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 김치전을 올려다보며 한껏 기대에 차 있던 흰색 강아지가 한 점도 얻어먹지 못하자 축 처진 눈으로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이 사진이 ‘개’와 ‘시무룩’을 합성한 ‘개무룩’이라는 제목으로 2014년 한 페이스북 계정(@rundarly)에 올라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순식간에 조회수 200만이 넘었고 현재까지 7만이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개무룩 강아지’로 널리 알려진 달리(6·포메라니안) 얘기다. 달리의 일상이 올라오는 인스타그램 계정(@run_darly) 팔로어는 28만5000명에 달한다.
사람처럼 입을 벌린 채 자고, 칫솔로 양치를 하며, 씻기 싫어서 자는 척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달리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동물 최초로 인천국제공항 명예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2년에 태어난 달리는 사고로 오른쪽 앞발을 잃은 채 유기되어 동물병원에서 지냈다. 2013년 2월24일 달리를 입양한 이지은씨(32)는 “유기견 입양은 특별한 희생정신을 가진 사람만 하는 줄 알았고 처음에는 희생이라고 생각했는데, 달리를 키운 게 인생에 큰 선물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달리를 만나기까지의 이야기와 이후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 책 〈달려라, 달리!〉(김영사)를 냈다. 일명 ‘개서전(개와 자서전의 합성어)’으로 불리는 이 책의 저자 사인회에 가면 달리의 발바닥 도장을 받을 수 있다. 인세 일부는 유기동물을 위해 쓰인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도 책을 읽다 보면 사람과 동물이 동반자로 살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특히 이씨와 달리가 제주도로, 미국으로 함께 여행하는 장면은 왠지 모르게 울컥함을 불러일으킨다. 이씨는 미국에서 반려동물과 반려인에 대한 배려에 특히 놀랐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식당에 들어가기도 전에 대기하는 자리에서 ‘개 안 돼요’라고 하는데 미국은 ‘개와 함께 있으니 먼저 들어오세요’라고 하더라. 또 한국에서는 시각장애인 안내견마저도 공공장소에서 거부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는데, 미국에서는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정신적 안내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그 범위를 확장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씨 자신도 반려동물과 동반 출근이 가능한, 한국에선 아직 보기 드문 회사에 다닌다.
이씨는 원래 달리에게 들어오는 각종 요청에 소극적이었다. “사람이라면 ‘내가 이 아이를 보육원에서 입양했어요. 여러분도 하세요’라고 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 내키지 않았다.” 그런 이씨의 생각도 점차 바뀌었다. 달리의 영향력을 실감하면서다. 이씨는 “‘달리를 보고 유기견을 입양했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나 역시 달리를 만나고 나서 다른 ‘달리들(유기견)’을 돕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맺는다. “달리의 존재 자체가 유기견 입양에 대한 편견을 깨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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