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과연 중국 탓일까. 한국 정부에 따르면 30~80% 정도 그렇다. 무슨 소리냐고? 환경부와 유관 연구기관의 공식 입장이 실제로 그렇다. 적을 때는 30%, 심각할 때는 80%까지 한반도의 미세먼지가 중국 탓이라는 것이다. 중국 탓이라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헷갈리지만, 정부는 오랫동안 이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가의 보도 같은 ‘3080’ 법칙이라며 비꼬는 이도 있다.

언론은 시소를 탄다. 중국 탓과 국내 탓이 엇갈린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두고 ‘중국 탓 70% 확인됐다’라는 기사와 ‘국내 요인이 절반 이상’이라는 기사가 같은 해, 같은 언론에 실리기도 한다. 물론 어떤 기사도 ‘3080’의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연합뉴스3월27일 서울 종로 일대가 안개와 미세먼지에 싸여 있다.

언론을 탓할 수만은 없다. 연구기관이 저마다 다른 발표를 내놓는다. 지난해 1월에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미세먼지 70%가 중국 등 해외 탓이라는 분석 결과는 내놓더니, 올해 2월 국립환경과학원은 중국발 오염물질 비중이 38~57%라고 밝혔다. 측정 초기에는 중국발 오염물질 비중이 57%였다가 공기 정체가 계속돼 국내 오염 비중이 커지면서 중국발 비중이 38%로 떨어졌다는 설명이었다. 연구 분야가 이 정도니, 대중은 혼란에 빠진다.

원인 규명이 애매하면 확실한 곳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바다 건너 서쪽에 중국이 있다. 베이징의 극심한 스모그와 대륙에서 불어오는 황사 뉴스가 날마다 언론에 등장한다. 중국의 굴뚝 산업이 얼마나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얼마 전에는 중국 춘절 불꽃놀이가 한반도 미세먼지에 영향을 끼쳤다는 연구 결과가 언론을 도배했다.

때로 루머가 돌기도 한다. 최근에는 ‘산둥반도 999’라는 암호 같은 수치가 인터넷 공간에 떠돌았다. 중국 산둥성 지역의 AQI(Air Quality Index:대기오염지수)가 ‘999’를 기록했다는 자료였다. AQI는 공기 중 오염물질 양을 종합한 지표로 보통 미세먼지 수치보다 높다. 사람들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증거라며 경악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었다. 측정 오류가 거의 확실하다. 이 수치의 출처는 중국 대기정보 제공 사이트 ‘aqicn.org’다. 몇 해 전부터 국내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자주 인용되는 곳이다. 중국 환경 관련단체가 운영한다고 알려졌으나 확실치 않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에어코리아(airkorea.or.kr)’에 링크된 ‘중국 실시간 대기 정보(중국환경관측종합센터 운영)’를 통해 확인한 산둥 지역 AQI는 이 시기 100 안팎을 나타내고 있었다. 사실 ‘aqicn.org’ 수치는 올 초부터 계속 ‘999’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미 인터넷상에서 이 수치가 측정 오류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때뿐이었다. 이처럼 온라인에 떠도는 출처 불명의 대기 정보는 한둘이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출처 불명의 대기 정보 데이터에 대해 모니터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몇 해 전부터는 ‘산둥반도 공장 이전설’이 떠돌고 있다. “베이징 공기 정화 프로젝트로 중국 공장들을 산둥성으로 옮겼습니다. 그래서 2016년 한국의 미세먼지 수치가 폭발적으로 높아졌어요. 한국에서 애 낳고 키우는 건 미친 짓입니다. 이민 가세요”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유행했다. 산둥성 지역 한국인 관계자 등이 증언을 통해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 설은 지금도 계속된다.

‘한·미 공동조사’의 중요한 대목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정부의 애매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점점 미세먼지가 중국 탓이라는 쪽으로 쏠린다. 3월29일에는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질 악화 문제를 중국 정부에 항의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참여한 사람이 20만명을 넘어섰다(이 청원 내용에도 중국 공장 산둥성 이전 문제가 제기됐다). 청와대나 부처 장관이 답변을 내놓기로 한 기준 ‘한 달 내 20만명 이상 청원’ 조건을 충족했다. 온라인에서는 미세먼지가 반중 감정의 최대 원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연합뉴스2016년 5월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에 투입된 미국 항공우주국의 DC-8 항공기 내부.

질문을 바꿔보자. 미세먼지가 만약 중국 탓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이 간단해진다. 중국을 상대로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국민 청원 내용대로 ‘중국에 항의하고 산둥반도에 위치한 공장들을 폐쇄하라’고 압력을 넣을 수 있겠다.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처럼 중국에 환경부담금을 물리겠다는 정치인도 나올 것이다.

문제는 미세먼지가 중국 탓이라는 실효적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대개 언론에서 미세먼지 원인이 밝혀졌다며 인용하곤 하는 자료는 한국의 단독 연구 자료다. 한·중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검증받은 연구 데이터는 없다. 지난해 한 언론이 ‘한·중 공동연구’ 결과 중국 영향이 입증됐음에도 정부가 이를 감추려 한다고 내보낸 보도 역시 중국인 연구원이 포함된 한국 측 단독 연구였다.

