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규리씨(39)와 간송미술관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혜원 신윤복의 삶을 조명한 영화 〈미인도〉를 준비하던 김씨는 신윤복 공부에 열심이었다. 관련 책을 읽고 자료를 구해 연구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껴 신윤복의 그림을 직접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간송미술관의 문을 처음 두드렸다. 하지만 결과는 퇴짜였다. 전시 기간이 아닐 때는 작품을 따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신윤복의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을 통해 겨우 관람할 수 있었다.
간송미술관과의 인연은 다른 방식으로 이어졌다. 간송 전형필을 다룬 프로그램에 김씨가 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접촉하게 되었다. 전통 미술에 대한 김씨의 애정과 열정을 읽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손을 내밀었고, 김씨는 이에 화답하며 적극적으로 재능 기부에 나섰다. 그때를 김씨는 이렇게 회고했다. “밖에서 보기에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대단한 조직 같았는데 불과 몇 분이 일당백으로 이 일 저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간송미술관에서만 하던 전시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옮겨 외연을 확장하던 시기였다.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김씨의 재능 기부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녀는 〈간송문화전 5부:화훼영모-자연을 품다〉 전시 때 오디오 가이드 제작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전시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도왔다. 지난해 〈훈민정음과 난중일기: 다시, 바라보다〉 전시 때는 일일 도슨트(해설가)로 나섰다.
6월28일부터 11월30일까지 서울 DDP에서 여는 〈조선 최후의 거장, 장승업×취화선展〉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부탁하면 열 일 제치고 나와서 직접 전시 설명을 한다. 그럴 때면 늘 꼼꼼히 메모한 대학노트가 그녀의 손에 들려 있다. 각각의 그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장승업의 여러 일화를 곁들여 능숙하게 소개한다. 도슨트 자원봉사에 나선 이유에 대해 김씨는 “전문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 같은 대중 연예인이 나서면 일반인들이 좀 더 쉽게 전시에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전시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화 공부를 더 하게 되어 좋다”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아마추어라고 낮추지만 〈미인도〉 출연 뒤 김씨는 꾸준히 한국화를 그리고 있다. 얼마 전 궁중화 스타일로 ‘일월오봉도’를 그렸고 지금은 ‘책가도’를 그리고 있다. 조만간 ‘백학도’도 그릴 계획이다. 그녀는 “배우는 역할을 위해 어떤 분야를 짧은 시간에 깊이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영화를 위해 그림을 배웠지만 한국화는 깊은 맛이 있다. 그래서 계속 그리게 되었고 앞으로도 더 배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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