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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못 깎는 검찰, 답은 공수처뿐

안미현 검사와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검찰 조직에 대한 불신이 커진 가운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공수처 수사 범위에는 검찰도 포함된다.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2018년 02월 20일 화요일 제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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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7일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는, 자신이 춘천지검 재직 당시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도중 검찰 간부의 외압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는 1월29일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건을 폭로했다. 서 검사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안 전 검사장에 대한 감찰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반면 피해자인 서 검사는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

검찰은 자체 조사와 수사에 착수했다.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과 ‘강원랜드 채용 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각각 꾸려졌다. 검찰의 ‘뒷북 조사(수사)’를 두고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당장 조희진 지검장이 성추행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 시비가 인다.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검사는 “2016년 검찰 간부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하자 조 지검장이 글 삭제를 요구하고 나에게 징계를 운운했다”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검찰이 꾸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의 단장을 맡은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

안미현 검사의 폭로 다음 날인 2월5일 춘천지검은 ‘강원랜드 수사 관련 언론 보도에 따른 진상’이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해 수사 외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보도 자료에는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과정에서 ‘안 검사가 강압 수사를 했다는 진정서가 제출됐다’ ‘경력이 풍부하지 못했다’라며 안 검사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뒷북 조사(수사)마저 그 의지를 의심스럽게 하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고위 공직자와 가족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검찰도 포함된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감시의 무풍지대에 놓여 있어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수십 년째 반복돼왔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처음으로 공수처 신설을 공약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공수처 설치 법률’을 정부 주도로 직접 발의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딪혀 17대 국회가 끝나며 자동 폐기됐다. 2010년 돈과 성접대를 받은 스폰서 검사 사건, 2014년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로부터 뇌물을 받은 김광준 부장검사 사건 등 검찰 비리가 터질 때마다 공수처 도입 여론은 점점 거셌다. 2016년에는 홍만표·진경준·우병우 등 검찰 고위직 출신들의 비리 사건이 잇따랐다. 2017년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모든 대선 후보가 공수처 도입을 약속했다.

20년간 논의가 되풀이되며 공수처 도입을 요구하는 여론과 분위기는 무르익은 상태다. 20대 국회에는 공수처 신설 관련 법안이 4개 발의돼 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 발의안, 박범계 민주당 의원과 이용주 민주평화당(당시 국민의당) 의원의 공동 발의안,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 발의안 등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공수처에 수사·기소·공소유지 권한을 부여하되 수사 인력을 최대 55명 규모로 하는 정부 입법안을 발표했다.

법무부 입법안과 국회의원 발의안 모두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공수처장 임명 절차를 설계했다(위 <표> 참조). 공수처가 정권의 사정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하지만 국회나 사법부(대법원장)의 추천 혹은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공수처에는 수사권과 함께,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권이 주어진다. 검찰이 독점적으로 쥐고 있는 기소권은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무리하게 공소를 제기하거나, 범죄 요건이 성립되는 사건도 자의적으로 기소하지 않는 식으로 기소권을 휘두를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수처에 ‘불기소심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불기소심사위원회는 공수처가 수사하던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기 전 적정성을 심의한다. 다만 오신환 의원은 공수처에 수사권만 주는 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 “공수처 설치 필요성 다시 한번 확인”

2월5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때 위 두 사건을 직접 거론하며 “일련의 사건은 검찰의 잘못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그 방안으로 국민들께서 가장 공감하고 있는 것이 공수처 설치다.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공수처) 설치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다시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1월12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첫 전체회의를 마친 뒤 손을 잡고 있는
박범계·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에서 두번째부터).

국회에서는 법원·검찰·경찰 개혁을 추진할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지난 1월12일 활동에 돌입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더불어 공수처 신설 법안도 사개특위에서 다뤄진다. 사개특위 위원은 더불어민주당 7명, 자유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정의당 1명이다. 자유한국당이 공수처 반대를 고수하고 있어서 사개특위 논의가 순탄치 않으리라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제2의 검찰청’ 혹은 ‘옥상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또 생긴다며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공수처는 좌파 영구 집권 체제를 위한 민변검찰청이다. 공수처가 잘못되면 그 위에 공공공수처를 또 만들 것이냐”라며 비판했다. 사개특위는 2월23일부터 3월23일까지 법무부, 검찰청, 경찰청 등의 기관 보고를 진행한 이후 법안 관련 논의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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