선 (흐름출판 편집자)
남들이 선호하는 직장에 다니다가도 사표를 던지고 이제 내 삶을 찾겠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부쩍 많이 들린다. 다른 좋은 일을 찾았다면 축하할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표는 ...
-
이제 나는 을밀대를 다르게 기억한다
이제 나는 을밀대를 다르게 기억한다
장일호 기자
슴슴한 맛의 깊이야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을밀대 하면 반사적으로 평양냉면이 떠오르곤 했다. 나를 처음 을밀대에 데려가준 선배의 의기양양한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그 눈...
-
조선만 사랑했던 황제의 재림일까?
조선만 사랑했던 황제의 재림일까?
문정우 기자
작고한 타이완의 지식인 보양 선생은 중국 역사에서 특히 정신 상태가 황폐했던 황제가 다스린 때를 단두정치(무뇌 정치) 시대라고 불렀다. 단두정치 시대는 수도 없었는데 그중에서도 명...
-
직관을 따를 수 있는 용기
직관을 따를 수 있는 용기
박지석 (도서출판 항해 대표)
직관(直觀)은 무의식의 발현이다. 가령 특정 기기의 조작 편의성을 판단할 때, 우리는 그 사용법이 ‘직관적이냐, 그렇지 않으냐’를 기준으로 삼는다.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
또 다른 ‘쓰치’에게 손 내밀어주길
또 다른 ‘쓰치’에게 손 내밀어주길
이승희 (비채 1팀 편집장)
작년 여름의 일이다. 십대 딸을 키우는 남자 선배가 딸이 소설을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걱정된다는 얘기인 줄 알고 몇 마디 거들었는데, 이런 대답을 들었다. 자신의 딸이 소...
-
기자가 추천하는 책
기자가 추천하는 책
김은지 기자
이 책의 출판 계획을 저자에게 직접 들었을 때 이렇게 물었다. “선배, 은퇴해요?” 기사 모음집이라니? 퇴직하는 교수나 법관에게 후배들이 헌정하는 논문집은 알아도, 기사를 엮어 책...
-
편집자를 사로잡은 마성의 출판사
편집자를 사로잡은 마성의 출판사
천혜란 (남해의봄날 편집자)
새로운 책을 접할 때면 보통 작가나 그 책 자체에 먼저 집중하고 이후에 그 책을 낸 출판사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핸드메이드 아트북...
-
이렇게 재미있는데 소개되지 않은 책방
이렇게 재미있는데 소개되지 않은 책방
임지영 기자
지난겨울, 운 좋게 혼자 떠난 일본 여행에서 2박3일 동안 주로 서점에 머물렀다. 거기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일본어를 몰라 구글 번역 앱을 켜고 책 표지를 찍었다. 그러면 기특하...
-
수십억 년의 역사가 만화로 나왔다
수십억 년의 역사가 만화로 나왔다
박성표 (〈월간 그래픽노블〉 전 편집장)
앙코르와트를 여행한 적이 있다. 12세기 건축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거대하고 정교한 앙코르와트는 눈이 닿는 곳마다 다양한 부조(浮彫)를 새겨 그들의 신화와 역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