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먼저 유튜브에 들어가서 검색해보길 바란다. 업로드한 동영상이 쭉 뜰 것이다. 그런데 그 중 제이 플라 오리지널이 화제를 모은 경우는 많이 없다. 인기를 모은 건 거의 전부가 커버곡이다. 참고로, 해외에서는 리메이크라기보다 커버라고 부르는 게 더 일반적이다. 제이플라는 ‘커버곡 (여)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음악 역사에서 커버는 언제나 오리지널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얻어왔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사고다. 복사본이 더 선명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이 지점에서 중요해지는 요소가 ‘플랫폼’이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커버는 이미 뿌리 깊은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창작곡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경우 역시 셀 수 없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현상은 다음과 같다. 커버라는 작업이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광범위한 형태로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음악을 (반)영구적으로 소유·소장했던 과거에는 대상의 오리지널성(性)이 중요했다면, ‘플랫폼’으로 음악을 ‘구독’하는 스트리밍 시대에는 그것이 무의미해진 거라고. 멀리 갈 것도 없다. 제이플라의 구독자 수를 한번 보라. 창작자들만큼이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지 않나.
음악 만들기의 핵심 ‘창의적인 결합’
기실 이건 대중음악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는 흐름이다. 신시사이저와 샘플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미 존재하는 곡들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결합하는가’가 음악 만들기의 핵심 방법론으로 부각되었다. 이런 경향을 상징하는 동시에 현재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두 가지 장르, 바로 힙합과 EDM이다. 과거 유산을 재발견한다는 측면에서 유튜브의 커버 문화 역시 이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흐름은 창작 행위의 종말을 예고하는 건 아닐까. 어쨌든, 창작에 부여해왔던 독점적인 권위가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비단 음악만이 아니다. 모든 예술에서 ‘조합’과 ‘재해석’이 중요해진 시대에 제이플라 같은 커버 전문 가수가 원작자만큼이나 큰 인기를 누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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