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도사’로 불렸던 그는 자신의 미래를 예견하지 못했다. 과거도 기억하지 못했다. 3월28일 정봉주 전 의원(사진)은 〈프레시안〉 기자들을 상대로 한 고소를 취하했다. 2011년 12월23일 방문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던 서울 렉싱턴호텔에서 그날 오후 6시43분 카드로 결제한 내역을 “스스로” 찾아냈다. 성추행 피해자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증거 사진을 공개한 다음 날이었다. 정 전 의원은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여전히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고소를 취하한 당일 정 전 의원은 SNS에 ‘자연인으로 돌아갑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했지만 성추행 피해자나 고소를 당했던 매체를 특정해 사과하지는 않았다. ‘자연인 선언’에 일부 누리꾼은 “종편 방송사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하겠다는 의미인가”라며 의아해했다.
7년 전 일은 기억하지 못해도 열흘 전에 한 말은 기억할 것이다. 3월18일 정봉주 전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악의에 가득 찬 허위 보도는 가장 추악한 덫으로 저를 옭아맸다. 온몸을 휘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철조망을 뚫고 나오는 데 10여 일이 걸렸다. 살점은 다 뜯기고 피는 철철 흐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온몸을 휘감은 거짓말”을 한 사람은 정 전 의원 자신이었다.
한 정당도 유체이탈 화법을 선보였다. 자유한국당 홍지만 대변인은 3월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쌍하다”라고 논평을 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4년 전 그날 오전 10시20분이 다 되도록 연락 두절 상태로 관저 침실에 있었을 뿐인데 정윤회씨와의 밀회설, 종교의식 참석설, 프로포폴 투약설, 미용 시술설 등 온갖 오해를 받았다는 것이다. 간호장교와 미용사 이외에 참사 당일 관저를 방문한 외부인은 없었다는 해명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를 만나 대책회의를 했다는 수사 결과는 가볍게 무시했다.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다음 날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개인 의견’이라며 홍 대변인의 논평을 당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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