중국 영향을 입증했다는 국내 연구들 역시 자칫하면 반론에 맞닥뜨리기 쉽다. 대기 중에서 중국 유입 물질과 국내 발생 물질을 명확히 가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 중에 황산화물 농도가 높으면 중국발 오염물질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지만, 황산화물의 진원인 석탄과 석유는 한국 또한 사용한다. 자동차를 굴리고, 석탄발전소를 가동하고, 난방 기구를 쓰는 것은 똑같다. 예컨대 석탄발전소가 밀집한 충남 서해안 대기질 연구에서 중국발 오염물질 영향이 높게 나왔다면 거기에는 반론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신뢰할 만한 연구 결과가 있었다. 지난해 7월 한국 정부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합동으로 수행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KORUS-AQ)’ 결과가 공개됐다. 국내외 80개 기관 연구자 580명이 참여한 대형 연구였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나사가 2016년 5월2일~6월12일 서울올림픽공원 상공 등에서 조사를 벌인 결과 한국에서 발생한 PM 2.5의 52%가 국내에서 생성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나머지 해외 요인 가운데 34%가 중국, 9%는 북한으로 조사됐다.

국내외 연구진이 총동원된 연구는 큰 관심을 끌었다. 조사 결과를 두고도 여론의 해석이 분분했다. 한쪽에서는 국내 요인이 절반 넘게 나타났다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다른 쪽에서는 중국 요인이 34%라는 점이 입증됐다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정작 중요한 내용은 묻혔다. 예비종합조사보고서에 나타난 핵심 결과는 오히려 이런 내용이다. ‘2차 미세먼지, 즉 오염원으로부터 배출된 이후 화학반응을 통해 크게 증가하는 미세먼지는 지역 내 오염원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의 오염물질 배출량 통계는 과소평가됐다’ ‘충남 지역 화력발전소 등 오염원의 영향은 수도권 남쪽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서울 지역 대기가 중국 등 주변 지역으로부터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는 국지적인 규모의 기상 조건에 따라 매우 급격하게 바뀔 수 있어서 예측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등. 오히려 한국 내 오염물질 관리에 중점을 둔 내용이다.

이상한 점은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7월 발표 내용과 달리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발표될 정식 보고서에는 국내외 오염물질 발생 비중이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알려졌다. 어떻게 된 일일까. 〈시사IN〉이 국립환경과학원에 문의하자 “나사는 (한국 측이 발표한 내용이) 연구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 같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미세먼지 책임 논란에 기름을 부은 조사 결과가 나사와 협의 없이 공표됐다는 이야기다.

이렇다 보니 한국 정부와 유관기관이 이런 상황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다. 애매한 태도를 유지한 채 은근슬쩍 중국에 책임을 미룬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부와 연구기관의 국내 오염물질 배출 실태 연구가 부실하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중국이 한국 정부의 방패막이가 되는 셈이다.

화력발전소 셧다운 효과에 논란 분분

ⓒ오마이뉴스2017년 2월 충남 당진시 당진화력발전소에서 공해물질 저감계획 브리핑을 듣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실제로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충남 지역 ‘화력발전소 셧다운’ 조치를 내놓은 이후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립환경과학원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가동 중단 기간의 미세먼지 농도가 과거에 비해 15.4% 줄었다는 결과를 발표해놓고도, 자체 모델링 분석을 한 결과 실제 저감효과는 1.1%라고 굳이 부연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논란이 분분했다. 셧다운 효과를 널리 홍보해도 모자랄 정부 부처가 대놓고 대통령 조치에 찬물을 끼얹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미세먼지 중국 탓’ 프레임이 계속되면 어떻게 될까. 장재연 아주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결국 책임이 보통 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고 말한다. 중국 탓이 계속될수록 딱히 할 수 있는 조치가 없고, ‘각자도생’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정부 데이터를 불신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기청정기를 돌리고, 실내에 틀어박혀 지내는 수밖에 없다(52~53쪽 기사 참조). 불안이 계속되면서 ‘미세먼지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장 교수는 중국 탓으로 인해 형성되는 인식을 ‘미세먼지 천동설’이라고 부른다.

3월29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미세먼지 대책회의에서 강효승 외교부 기후변화외교과장은 “좀 더 과학적인 근거가 나오면 중국에 문제를 제기하는 데에 협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재연 교수의 지적처럼 한국 정부와 연구기관이 숱하게 쏟아냈던 미세먼지 연구 결과를 외교부조차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3월30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한국의 미세먼지에 국내적 요인도 있지만 중국 요인도 있는 만큼 한·중 사이에 긴밀한 협력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라고 말했다. 이에 양 위원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한·중 환경협력센터를 조기 출범시키는 데 동의했다.

지난 3월12일 미국 시카고 대학 에너지정책연구소(EPIC)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200여 개 도시 공기를 분석한 결과 베이징의 대기오염도가 35% 감소했을 뿐 아니라 공장 이전 의혹을 사고 있는 산둥성 지역의 오염도도 떨어졌다는 결과다. 한국과 가까운 옌타이의 경우 4년 사이 농도가 46%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국환경관측종합센터’ 사이트를 통해 3월29~30일 옌타이 지역 AQI 지수를 확인한 결과 100 안팎으로 중국 전역에 비해 양호한 편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서 늘 대기질 상위권을 기록하는 뉴욕과 런던도 과거에는 최악의 스모그 도시였다. 중국도 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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