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최경영은 1995년부터 2013년까지 KBS 기자로 일했다. 방송 장악에 맞서 싸우던 그는 19년 가까이 다닌 직장에 사표를 내고 대안 언론 〈뉴스타파〉에 합류했다. 지은이는 현장에서 마주친 한국 언론의 일그러진 풍경을 〈뉴스는 어떻게 조작되는가?〉에 담았다. 이 책은 ‘영화 〈공범자들〉의 심화편’ 격이라는 문구에 어울린다.
책에는 사례가 풍부하다. 정치권력과 밀착한 보도, 기득권 편에 선 경제 보도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부동산 보도’ 관련해 한 대목을 보자. 한 일간지에서 부동산 기사 말미에 자문한 부동산 전문가 명단을 실었다. 총 35명 중 9명이 건설업계 사람들이다. ‘중립적’으로 보이는 다른 전문가들의 소속도 따져보면 건설업계와 연관이 있다. 가령 한국주택협회는 대형 주택 건설업체들이 만든 협회다. 협회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 주택산업연구원은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가 공동출자해 만든 민간 연구기관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업계의 이익단체인 대한건설협회 등에서 출연한 민간 연구기관이다. 은행과 증권사의 부동산 관련 연구소와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들도 부동산업과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문 리스트에는 부동산학과 교수도 등장한다. 부동산학과 또한 부동산 업황이 신입생 수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어떠하기를 바랄까. 자문한 전문가 수가 많다고 해서 그 보도가 과연 더 신뢰할 만한가.
저자는 ‘한국 언론이 당신을 속이는 9가지 방법’을 정리했다. ‘한 면만 부각시킨다, 기계적 균형을 맞춘다, 서민을 이용한다, 숫자로 말한다, 신화적 믿음에 기댄다, 관점을 생략한다, 인과관계로 설명한다, 애국주의에 호소한다, 낙인을 찍는다’이다. 기사에 동원된 사실은 때로 시야를 가린다. 책을 읽고 나면 뉴스가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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