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의 불씨가 정치권으로 옮아붙었다. 3월5일에는 현직 국회 보좌진이 성폭력 피해를 폭로했다. 미투 운동이 촉발된 이후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국회 내에 만연한 성차별을 증언하는 글이 잇따랐지만 실명으로 피해 사례를 밝힌 건 처음이다. 5급 비서관인 ㅈ씨는 “이전에 근무하던 의원실에서 4급 보좌관인 ㅎ씨가 3년간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라고 털어놓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ㅎ씨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실로, 피해자 ㅈ씨도 다른 의원실로 자리를 옮겼다. 3월6일, 채이배 의원실은 보좌관 ㅎ씨를 면직 처리했다.
3월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여성가족위원회 주최로 ‘성평등한 국회, 더 좋은 민주주의’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국회의원, 여성계 인사뿐만 아니라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비서관과 정당 당직자도 참석했다. 국회 여성정책연구회 회장 이보라 비서관(더불어민주당)은 “피해 사실을 말할 수 있는 공적 영역이 부재하다. (국회 여성 보좌진 중) 90% 이상이 피해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실명으로 미투가 나오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특채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의원실 채용 관행은 성폭력 피해 구제를 어렵게 만든다. 특채는 평판 조회에 크게 의존한다. 한번 부정적으로 낙인이 찍히면 국회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인사권을 가진 의원이나 수석 보좌관(4급)은 주로 남성이다. 이런 까닭에 국회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축소·은폐되기 쉽다. 20대 국회에서 4급 보좌관과 5급 비서관 중 여성은 각각 6.7%, 19.5% 정도다. 반면 8급, 9급 비서직에서 여성 비율은 62.2%, 66.6%이다.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미투 운동에 각 정당은 긴급 대책을 마련했다. 민주당은 원내 기구였던 젠더폭력대책TF를 당 젠더폭력대책 특별위원회로 격상했다. 당내에 ‘성폭력 범죄 신고 상담센터’를 설치하고, 국회에 독립기구인 인권센터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도 여성성폭력근절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성차별적인 국회 환경이 쉬이 바뀔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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