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월드컵 역사상 여섯 번째로 강한 팀이다. 브라질(5회), 독일·이탈리아(이상 4회), 아르헨티나·우루과이(이상 2회) 다음으로 많은 타이틀(1회)을 차지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준우승한 이후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브라질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하며 부활의 전조를 보였다. 2년 뒤 열린 유로 2016에서는 16년 만에 준우승을 거뒀고, 이는 이번 월드컵에서 ‘레블뢰 군단(프랑스 대표팀 애칭)’의 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프랑스의 최대 강점은 호화 스쿼드다.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해당 포지션에서 세계 최고급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세계 축구 이적료 순위 1~5위에 프랑스 선수가 세 명이나 포진했다.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1억4500만 유로, 2위), 우스만 뎀벨레(바르셀로나, 1억1150만 유로, 4위),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억500만 유로, 5위)다. 이들을 비롯한 최종 엔트리 23명이 빠짐없이 유럽 5대 리그에 소속돼 있다.
미드필드는 7명이나 뽑은 공격진에 비해 양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질적으로는 대단히 높다. 세계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인 포그바, 은골로 캉테(첼시)를 보유했다. 여기에 허리에 활동량을 충전해주는 ‘엔진’ 블레이즈 마투이디(유벤투스), 이번 시즌 스페인 라리가와 챔피언스 리그에서 A급으로 성장한 스티븐 은존지(세비야), 실력에 비해 저평가받는 코렌틴 톨리소(바이에른 뮌헨) 등 누가 나와도 든든하다. 측면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 자원의 역량만 따지면 세계 톱클래스다. 다만 언급했듯, 자원풀이 부족해 두 명 정도만 다쳐도 주름살이 깊어진다. 그리고 활동량을 앞세운 스타일이 많아 포그바와 캉테의 창의성이 막히면 상위 레벨 팀 간 대결에서는 의외로 고전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
수비 라인인 포백은 센터백이 상대적으로 강한 대신 측면은 아쉬움을 남긴다. 센터 라인에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주전 중앙 수비수인 라파엘 바란과 사무엘 움티티가 호흡을 맞춘다. 측면에는 뱅자맹 멘디, 지브릴 시디베 등이 있지만 메이저 대회 경험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멘디는 소속 팀 맨체스터 시티에서 부상으로 7개월가량을 뛰지 못해 한 시즌 가까이 허비했다. 본선에서 부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들 사이드 백을 대체할 나머지 서브들의 기량은 프랑스라는 이름값에는 다소 미달된다. 센터 라인 자체는 단단하나 측면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공격보다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유로 2016 준우승 거머쥐며 부활 예고
최후방에는 위고 요리스(토트넘 홋스퍼)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정상급 수문장이 버티고 있다. 요리스를 뒷받침하는 서브 골키퍼들의 수준도 상당하다. 리그 1에서 잔뼈가 굵은 스티브 만단다(올랭피크 마르세유)와 알퐁스 아레올라(파리 생제르맹)가 요리스를 보좌한다. 모두 소속 팀에서 주전 장갑을 끼고 있는 선수들이다.
최종 엔트리에서 떨어진 선수들 면면만으로도 유럽 상위 팀 베스트 11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자원풀이 풍부하다.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 알렉상드르 라카제트(아스널), 앤서니 마샬(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랑크 리베리, 킹슬리 코망(바이에른 뮌헨), 케빈 가메이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비삼 벤 예데르(세비야, 이상 공격수), 디미트리 파예(올랭피크 마르세유), 무사 시소코(토트넘 홋스퍼), 티에무에 바카요코(첼시), 아드리앵 라비오(파리 생제르맹), 제프리 콘도그비아(발렌시아, 이상 미드필더), 로랑 코시엘니(아스널), 마마두 사코(크리스털 팰리스), 아이메릭 라포르테(맨체스터 시티), 뤼카 디뉴(바르셀로나), 커트 조우마(스토크 시티), 라이빈 쿠르자와(파리 생제르맹, 이상 수비수)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떨어졌다. 이 중 코망과 코시엘니 등은 부상, 벤제마는 제명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레블뢰를 이끄는 데샹 감독은 선수 시절에 이어 지도자로 두 번째 우승을 노린다. 이미 프로 감독으로는 수차례 정점에 섰다. 2003-2004시즌 AS 모나코의 UEFA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을 비롯해, 2007년 유벤투스의 이탈리아 세리에 A 승격, 2010년 마르세유의 도메스틱(국내) 트래블 등을 이끌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선 스페인, 독일, 벨기에, 포르투갈보다 나은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7승 2무 1패로 순조롭게 A조 선두를 이끌었다. 어린 선수들을 중용하고 최대 장점인 2선 측면, 포그바를 공격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더블 볼란테(캉테-마투이디) 활용에선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러나 이번 최종 엔트리 차출 과정에서 라비오 등 선수들과 적지 않은 잡음을 일으킨 것을 비롯해 선발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선 추후 팀워크를 내는 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선수 시절부터 정평이 났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아트 사커’로 일으킨 혁명
프랑스는 1990년대 최고의 팀 중 하나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일곱 번의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한 번씩 기록했다. 프랑스 축구가 처음 세계 정상으로 도약한 대회는 자국에서 열린 1998 월드컵이다. 이 대회에서 지네딘 지단이 이끄는 프랑스는 조별 라운드 3전 전승 포함 7경기 6승 1무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득점왕을 차지한 다보르 수케르(크로아티아, 6골)나 크리스티안 비에리(이탈리아),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아르헨티나, 이상 5골), 호나우두(브라질, 4골) 같은 ‘특급 해결사’는 없었지만 신예 티에리 앙리(3골)를 비롯해 지단, 에마뉘엘 프티, 릴리앙 튀랑(이상 2골) 등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선수들의 활약으로 우승까지 내달렸다.
이 우승을 계기로 프랑스는 세계 축구의 헤게모니를 주도해나갔다. 지단은 ‘아트 사커’를 총지휘했고, 그의 마지막 대회인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프랑스를 결승까지 이끌었다. 프랑스의 성적은 1990년대 전체를 통틀어 보면 기복이 극심하다. 이탈리아와 미국 월드컵(1994년)에서는 아예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고,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다음 대회(2002 한·일 월드컵,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선 조별 라운드 탈락했다. 그러다 지난 브라질 대회에서 7위를 차지하며 다시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번 대회에선 브라질, 독일, 스페인 등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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