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남용. 말하자면 그는 범죄계의 슈퍼스타다. 거침없는 살인과 강간으로 ‘희대의 살인마’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럼에도 막대한 재산과 배경을 가진 부모 덕에 지은 죄에 비해 적은 형벌을 받았고, 출소를 앞두고 있다. 그런 노남용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자유를 잃는 것이다.
여기, 그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내가 있다. 보호를 전문으로 하는 특별한 회사에서 ‘사냥꾼’이라 불리는 이 사내는 긴 시간 준비한 덫으로 그를 자유 없는 교도소로 다시 돌려보낼 생각이다. ‘놈은 충분한 벌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냥꾼이 노남용에게 던지는 이 찰진 대사를 들어보자. “남용아, 복귀해야지. 형벌과 눈물이 있는 테마파크로. 너 같은 놈들이 잔뜩 있는데 그놈들마저 너를 경멸하는 곳으로.”
그러나 상대는 괴물 같은 살인마. 고통을 즐기는 마조히스트에 프로파일러 기질까지 갖추고 있다. 악마적이고 천재적이다. 그렇기에 놈이 다니는 거리에 놓는 덫은 치밀하면서도 정밀해야 한다. 조금의 빈틈도 허용되지 않는다. 과연 ‘사냥꾼’이 놓은 덫에 노남용이라는 희대의 살인마는 의심 없이 걸려들까? 그리고 독자는 마지막 반전의 덫에서 헤어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우리 사회를 두고 여전히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범죄에 대해 제대로 책임이 지워지지 않기에 참회는 항상 공염불이고, 피해자만 불쌍한 눈물의 땅이 되었다고 말한다. 멀리는 5월 광주의 가해자가 그랬고, 가까이는 아동 성폭행 등 공분을 산 일련의 사건이 그러하다.
작가는 스릴러라는 긴장감 넘치는 소설의 틀을 통해 ‘죄 지은 자가 제대로 된 형벌을 받지 않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우리를 지킬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형벌이 교정의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납득할 만한 형벌만이 진정한 사죄의 시작’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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