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지난 6월4일 열린 군·경 의문사 희생자 합동 추모제에서 오열하는 유가족.

연말이면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군의문사위원회)’가 활동을 종결하고 해체된다. 2006년부터 3년째 활동하지만, 수십 년씩 묵은 군 의문사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진정 사건 600건 중 9월 말 현재 절반쯤 종결되었을 뿐이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활동 연장을 위한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국방부의 태도는 싸늘하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군의문사위원회 활동 연장을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기한이 끝나면 끝나는 거다. 업무 처리의 효율성, 예산, 각종 위원회 통폐합이라는 정부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그 틀에서 정리하고자 한다”라고 답했다.

 업무 처리의 효율성을 생각하면, 군의문사위원회의 활동은 당연히 연장되어야 한다. 3년 동안 축적한 전문성과 효율성을 대체할 기관은 어디에도 없다. 특히 유족이 군의문사위원회에 보내는 신뢰는 다른 기관이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성과다. 의문사 사건의 경우 진상 규명이 되어도 유족이 납득하지 않는다면, 실질적 종결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유족은 한결같이 군의문사위원회의 활동 연장을 바란다.

 예산이야 1년에 50억원 남짓이니, 2년 더 연장해도 100억원이면 된다. 진상 규명을 기다리는 300여 명의 목숨을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일이지만, 군 의문사 진상규명 활동을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면 100억원은 국가가 지불해야 할 최소 비용이다. 각종 위원회의 통폐합도 기계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필요하면 놔두고, 불필요하면 없애면 그만이다.

진정 사건 600건 중 절반만 종결돼

 군의문사위원회의 존재 자체가 부담이 되어서인지는 모르지만, 군 의문사 유족의 심정을 누구보다 먼저 헤아려야 할 국방부 장관이 활동 연장에 반대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군의 최고 책임자로서 유족의 한을 달래고 마지막 한 점 의혹까지 씻어내는 것이 장관의 책무이다.

 그동안 우리는 군 의문사에 대해 무관심했고, 냉대했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입대한 스무살 젊은이의 죽음인데도 그랬다. 군대도 무책임했다. 병사가 사망해도 부대장이 직접 나서서 유족을 만나고 사망 현장을 보여주는 식의 기본적인 조처를 하기는커녕 그저 자기에게 돌아올지도 모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골몰한 경우도 많았다.

군의문사위원회가 조사를 마친 사건의 상당수는 자살로 종결되었다. 같은 자살 사건이어도 성의를 갖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기관에 의한 결론이라면 유족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이 구타나 가혹 행위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제 다시 군 의문사 유족이 길거리로 나선다. 국방부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하고, 국회의원을 쫓아다니며 호소하기 시작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고단한 싸움을 벌이는데도 국가가 그들을 먼저 섬기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2~3년씩 군 복무를 하면서 젊음을 차압당했던 젊은이에게도 얼마만큼씩 빚을 지고 있다. 더구나 군에서 목숨을 잃은 장병에 대한 빚은 쉽게 털어내기 힘든 부담이다. 이 부담을 덜어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군의문사위원회다. 인권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실용을 위해서도 위원회의 활동은 연장되어야 한다. 국방부 장관이 앞장서 군의문사위원회의 활동 연장을 요청하기 바란다. 그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최소한의 염치다.

기자명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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