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대표팀을 소개하기에 앞서 크로아티아의 역사를 먼저 살펴보자. 팀을 알기 위해서는 이 나라의 역사를 단편적으로나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크로아티아는 발칸반도 서북쪽에 위치한 국가다. 1918년 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왕국을 거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이었다가 내전을 통해 1991년 6월, 분리 독립하기에 이르렀다. 즉 크로아티아의 역사는 1991년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유고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으나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에게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탈락했다. 당시 유고 대표팀에는 세르비아계와 크로아티아계, 슬로베니아계, 보스니아계, 그리고 마케도니아계까지 다양한 계열의 선수들이 운집해 있었다. 이 중에서 크로아티아계가 팀의 중심 역할을 했다. 다보르 수케르와 로베르트 프로시네츠키, 알렌 복시치, 로베르트 야르니 같은 20대 초반의 젊은 재능 있는 선수들이 크로아티아계였다.

ⓒAFP크로아티아 축구 국가대표팀
이들을 중심으로 한 크로아티아는 독립하고 처음 참가한 유로 1996에서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어진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간판 공격수 다보르 수케르와 플레이메이커 즈보니미르 보반, 핵심 수비수 슬라벤 빌리치 등의 활약에 힘입어 3위를 차지하며 돌풍의 팀으로 떠올랐다.

이후 크로아티아는 지속적으로 다리오 스르나와 요시프 시무니치, 코바치 형제(니코와 로베르트), 이비차 올리치, 니코 크란차르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하면서 동유럽 강호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다만 꾸준히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유로(특히 유로 2008에선 5위를 차지했다)와는 달리 월드컵에선 매번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면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2010 남아공 월드컵 때는 예선에서 탈락해 본선 진출조차 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현 크로아티아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와 이반 라키티치(바르셀로나),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 베드란 초를루카(로코모티브 모스크바), 이반 스트리니치(AC 밀란)는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이반 페리시치(인터 밀란)와 데얀 로브렌(리버풀), 밀란 바델리(피오렌티나), 도마고이 비다(베식타시) 같은 선수들도 20대 후반에 달하고 있다. 즉 이번 대회가 모드리치 등 크로아티아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마지막 월드컵일 수 있기에 상당히 의미가 크다.


ⓒEPA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크로아티아가 자랑하는 월드클래스 미드필더.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고 공수 모두에 걸쳐 준수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플레이메이커 유형의 미드필더로 정교한 패스 능력은 물론 플레이메이킹에 능하다. 소속 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챔피언스 리그 4회 우승 포함해 총 14회 우승을 기록했다. 전설 수케르와 함께 크로아티아 올해의 선수 최다 수상자(6회)이기도 하다. 이제 그에게 딱 하나 남은 건 바로 대표팀에서의 성공이다.

ⓒXinhua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 전설적인 공격수 수케르에 이어 크로아티아 역대 A매치 최다 골 2위(30골)에 올라 있는 간판 공격수.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서도 5골을 넣으며 팀 내 최다 골을 기록했다. 최전방 원톱은 물론 좌우 측면 공격수까지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하고,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전방 압박에 능하다. 특히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던 2013-2014시즌 당시에는 헤딩으로만 7골을 넣으며 유럽 5대 리그(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선수들 중 가장 많은 헤딩골을 기록했을 정도로 제공권에 강점이 있다. 다만 30대에 접어들면서 득점력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유로 2016 본선에서 무득점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크로아티아가 월드컵 무대에서 기대치에 충족하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선 만주키치의 득점이 필수적이다.

ⓒEPA이반 라키티치(바르셀로나)
이반 라키티치(바르셀로나)
모드리치와 함께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 중 한 명. 원래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으로 강력한 킥력에 더해 뛰어난 패스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기술적인 완성도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는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 유형의 미드필더. 하지만 소속 팀 바르셀로나와 크로아티아 대표팀에서는 본인의 공격 재능을 희생하면서까지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팀 상황에 따라선 측면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라키티치가 뒷받침해야 모드리치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EPA안드레이 크라마리치(호펜하임)
안드레이 크라마리치(호펜하임)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는 크로아티아의 떠오르는 공격수. 소속 팀 호펜하임에서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넣으며 절정에 오른 득점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크로아티아 대표팀에서도 우크라이나와의 러시아 월드컵 예선 최종전에서 2골을 넣으며 탈락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이 경기에서 무승부에 그쳤다면 크로아티아는 예선 탈락이었다). 게다가 그리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골을 넣으며 4-1 대승에 기여했다.


현재 크로아티아의 최대 약점은 바로 득점력 부족이다. 지난 유로 2016 본선 16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포르투갈을 상대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도 연장 접전 끝에 0-1로 아쉽게 패한 건 결국 득점 부재에 있었다. 만주키치와 칼리니치, 페리시치는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크라마리치가 크로아티아의 성패를 쥔 선수일지도 모른다.

최강의 허리 라인, 뛰어난 조직력, 다양한 공격 옵션

크로아티아는 포지션 전체에 걸쳐 특별한 약점을 찾아볼 수 없는 편이다. 특히 크로아티아의 강점은 바로 화려한 미드필더 라인에 있다. 모드리치와 라키티치를 중심으로 바델리(피오렌티나)와 마테오 코바치치(레알 마드리드), 마르첼로 브로조비치(인터 밀란) 같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중앙 미드필더들이 즐비하다. 모드리치와 라키티치의 중원은 이번 월드컵 참가국 중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수비 라인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 구축하고 있는 만큼 뛰어난 호흡을 자랑한다. 게다가 전임 대표팀 감독 안테 차치치와의 불화로 유로 2016 명단에서 제외됐던 핵심 수비수 로브렌이 복귀하면서 한층 짜임새 있는 수비를 선보이고 있다. 실제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10경기에서 크로아티아는 단 4실점만을 허용하고 각 조 1, 2위를 차지한 18개 팀들 중에서 스페인과 잉글랜드(두 팀 모두 3실점)에 이어 최소 실점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이에 더해 안드레이 크라마리치와 안테 레비치(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마르코 피야차(유벤투스) 같은 젊은 공격수들이 가세하면서 한층 다양한 공격 옵션을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더 이상 지난 유로 2016에서처럼 중앙 미드필더인 브로조비치를 측면에 배치할 이유가 없어졌다.

다만 크로아티아의 단점은 바로 공격진의 파괴력 부족에 있다. 확실하게 골을 책임질 수 있는 공격수가 없다. 만주키치는 30대를 넘어서면서 득점력이 떨어지고 있고, 백업 공격수 니콜라 칼리니치 역시 급격하게 하향세를 타고 있다. 크라마리치와 레비치는 메이저 대회 경험이 현격히 부족하다. 공격진에게 양질의 크로스를 제공해야 하는 페리시치도 이번 시즌 소속팀 인테르에서 부진한 시기를 보냈다.

득점력 저하 문제는 크로아티아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성적을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는 10경기에서 15득점에 그쳤다. 그마저도 6골은 이번 월드컵 예선에 처음으로 참가한 코소보를 상대로 기록한 것이었다. 이는 각 조 1, 2위를 차지한 18개 팀 중 아일랜드(12득점) 다음으로 적은 수치에 해당한다. 즉 크로아티아가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득점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주전 선수들의 나이가 다소 많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선발 출전이 유력한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만 29.4세로 30세에 육박한다. 이는 짧은 일정 속에서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월드컵 같은 단기 토너먼트에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지난 유로 2016 본선에서도 크로아티아는 스페인을 꺾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으나 포르투갈에게 연장 접전 끝에 0-1로 석패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기자명 김현민 (〈골닷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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