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채라는 바늘구멍은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기에는 너무 좁다. 바늘구멍 밖은 지나치게 황량해서 장시간·저임금 노동은 기본이다. 이 노동시장에서는 시장 원리가 거의 무제한으로 적용되어 불법 파견이 횡행한다. 직원이 갑자기 출근하지 않아도 곧 다른 직원으로 대체되기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대기업에 다닌다고 해서 평생직장이라는 안도감은 없지만, 근속 연수에 따라 가파르게 오르는 임금 곡선과 각종 복리후생, 강한 노동조합은 분명 한쪽 세계에만 있다. 둘은 한국에 존재하는 두 노동시장, 이른바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이다.
이런 격차는 지속 가능하지 않아서 어떤 식으로든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바꿔나가는, 나아가 기업의 비정규직 사용과 관련한 규제를 다시 설정해가는 어려운 과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이 노사정 대화를 복원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동의 계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시대에 조감도가 되어줄 책 가운데 하나가, 노동사회학자인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쓴 〈한국 고용체제론〉이다. 2013년에 나왔지만 지금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 아는 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느낀다.
저자는 한국 노동시장의 고용 안정성과 임금 불평등이 외국 노동시장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고용체제를 ‘신자유주의적 분절 고용체제’라 규정한다. 이어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한국 노동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고용 형태와 기업 규모 중 노동시장 불평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등 한국 고용체제의 주요 측면을 다룬다. 그 무기는 국내외 데이터와 그래프, 그리고 신중한 논증이다. 노동 이슈에 관심이 있지만 ‘선악’의 문제로만 이야기되는 데 갈증을 느낀 독자라면 만족감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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