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 정도 스타는 어떤 인간상을 대표하게 마련이다. 세련된 여성이나 도회적 인간, ‘국민 여동생’, 천재적 재능의 스포츠 스타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설현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섹시와 청순, 귀여움을 모두 가졌다고는 하지만, 그를 ‘천의 얼굴’이라 부르진 않는다. 오히려 섹시와 청순, 귀여움 사이의 백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팬들은 그를 조금 더 알고 있다. 팬 사인회 만남이나, 예능에서 보여주는 찰나의 힌트도 근거자료가 된다. 그러나 이런 ‘설’들은 팬덤 밖으로 좀처럼 전달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에게서 보이는 것은, 오로지 몸이었다. 이동통신사 대리점 앞의 입간판이고, ‘설현 청바지’로 만든 스마트워치 밴드이며, 맥주의 ‘바디감’이다.
물론 본인이 이를 바꿀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대체로 연예인은 자기 이미지를 스스로 알아서 구축한다. 실제로 다른 멤버들은 어느 정도 자신의 캐릭터를 선보였다. 마냥 귀여워 보이지만 할 말은 한다든지, 섹시함의 대명사 같지만 성격은 수더분하다든지 하는 것이었다. 설현도 연기 활동을 했으나 캐릭터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그 몸에 대한 전 국민의 집착적인 ‘애정’은, 잘 익은 고기를 몸매에 비유하는 발언이 거리낌 없이 방송될 정도였다. 연예계의 불확실성 속에 개인이 감당할 책임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설현이 한 잡지와 인터뷰하며 “여성에 관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생겼다”라고 말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중이 위신도 예의도 내려놓고 숭배하던 몸이지만 그 가치는 대단치 않았다.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모른다며 이를 핑계 삼아 극단적인 비난을 퍼부을 수 있는, 딱 그 정도였다. 그가 몸소 체험한 이 현실에 대해, 다른 어떤 사실이나 사상이 이해의 틀을 제공할 수 있을까.
서글서글한 얼굴 너머의 설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는 이제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어차피 스타의 속내를 샅샅이 알지 못하며, 그럴 필요도 없다. 알고 있는 두어 가지 면모가 ‘자연인 김설현’이 아닌 ‘연예인 설현’을 결정한다. 가혹한 세계다. 그러나 그는 이제 백지가 아니다. 대중이 아름답다고 찬탄하는 몸, 그 이상의 존재로서 설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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