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찾아가자 1만2000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어릴 적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숱하게 불렀던 노래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 이듬해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소떼 방북’이라는 세기적 이벤트가 성과를 내면서 노래로만 부르던 금강산 가는 길이 활짝 열렸다. 당시 여당을 담당하던 기자에게는 여러 차례 금강산에 갈 기회가 주어졌다. 청와대, 국회, 정치권이 앞다투어 금강산 방문을 기획하면서 동행 취재를 제안한 것이다. 그때마다 뭔가 일정이 꼬여 ‘다음에 가지 뭐’ 하는 심정으로 미루곤 했는데, 2008년 덜컥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멘붕에 빠졌다. 10년 사이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 동네 계모임하는 사람들까지 200만 가까운 남쪽 인사가 금강산자락을 밟았는데 기자는 그 대열에 끼지 못한 채 또다시 기약 없는 암흑기가 시작된 것이다.
ⓒ시사IN 양한모
그렇게 ‘영원히 못 가보나’ 싶던 금강산 여행길이 재개될 희망이 보인다. 4·27 남북 정상회담은 주로 군사·안보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한반도 평화 무드가 본격화하면 이미 진행하다 중단된 일부터 복원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때마침 들려온,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장에 금강산 그림이 걸렸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금강산 화가’로 유명한 신장식 작가의 작품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이 메인 회담장 벽에 걸리고 두 정상이 이를 배경으로 서로 환담하며 포즈를 취한 사진이 전 세계로 타전된 것. 민족의 명산이자 화해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져온 금강산은 이렇게 역사의 현장에 다시 섰다.

“금강산 길 열리면 일착으로 가봐야지…” 설레어 하는 기자에게 동료가 짠하다는 듯 한마디 던진다. “이런 기세면 조만간 평양 특파원도 나올 판인데 소박하기는….” 하기야 평양 특파원이 되면 금강산은 물론이고 북한 곳곳의 숫눈길을 더 많이 가볼 수 있겠구나! 실제로 내·외신 기자 3000여 명이 취재 경쟁을 벌인 남북 정상회담 메인 프레스센터에서는 평양 특파원에 대한 기대감이 오가기도 했다. 아무려나 분단 이래 최초로 남한 땅을 밟는 북한 정상과 그를 맞는 우리 대통령, 둘이 손잡고 북쪽과 남쪽을 번갈아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절로 노래가 나왔다. “철 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금강이라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