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이숙이 선임기자의 목소리가 ‘라’ 톤이었다. 마감하는 날 기자들 표정에는 마감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풀리지 않는 기사가 얼굴에 쓰여 있다. 그날은 달랐다. 기자들 표정이 다 밝았다. 새벽에 나와서 국장석 옆에 있는 텔레비전을 켰다. 오전 9시29분. 마감하던 기자들이 텔레비전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박수를 치고, 또 누군가는 환호성을 질렀다. 이숙이 기자는 “나중에 돌아보면 이 순간이 역사적인 장면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 남문희 선임기자는 없었다. 정상회담 2~3주일 전부터 남 기자를 괴롭혔다. 일찌감치 커버스토리를 맡겼다. 그는 국내외 자료를 충실히 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전화통을 붙들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남 기자는 대학노트를 취재수첩으로 활용하는데, 한 사람을 인터뷰할 때마다 대학노트를 수십 장 넘겨가며 기록했다. 지난 30년간 한반도 분야 취재로 맺어놓은 숨은 고수들의 정상회담 예측이 대학노트에 담겼다. 외부 전문가 필자와 미국 워싱턴에 있는 정재민 편집위원에게도 정상회담 관련 기획을 준비시켰다. 최종 마감 날짜를 4월27일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하루 늦췄다. 남 기자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군사분계선 넘나들기, 도보다리 대화, 이어진 판문점 선언. 정상회담 ‘그림’을 예상했던 남 기자도 파격 행보에 놀라워했다. 커버스토리 기획으로 미리 받아두었던 원고를 전부 손봐야 했다. 국내 전문가 등에게 부랴부랴 전화와 메일을 보내 원고 수정을 요청했다.

남문희 기자는 4월28일 새벽 2시부터 정상회담 기사를 썼다. 4월28일 낮 12시에 마감을 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다룬 특집호이니만큼 표지 제작에 신경을 썼다. 처음에는 닫힌 문이 열리는 듯한 표지를 기획했다. 인쇄소 쪽에서 제작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고심 끝에 ‘액자 표지’가 가능하다고 결론이 났다. 그럼 표지 속 표지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우리는 판문점 선언 전문에 주목했다.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과 2007년 10·4 선언을 잇는 이번 선언의 의미를 제대로 담고 싶었다. 또 이 선언이 지켜지는지, 안 지켜진다면 왜 안 지켜지는지, 누가 이 선언의 실행을 방해하는지 ‘기록’하겠다는 의미도 담았다.

제555호에 이어 이번 호에도 4·27 정상회담을 커버스토리로 올렸다. 시사에세이 필진이기도 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문정인 명예교수가 특별 기고를 보내왔다. 이번에도 남문희 기자의 대학노트에는 ‘도보다리 밀담’을 추적하는 취재 기록이 빼곡히 담겼다. 그 취재 기록의 정수만 커버스토리 기사에 담았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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