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우먼으로 에너지 넘치게 살던 여성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 “으악!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삶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어”라고 한탄하는 장면은 너무 익숙해 진부하기까지 하다. 그 현실이 프랑스에서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인생은 간결하게〉의 저자 쥐디트 크릴랑은 그런 인생의 절벽 앞에서 미니멀리즘이라는 지푸라기를 손에 쥐고 살아남은 사람이다.

쥐디트 크릴랑 지음
권순만 옮김
가지 펴냄

‘살아남았다’는 표현은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그녀는 결혼과 출산 이후 갑자기 늘어난 일에 당황하고 그것을 해내느라 허둥대는 자신과 점차 뒷전으로 밀려나는 작은 행복을 바라본다. 더는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자각과 함께 직장에 사표를 던진 그녀는 ‘엄마는 정리 중’이라는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행복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다짐과 하루하루의 실천들을 적어 내려간다.

자신도 처음에는 그것이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일단 정신을 소란하게 하는 집안의 너저분한 물건을 정리하고, 매일 해야 할 일을 목록으로 만들어 불필요한 일은 걷어내는 연습을 꾸준히 했다. 옷장 속 묵은 짐을 처분하고 일주일치 쇼핑 목록을 완성하고 휴대전화 속 연락처와 자신이 속해 있던 이런저런 모임을 정리할 때, 수시로 망설여지던 그의 중심을 다잡아준 것은 한 가지 질문이었다. ‘이 모든 것 중에 내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실제로 나에게 행복을 주는 일인가?’

그러고 보면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짐 정리나 주변 정리가 아닌 ‘자기 발견’이자 ‘자기 정리’다. 너무 많은 할 일, 너무 많은 역할, 너무 많은 쓸데없는 것들에 둘러싸여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고 살아가는 현대의 삶에서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행복 조건을 선별하는 일. 저자는 그 과정을 통해 자기만의 시간, 잃어버렸던 활력, 스트레스 없이 맑은 정신, 가볍고 자유로운 기분, 건강을 되찾았다고 이야기한다.

기자명 박희선 (도서출판 가지 대표·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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