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참 이상한 별이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지만,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상징이 되어 빛을 발하니까. 달은 하나의 은유가 되어 수많은 신화와 동화에 등장하곤 했다. 우리는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토끼가 살고 있다는 동화를 믿고 싶어 한다. 어린 시절, 누구나 달나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 책에는 그 꿈을 이룬 주인공이 나온다. 경찰이 되는 것과 달에 가서 사는 게 꿈이던 청년. 그는 달나라 경찰이 되어 있다. 범죄율 0%인 그곳에서 경찰이 할 일은 거의 없다. 매일 루나 도넛 자판기에서 커피와 도넛을 사먹는 일상을 지속한다. 그리고 지구로 보고서를 보낸다. 머리에는 헬멧을 쓰고 등에는 산소통을 멘 채 말이다. 그렇게 혼자 눈을 뜨고 그렇게 일을 하다 그렇게 잠드는 삶.
이렇게 지루한 일상을 보여주다가도 간혹 몇몇 웃음 유발 포인트가 있는데, 바로 달에 처음 발을 디딘 우주인으로 알려진 닐 암스트롱이 로봇이 되어 나타나는 장면이 그중 하나다.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달 박물관에서 빠져나온 그는 전원이 꺼지자 꼼짝 못하게 되어버린다. 박제가 되어버린 신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을 지속하던 경찰은 결국 지구로의 귀환을 요청하게 되지만, 본부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경찰이 우울증에 걸린 거라 판단하여 테라피 로봇을 보낸다. 이 역시도 받자마자 고장 나 더는 쓸 수가 없다. 그나마 친밀함을 유지했던 아파트 주민들은(이들은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달로 이주했을 것이다) 하나둘 다시 지구로 돌아가고 남은 경찰은 더욱 쓸쓸해진다.
미니멀리즘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톰 골드는 이미 우리에게 〈골리앗〉이라는 작품으로 알려진 영국 작가다. 2014년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대상 후보에 올랐던 이 작품에서도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우리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달의 모습을 담아냈다. 〈골리앗〉 전체를 관통하는 갈색톤이 우울한 분위기를 배가했다면 〈달과 경찰〉을 관통하는 팬톤 컬러 모노톤의 어두운 블루와 간결한 그림체 역시 외로운 달의 풍경과 그 광활한 우주를 상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저 달처럼 삭막하기 짝이 없는
오늘도 우리는 지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달동네 하늘 위에서, 또는 레고처럼 쌓아 올린 아파트 꼭대기에서 그래도 빛나는 달을 마주할 때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사라진 동화를 생각한다. 가끔은 소원을 빌기도 한다.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성공하게 해주세요.”
하지만 우리가 꾸는 꿈은 헛된 게 아닐까. 모두가 말하는 성공과 부의 실체란 저 달처럼 삭막하기 짝이 없는 그런 것은 아닐까. 우리도 진짜 달에서의 풍경을 상상해보자. 늘 보호막을 낀 채 살아야 하고 신체 접촉도 할 수가 없다. 그것은 오늘날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기계가 오작동하면 손을 쓸 수가 없고,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받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 역시 너무도 많다.
하지만 다시 책으로 돌아가 달이라는 그 외로운 섬에서 내가 읽은 것은 작은 희망이었다. 그것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닌, 결국 사람. 두 사람은 조용히 드라이브를 떠난다. 남겨진 것이 혼자가 아닌 둘이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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