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이라고 있다. 왕년에 오락실계를 주름잡던 게임기다. 음악에 맞춰 모니터의 화살표대로 바닥의 센서 판을 밟으면 된다. 빠른 비트의 음악 소리가 워낙 크고 압도적이라 DDR이 시작되면 오락실의 공기가 자연스레 그것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 시대 오락실계의 ‘센터’랄까.
오랜만에 DDR이 연상되는 사건이 있었다. ‘DDY’ 일가에 관한 얘기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사내 코드명은 DDY다. 대한항공은 부사장급 이상에게 ‘DD’로 시작하는 코드명을 쓰고 있다. 사람이든 게임기든 DD로 시작하는 것들의 공통점은 ‘고성’일까. ‘땅콩 회항’으로 유명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 왼쪽)은 사내에서 ‘DDA’로 불린다. 승무원들을 상대로 한 고성과 폭언으로 진작부터 유명했다.
이번에 새로 밝혀진 사실 하나. 데시벨 역량은 대물림된다는 것. 코드명 ‘Mrs. DDY’로 불리는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음성 파일이 공개됐다. 자택 공사를 하던 도중 작업자들에게 퍼붓는 말은 코드명 X로 요약된다. “다 잘라버려야 해. 아우 저 거지 같은 놈. 이 ××야. 저 ××놈의 ××. 나가.” 무릎을 꿇게 하고 발로 찼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큰 소리를 들으며 발로 내리찍던 DDR의 추억과 겹친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사진 오른쪽)는 DD의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EMQ’라는 코드명은 그녀의 영문명 에밀리(Emily)’에 ‘마케팅 여왕(Marketing Queen)’을 딴 약자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더욱 튀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번 총수 일가에 대한 폭로는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에서 시작했다. 직원들이 녹음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녀의 음성 파일이 계속해서 나왔다. 임원을 상대로 한 음성 파일에선 “에이 ×× 찍어준 건 뭐야” “진짜 니가 뭔데!” 따위의 고성이, 다른 파일에선 “당신 월급서 까든가, 징계해” 같은 막말이 나왔다. 목이 쉴 경지의 하이데시벨. 소리만 들으면 DD1(No.1)감이다.
고성은 기행의 일부일 뿐이다. 계속된 증언에 따르면 오너 일가는 사적인 용무에 그룹 직원들을 동원했고 해외에서 사들인 물품을 세관 신고 없이 들여왔다.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운명이 같을 수야 없겠지만 DDR의 결말은 이렇다. 일본산 DDR은 국내산 펌프에 밀렸고, 지금도 더러 보이긴 하지만 추억의 게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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