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유치원’에서 엄마와 꼬마가 나옵니다. 엄마는 노란 우산을 썼고 꼬마는 노란 비옷을 입었습니다. 길가 단층집 마당에서는 아주머니가 널어놓은 빨래를 걷느라 바쁩니다. 꼬마는 한 손으로 엄마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강아지를 끄는 줄을 잡았습니다. 꼬마가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비는 왜 와요?”
“하늘에서 새들이 울어서 그래.”
정말이요? 누가 봐도 엄마의 대답은 거짓말입니다.
“새는 왜 우는데요?”
꼬마의 연속된 질문에도 엄마는 당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태연하게 더 황당한 거짓말을 지어냅니다.
“물고기가 새보고 더럽다고 놀려서야.”
엄마는 어쩌자고 거짓말에 거짓말을 계속 지어내는 걸까요? 과연 엄마의 거짓말 대잔치는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요? 여러분도 알고 있듯이 꼬마의 엄마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꼬마를 사랑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 비는 왜 와요?” 어린이다운 질문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꼬마의 엄마라면 뭐라고 대답할까요? “비는 말이야, 대기권의 수증기가 응축되어서 물방울의 형태로 지상에 떨어지는 거야. 원래 수증기는 공중으로 떠오를 만큼 가볍잖아? 그렇게 대기권에 떠 있던 수증기가 서로 뭉쳐서 충분히 무거워지면 다시 중력에 의해 지상으로 떨어지는 거지.” 이런 대답은 대단히 과학적입니다. 하지만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어른들은 우문현답(愚問賢答)을 좋아합니다. 반면에 어린이들은 현문우답을 좋아합니다. 어린이는 대화를 놀이로 생각합니다. 어른들의 문답이 정답 찾기라면 어린이들의 문답은 행복 찾기입니다.
“4월16일에는 왜 그런 사고가 생겼나요?”
안녕달 작가는 상상하는 재미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비가 내릴 만큼 엉엉 우는 새들을 그리기도 하고, 때수건을 손에 꼭 쥐고 단체로 때를 미는 물고기들을 그리기도 합니다. 그림책 〈왜냐면…〉의 상상은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해 독자를 미소 짓게 합니다.
4월, 봄이 옵니다. 4월3일 제주에도, 4월16일 진도에도 봄이 옵니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잎이 나고 가지가 자라듯이, 어린이들도 자랍니다. 언젠가 아이들이 우리에게 물을 겁니다.
“4월3일에는 왜 그런 일이 벌어졌나요? 4월16일에는 왜 그런 사고가 생겼나요?”
“왜냐면….”
그때 우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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