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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파괴하는 민주주의라니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2018년 06월 18일 월요일 제5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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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차 뭉크 지음
함규진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아무래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뽑으라고 내버려두기엔 너무 중요한 자리다. 우리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어떨까? 요즘 분위기면 도널드 트럼프 재선에 몰표가 쏟아지지 싶다. 그런데 떠오르는 정치학자이자 대중 연설가 야스차 뭉크는 다시 생각해보라고 우리 바짓가랑이를 잡는다.

<위험한 민주주의>는 도발적인 책이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도 어느 날 비민주적 체제로 후퇴할 수 있다. 이 주장이 왜 도발적인가? ‘민주주의의 공고화’라는 이론이 있다.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민주주의는 붕괴하지 않는다는 원리다. 뭉크는 이 권위 있는 이론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는 자유주의 원리를 내재해야 작동한다. 그런데 이 둘은 한 몸이 아니라 언제나 충돌할 수 있다. 그러면 선진 민주주의라도 후퇴한다. 그게 우리 시대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이라고 뭉크는 말한다.

지금까지 공고화 이론이 맞는 것처럼 보였던 이유는, 시대적 상황 덕에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충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운이 좋아서다. 증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있는 모든 짓을 보라. 그는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되, 소수자 인권과 언론의 자유와 헌법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데 거의 사명감을 가진 것처럼 군다. 트럼프식 통치는 자유민주주의의 규범을 파괴하고,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충돌을 수습 불가능한 곳까지 밀고 나간다. 그것도 ‘공고화’가 예전에 끝났다는 민주주의의 고향에서.

다시 미국 대통령 투표권을 생각해보자. 트럼프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없어서는 안 될 키맨이다. 동시에 민주주의의 기반을 파괴함으로써 세계를 더 나쁜 곳으로 몰고 가는 포퓰리스트다. 자, 어느 쪽인가. 나는 결론을 못 내겠다. 심지어 한반도 평화체제를 한쪽 저울에 올렸는데도, 반대편 저울에 이 책을 올리니 그렇게 되었다. 쉽게 읽히지만 묵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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